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
2022년 4월호 표지에 김연아를 담았다.
걸음, 눈인사, 포즈, 말씨. 연아의 몸가짐은 그때나 지금이나 그렇게 담백했다.
안 꾸민 미소, 성긴 문장. 연아가 우리 마음의 반석이 된 데는 분명 그만한 이유가 있다.
“사실 우리 모두가 그렇게 살고 있지 않은가 해요. 어떤 분야에서 무슨 일을 하든
좌절도 하고 성공도 맛보고, 롤러코스터 같은 업앤다운이 없는 인생은 없으니까요.
스포츠 선수인 제 이야기를 드라마틱하게 기억하시는지도 몰라요.”
말
선생님이 돌아가신 지난 2월 말, 김지수 기자의 인터뷰 기록인
을 펼쳤다.
“둥글둥글, ‘누이 좋고 매부 좋고’의 세계에선 관습에 의한 움직임은 있지만, 적어도 자기가 가고 싶은 곳으로 가는 자가발전의 동력은 얻을 수 없어. 타성에 의한 움직임은 언젠가는 멈출 수밖에 없다고. 작더라도 바람개비처럼 자기가 움직일 수 있는 자기만의 동력을 가지도록 하게.”
…
“나뿐이 아니네. 글을 쓰는 사람들, 한 치 더 깊게 생각하는 사람은 고통을 겪게 돼 있어. 요즘엔 더하지 않나?
생각이 자랄 틈을 안 주잖아. 인터넷에 물어보면 다 나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내 머리로 생각한다네.
모르는 시간을 음미하는 거야.”
사랑
3월 둘째 주엔 에바 차우Eva Chow를 만났다.
가 칭한 LA의 컬처 퀸, 10년째 LACMA 아트+필름 갈라의 공동 의장을 역임하며
대한민국의 감각과 미감을 여실히 세상에 증거하는 시대의 아이콘.
“제 나름의 능력과 노력을 다해 아트 커뮤니티를 서포트했다는 것이 무엇보다 뿌듯해요.
더 훌륭한 일을 하시는 분도 많지만, 저 또한 조금이나마 사회에 환원할 책임은 있다고 생각해요.”
돌연 물었다. 마음을 다하는 과정에서 누군가가 그 마음을 이용하면 어떻게 해요?
“아유, 이용 좀 하면 어때요. 그렇게 하도록 두세요. 그렇게 내가 도움이 됐다면 좋은 일이지요. 받은 것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언젠가는 돌아와요. 그때 나에게 돌려줄 거예요.”
때
봄이 완연한 어느 저녁에는 스물한 살 피아니스트 이혁의 리사이틀에 갔다.
지난해 쇼팽 국제 콩쿠르에서 한국인으로 유일하게 결선에 진출해 화제를 모은 귀재다.
배꼽 인사를 할 땐 영락없이 앳되던 소년이 연주를 시작하자 무섭게 몰입했다.
대신 감정선이 좀 약했다. 슬픔을 흉내 내는 듯했다.
그런데 아뿔싸.
스무 살 청년의 슬픔이 심해 같다면 그것대로 우스울 일이다.
깊은 감정을 구태여 미래로부터 당겨와야 할까.
바로 그 순간의 우리만 표현할 수 있는 게 있다.
흉내 내는 아이는 오늘을 송두리째 잃어버린다.
깊이와 솔직함 중 내 손에 쥔 게 무엇인지 알 때.
다시 봄이 왔다.
또 한 권의 책이 나왔다.
우리가 만들었다.
Lee Hyunju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