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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SHION WEEK

2025 NEWYORK FASHION WEEK: EDITOR’S REVIEW

By FASHION WEEK

 DAY-1

MICHAEL KORS

마이클 코어스의 2026년 봄/여름 컬렉션, ‘Earthy Elegance’는 휴양지의 관능과 도시의 세련을 동시에 담아낸 쇼였다. 무대 위에는 프랭키 레이더, 팔로마 엘세서, 아두트 아케치 같은 런웨이 강자들이 등장해 쇼의 내러티브를 단단히 채웠다. 흐르는 듯한 카프탄과 튜닉은 바람과 함께 움직이는 여유로움을 담았고, 펀칭 스웨이드와 실크 보일은 자연스러움과 섬세한 장식성을 동시에 구현했다. 컬러 팔레트는 브라운과 베이지, 석양을 닮은 핑크와 오렌지 톤이 얹히며, 따뜻하면서도 차분한 무드를 완성했다. 액세서리는 오버사이즈 클러치와 마켓백, 대담한 레더 주얼리로 힘을 주었고, 샌들과 뮬은 세련된 마무리를 선사했다. 이번 시즌의 마이클 코어스는 ‘자연의 힘과 도시적 우아함이 만나는 순간’을 포착해 담아냈다. 휴양지에서든 도심에서든, 이 삶을 더 여유롭게 흘려보내고 싶은 이들을 위한 드레스 코드처럼 읽힌다.

COLLINA STRADA

콜리나 스트라다는 또 한 번 장난스럽지만 묘하게 심오한 방식으로 우리를 사로잡았다. 2026년 봄/여름 컬렉션은 황금빛으로 물드는 이스트 리버와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을 배경으로 모델들이 등장하며 막을 열었다. 혼자가 아닌, 각자 짝을 이뤄 런웨이를 걸었고, 개중에 ‘그림자’처럼 온몸을 뒤덮는 블랙 시스루 보디수트로 페이스를 가린 모델들도 존재했다. 이 듀오 런웨이는 빛과 어둠, 가벼움과 무거움, 희망과 불안을 병치하는 방식으로 보였고, 콜리나 스트라다가 늘 해왔던 ‘지금 이 시대의 혼란을 입는 법’을 묻는 제스처 같았다. 옷은 풍성하고 유머러스했지만, 두 개의 실루엣이 겹쳐지는 장면은 오히려 묵직한 울림을 남겼다. 결국 이 쇼는 아름다운 황혼의 풍경만큼이나 이중적이었다. 자유분방하고 유쾌하면서도, 동시에 그림자 같은 진실을 마주하게 만드는 것. 쇼의 피날레에서 힐러리 테이무어는 그 경계 위를 또렷하게 걸었다.

 

DAY-2

AREA

요즘 모닝 클럽이 유행이라던데. 뉴욕의 아침. 모델이 첫 발을 내딛는 순간, 공기는 이미 흔들렸다. 니콜라스 애번이 이끄는 Area의 첫 무대는 클럽의 잔상과 스트리트의 뻔뻔함을 뒤섞는다. 이번 2026년 봄/여름 컬렉션은 그 충돌을 그대로 껴안는다. 데님은 해체되고 다시 꿰매졌다. 디스트로이드 와이드 팬츠 속에 반짝이는 크리스털. 로열 블루 새틴 후디와 티셔츠를 이어붙여 만든 드레스엔 스팽글이 쏟아진다. 피날레는 폭죽이라도 터트린 것처럼, 다채로운 콘페티로 무장한 드레스들이 연이어 나왔다. 애번의 데뷔 무대는 그를 축하하는 축제.

CALVIN KLEIN

캘빈클라인, 베로니카 레오니의 두 번째 무대. 그의 시선은 거리의 무심함을 고급스럽게 전환하는 데 있다. 같은 톤의 셔츠와 타이, 팬츠를 매치하거나 레더 봄버를 치노팬츠와 함께 스타일링 하는 것. 캘빈클라인의 힘은 언제나 절제와 정제 그리고 형태의 힘에서 나온다. 이번 시즌에서 유독 눈이 갔던 건, 아이코닉한 ‘Calvin Klein’ 레터링의 타이츠와 아이웨어. 레오니가 이번에도 역시 여전히 럭셔리를 새로운 차원으로 밀어붙이고 있음을 증명했다. 쇼의 음악으로 AIR의 ‘Sexy Boy’가 나왔을 땐, 괜히 웃음이 났다. 언더웨어의 전설!

OFF-WHITE

이브라힘 카마라가 뉴욕에 쏟아낸 젊음의 언어. 그는 뉴 디자인 하이스쿨 옥상을 다시 한 번, 농구장으로 만들었다. 그래피티가 가득한 공간. 학생들의 에너지. 오프화이트를 위해 모인 사람들. 오프화이트는 뉴욕으로 돌아왔고, 버질 아블로의 언어를 해치지 않은 채 쇼를 선보였다. 2026년 봄/여름 컬렉션의 주제는 ’POP ROMANCE’.

