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즈 서울’에 다녀왔다. 평소엔 패션 언어를 즐겨도, 어쩌다 한눈을 팔고 싶을 때면 예술 또는 음악으로 눈을 돌리는 게 상책이다. 이번 아트페어의 시장 규모가 얼마나 방대했는지 총수익금이 몇천억 원대에 달할 거라는 예상은 딱 들어맞았다. 나흘간
국내 미술품 총거래액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작품이 판매됐으니, 그림 같은 ‘완판’ 기록을 달성한 것이다.

예술을 향한 대중의 관심이 이토록 뜨겁다는 걸, 비로소 깨닫는다. 실제 예술계에 몸담은 친구와 동행했는데 그의 말이 계속 뇌리에 남는다. “이렇게 성황인데, 국내 작가의 작품은 비교적 수요가 적어.” 물론 박서보를 비롯해 이배, 이우환, 이불, 양혜규처럼 해외 갤러리에서도 작품을 판매하는 거장은 예외다. 그가 느끼는 어려움은 신진 작가들의 경우 국내에 전시할 공간이 마땅치 않고, 실제 구매로 이어지는 경우는 현저히 적으며, 컬렉터를 만날 기회조차 얻기 힘들다는 것이다. ‘프리즈 서울’과 함께 열린 ‘키아프 서울’은 총거래액이 650억원대로, 기존보다 매출이 상승했으나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고 한다. 요즘 같은 세상, 누구 말마따나 ‘K’만 붙이면 무엇이든 성공할 수 있는 요즘 한국의 젊은 예술가들이 힘을 얻지 못하는 건 비통한 일. 아이돌 산업에서 영화·드라마 등으로 콘텐츠가 확장하고, 요식업과 뷰티 신scene까지 주목받고 있는 한국은 전 세계에서 문화 측면으로 가장 성황인 나라가 됐음에도 유독 아트 신만큼은 왜 활기가 없는 것일까.

그간 ‘미’의 기준에서 예술을 바라봤다면, 이제 두 아트페어를 계기로 비즈니스 측면을 조명해 봐야 할 때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현상은 젊은 세대가 컬렉터층에 새롭게 진입해 예술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는 것. 한동안 위축된 소비심리가 되살아나며 패션에서 예술로 관심이 옮겨가는 중이고, 소비자의 경우 투자가치보다 개인의 기호와 성향을 먼저 고려해 작품을 구매한다. 예술 형태 역시 그림보다 조각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한국인은 ‘땅’을 어찌나 좋아하는지 자기 공간을 꾸밀 때 조각품만큼 효과적인 장치도 없으니 얼마나 좋은 핑계인가. 벌써 내년에 열릴 프리즈 아트페어가 결정되고 준비에 들어갈 예정이라는 소식이 들려온다. 분위기가 다소 과열되어 걱정스럽지만, 미술에 갓 입문한 작가들에게도 작으나마 좋은 기회가 찾아오기를 감히 희망해 본다. 결국 예술 시장에 대한 관심이 있어야 가능성과 희망이 증대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니 젊은 작가들에게 진심으로 바라는 건, 부디 예술의 언어를 잃지 말라는 것이다. 기회는 열려 있고, 이토록 문화적 호기인 적도 없었으니 지치지 말고 자신의 세계관을 공고히 하라는 응원의 말을 전하고 싶다. 다 같이 더불어 살 수 있어야 세상의
관습과 편견에 맞서 싸울 수 있다. 그런 ‘이타로움’으로 오늘을 다시 살아간다.

오유라
Yura O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