친구가 많고 싶었지.
낯을 가리기는커녕 나름 군중 속에서 꽤나 웃기는 사람이기에 이쯤 식은 죽 먹기라 생각했지.
근데 참 그게 말처럼 쉽게 되지 않았어.
학창 시절을 거쳐 20대를 지나 30대 초반이 돼도 좀처럼 되지 않으니 초조한 마음에 애를 써보기로 했어.
단체 생일 파티에도 참여하고, 또래가 모이는 만남도 가져보고, 초등학교 친구 모임에도 나가보고,
온라인 카페에도 참여하면서 말이지.
이토록 내 선에서는 한다고 했는데, 참 희한하게 잘 안 되더라.
겉돌기만 하더라.
그렇게 그런 척 그 원 안에 있긴 한데, 뭔가 이렇게 두루두루 잘 섞이지가 않게 되더라. 어찌나 속이 상했는지 몰라.
한창 좀 요란하게 옷을 입고 다닐 때라 하루는 일부러 기본 아이템의 옷을 사서 최대한 단정하게 입고 친구들이 모인 장소로 갔지.
3시간여 숭고한 노력의 시간이 지났을까.
어느 누구 하나 내게 2차를 갈 거냐고 묻지 않은 그날, 이질감의 원인이 옷차림 때문이 아니란 걸 알게 된 바로 그날 밤,
그 자리를 파하고 돌아오던 택시 차창 밖에 비친 서울의 야경이 아직도 참 선명해.
아마 그날 확실히 알았던 거 같아. 나는 친구가 많을 수 없구나.
쓴웃음이란 게 이런 거구나.
그렇게 포기한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란 걸 알게 된 건 최근이야.
소셜 네트워크로 친구가 많은 사람을 본의 아니게 보게 돼도 잘 견뎌냈거늘.
몇 달 전부터 힘들어도 내 이야기를 다 털어놓을 사람이 없다는 게 이토록 슬픈 일인지 스스로 깨닫게 된 거지.
소스라치게 놀라며, 그래 나는, 친구가 많고 싶었던 사람이었다는걸.
그리고 매일 밤 과거 학창 시절 친구를 찾아 나서기 시작했어. 여기저기 뒤져보니 흔적들이 보이더라.
초등학교 때 짝사랑했던 시연이부터 중학교 때 짝 영재, 고등학교 때 날 찾아주던 경이···.
거기에서 파생된 그때의 ABCDEFG···.
각자 자기 자리에서 잘 살고 있구나.
어느 날 용기를 내보기로 했어. 이제 나도 그 친구들을 한번 만나야겠다.
가장 친했다고 생각한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냈지.
“혹시 나 기억하니? 현범이야. 우연히 보고 반가운 마음에 연락한다. 잘 지내는 거 같구나.”
그런데 무슨 일이 있는 거겠지?
다 살기가 힘들고 바쁘니까.
두 달째 오지 않는 답장과 맞물려 친구 찾는 밤도 점점 사라지게 됐어.
이달 우리 커버 모델은 보다시피 이소라야.
딱 2년 전, 2018년 8월호, 이 지면에 이달 커버의 주인공이 내뱉은 언어로만 모두 채운 적이 있었을 만큼 나는 이소라를 담는 순간을 늘 꿈꿔왔어.
얼마나 왜, 그를 좋아하는지 어떤 의미에서 그리된 건지는 말하지 않을게.
그저 몇 없던 소원이란 게 이뤄진 걸로 생각해줘.
그런데 되레 차분해지더라.
그저 흰 꽃과 빨간 와인을 사서 인사를 전하는 편집장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으니까.
촬영을 준비하고 또 지켜보는 내내
할 말이 너무도 많아서 생각이 복잡해졌는데 다행히도 파주에서 서울로 돌아오면서 생각이 명료해진 것 같아.
간절히 원한 것은,
정말 사랑하는 것은
가슴에 두는 것이구나.
그래, 이 책을 남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난 행복해.
P.S.
이 모든 게 찬란해도 극도로 서러운 나날이야.
시간이 나를 울리고 지옥으로 내몰아.
다 덧없고 더 없고 덜도 없는데 피를 보는 가슴이야.
야성, 무명, 아마추어리즘이 그리워.
나를 사랑하고 나를 위해 사는 일,
군중 속에서 꽤나 웃기는 사람,
나는 친구가 많고 싶었다고.
정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