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운 뉴스가 있습니다.
1996년도에 나온 <트레인스포팅>의 후속편이 만들어진다는 거였죠.
전편을 만들었던 데니 보일 감독의 말에 따르면 이완 맥그리거, 이완 브렘너, 조니 리 밀러, 케빈 맥키드 등 기존의 주연 배우들이 모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합니다. 이 소식에 흥분을 감추지 못한 것은 제 청춘 시절을 지배한 영화가 바로 <트레인스포팅>이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제 방에 있던 16비트 컴퓨터의 암호부터 PC 통신 시절 참여했던 모임의 아이디까지 모두 <트레인스포팅>의 주인공 이름인 랜튼을 사용했죠.
랜튼이 즐겨 입던 아디다스 저지는 컬러별로 사서 그처럼 꽉 맞게 입었습니다.
배꼽이 보이는 쫄티도, 낡은 스니커즈도, 두 팔을 휘적대며 걷는 껄렁거리는 발걸음과 초점 없는 눈동자도 모두 흉내 내느라 바빴죠.
영화 첫 장면의 내레이션은
인생, 가족, 직업, 미래, 대형 TV, 치과, 인스턴트식품, 운동, 결국 늙고 병드는 것…이런 보통 사람들이 선택하는 삶을 왜 선택해야 하는가라고 묻습니다.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 내레이션에서 이 대목은 반복됩니다. 그러면서 주인공은 덧붙입니다.
“나는 아무 것도 선택하지 않는 것을 선택하기로 했다.”
<트레인스포팅>의 결말은 랜튼이 친구를 배신하고 기성 세대화되는 것처럼 보이면서 끝을 맺습니다. 더 이상 방황하는데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보통 사람들이 말하는 그런 어른, 그런 가정을 꾸리기로 하면서 말이죠.
이 결정은 세상에 진 것도, 청춘에 이긴 것도 아닙니다.
스스로가 선택한 삶은 누구도 욕할 수 없으며 그 어떤 것보다 값지다는 뜻이겠죠.
2016년, 새로운 한 해가 밝았습니다.
모처럼 <트레인스포팅>을 다시 보면서 질풍노도의 10대 시절이 아련하게 떠올랐습니다.
그 시절 나는 어떤 삶을 살길 원했던가. 또 그렇게 살아오고 있는가.
정답이 어디 있겠습니까.
<트레인스포팅>의 후속편에서 나와 함께 나이를 먹은 랜튼이 그 답을 알려줄 리도 만무합니다.
그저 <트레인스포팅>이 끝난 후로부터 20년을 더 살면서,
하나 배운 것은 시간이 참 소중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시간이 나를 찾는 과정에 소비될 때 비로소 가치 있다는 것입니다.
1월의 <데이즈드> 코리아는 서른 명이 넘는 국내외 창조자들을 만났습니다.
그들을 통해서 여러분 모두, 진정한 자기 자신을 찾는 과정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