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를 사랑합니다.

 

라프 시몬스가 디올을 떠났습니다.

브랜드와 디자이너의 결별 소식 또한 연예인들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서로 존중하고 감사했다는 평범한 공동 명의의 보도자료만 남길 뿐이죠.

그 뒤 벌어지는 상황도 마찬가지입니다.

벌떼처럼 몰려드는 기자들, 과연 왜 그랬는지 궁금해하며 추측하는 대중들.

환희보다 고통의 심경을 담은 인터뷰가 더 ‘특종’인 시대니까 말입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여러분은 왜 라프 시몬스가 디올을 그만뒀는지 궁금했을지 몰라도

잡지 일을 하는 저로서는 어떤 매체의 어떤 기자가 그의 인터뷰를 담아낼 것인지가 훨씬 더 궁금했습니다.

연말 앞두고 회사에서 두둑한 보너스는 챙기겠구나.

 

그런데,

라프 시몬스의 심경이 담긴 인터뷰는 우리가 알 만한 그런 ‘유력’ 매체가 아니었습니다.

1년에 두 번 발행하는,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둔 독립 매거진 <시스템(system)>이 그 주인공이었죠.

회당 1만 5천부를 발행하는 겨우 이제 6권이 나온 요즘 말로 ‘듣보잡’.

 

그런데,

이 잡지를 통해 누가 봐도 결별의 이유가 짐작될 법한 라프의 인터뷰가 실린 것입니다.

단, 정확히 말하면 이 인터뷰는 그가 디올을 떠나기로 발표한 직후에 이뤄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아마도 올 3월부터 8월 사이, 그러니까 계약을 더할지 말지 그가 한창 고민하던 시기에 <더 컷(The Cut)의 패션 칼럼니스트 캐시 호른(Cathy Horyn)과 라프 시몬스와 사이에 이뤄진 토막토막의 인터뷰를 한데 모아 실은 것입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솔직한 라프의 담경이 실려있었죠.

네, 누가 봐도 특종이었죠.

 

<시스템>에 특종 인터뷰가 실린 것은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의 창간호에 실린 디자이너 니콜라스 게스키에르와의 인터뷰는 그가 몸담았던 발렌시아가의 모회사인 크링(Kering)에서 소송까지 걸 정도로 적나라한 것이었습니다.

할리우드 최고의 스타 커플 칸예 웨스트가 그의 아내인 킴 카다시안을 화끈하게 스타일링한 화보도 있었죠.

 

이토록 <시스템>이 주목을 받자 결국 <뉴욕 타임즈>의 패션 저널리스트 바네사 프리드먼(Vabessa Friedman)이 흥미로운 기사를 내놓게 됩니다. 이름하여 ‘어떻게 작은 인디 매거진이 계속해서 특종 인터뷰를 잡고 있느냐’는 거죠.

그들은 <시스템>을 만드는 조나단 윙필드(Jonathan Wingfield), 엘리자베스 본 쿠트만(Elizabeth von Guttman) 등 네 명의 편집자와 인터뷰를 하게 됩니다.

이들은 특종 인터뷰를 잡는 비결을 두 가지로 압축합니다.

먼저 시간. 결코 단 한번의 만남이 아닌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중간 중간 긴 호흡으로 인터뷰를 진행한다는 거죠.

두 번째는 퍼스널리티. 이들이 라프 시몬스의 인터뷰를 케시 호른에게 맡긴 이유는 서로 강한 릴레이션십을 지녔기 때문이라고 밝힙니다. 패션계에서 ‘관계’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는 거겠죠.

그리고 덧붙입니다.

“물론 이런 인터뷰를 계속해서 진행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보도자료를 작성해서 잡지를 만들진 않을 것이다.”

 

<시스템>이 부럽냐고요?

다행히 그렇지 않습니다.

요즘 제가 받는 전화 중 가장 기분 좋은 것이 인터뷰 요청 문의입니다.

솔직히 돈을 쓰겠다는 것보다 훨씬 더 즐겁습니다.

비록 월간지라 <시스템>처럼 긴 시간을 지닌 인터뷰를 지금 당장 보여드릴 수는 없겠지만(준비는 하고 있습니다)

우리만의 시각으로 선별한 재기발랄한 뉴페이스부터 동시대가 사랑하는 쿨키즈들, 그리고 함부로 만날 수 없는 숨은 보석들까지.

<데이즈드>는 <시스템>보다 훨씬 더 다양한 사람들의 인터뷰를 담아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뻔한 것은 감동이 되지 못합니다.

1등과 1등의 만남처럼 지루한 것은 없습니다.

2016년이 더 기다려지는 이유는

바로 이렇게, <데이즈드>스러운 시대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