ALEXANDER WANG

알렉산더왕. 20주년. THE MATRIARCH. 이번 2026년 봄/여름 컬렉션은 “20 Years to the Future.” 과거에 대한 향수가 아닌, 앞으로의 미래에 대한 새로운 언어를 던졌다. 무대 위에 등장한 모델들은 모두 강렬한 ‘파워 드레싱’을 입은 채 등장했다. 각진 숄더와 화려한 메탈 디테일, 과감한 드레이핑까지. 드론이 무대의 길을 비추는 조명이 되었고, 강렬한 비트의 테크노 음악이 심장을 쪼였다. 쇼의 막이 내리자마자, 파티가 이어졌다. 쇼의 일부였던 게임을 실제로 하는 사람들까지.

KHAITE

짙은 안개와 검은 물 위를 가로지른 케이트의 2026년 봄/여름 컬렉션은 영화의 한 장면처럼, 현실과 환영의 경계 위를 걷는 듯 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캐서린 홀스테인은 다양한 실루엣의 볼레로와 칵테일 드레스, 그리고 시그너처 백과 슈즈로 다시 한번 입지를 공고히 했다. 길게 늘어진 피셔맨 레더 재킷과 도시적 무드를 담은 더블브레스트 레더 재킷. 동시에 시스루 드레스와 봄꽃이 만개한 듯한 자수 블라우스가 어우러졌다. 레더와 시스루, 거친 것과 여린 것이 서로 공존하는 무대였다. 과장된 턴업 밑단의 데님 팬츠와 도트 블라우스, 그리고 켄달 제너가 입은 시스루 도트 스커트 역시 이번 시즌 트렌드의 서막을 알리는 듯한 장면으로 남았다.

COACH

코치의 BAG, BAG, BAG!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스튜어트 베버스가 이번 2026년 봄 컬렉션에 주목한 건 빛과 그릿의 공존. 철과 유리가 뿜는 차가운 광채, 그리고 매일의 삶이 남기는 거친 흔적. 그 긴장감이 런웨이를 가득 채웠다. 이번 컬렉션은 정제된 형태의 레더로 시작된다. 스웨이드, 나파, 그리고 오버사이즈 데님과 워크웨어 팬츠가 뒤엉켜 도시의 무게감을 드러낸다. 컬러 팔레트는 화이트와 허니 브라운, 페이드 블랙을 중심으로, 파스텔 블루·옐로·그린과 메탈릭이 불시에 튀어 오른다. 아우터웨어는 간결하다. 미니멀한 블랙 모토 재킷, 블루종, 크롭 재킷, 그리고 몰스킨 피코트까지. 세월에 바랜 티셔츠와 슬리브리스 톱이 겹겹이 쌓여, 뉴욕 거리의 현실적인 레이어를 연출한다. 그래픽 티셔츠에는 미국의 아이코닉한 풍경이 얹혀, 코치의 시선으로 본 아메리칸 스타일을 담았다. 한층 자유로워진 태비 백은 부드럽게 재해석되어 클러치로 등장했고, 라운드 키스락 파우치는 도시적인 유머를 더했다. 볼드한 부츠, 부드러운 더비 슈즈, 끈 디테일의 플랫이 균형을 맞췄다. 쇼 공간은 거대한 캔버스였다. 세피아빛 스크림 속에 드러난 건물 파사드와 도시의 파노라마. 빛과 그림자가 쏟아지는 무대 위에서 모델들은 마치 뉴욕 거리를 가로지르는 군중처럼 걸어 나왔다. 하나의 런웨이가 아닌, 끊임없이 이어지는 도시의 장면으로. 아주 개인적인 사랑의 기호처럼 반짝인다.

text KEEM HYOBEEN(MEG)

2025 LONDON FASHION WEEK: EDITOR’S REVIEW

By FASHION WEEK

 

DAY-4

ASHLEY WILLIAMS

집과 돌봄. 보호. 누군가에겐 당연한 일상이건만 원하고 바랐던 것. 애슐리 윌리엄스의 2026 봄/여름 컬렉션은 그 누군가의 일상에서 출발했다. 어느 작은 마을, 하얗고 낮은 울타리로 둘러싸인 집에서 사는 아이를 떠올린다. 인형을 갖고 놀고 만화책을 읽고 정원에 물도 주고, 그런 평범한데 특별한.

이번 시즌 애슐리 윌리엄스는 유년의 기억과 상상력을 불러냈다. 런웨이에는 민트·베이비 핑크 같은 파스텔 톤의 유니폼, 아이의 낙서 같은 프린트가 새겨진 파자마, 곳곳에 숨어 있는 쿠션 패드, 장난감 핀을 연상시키는 키치한 액세서리 등 익숙한 물건들이 낯설게 변주됐다. 화장지 롤을 뱅글처럼 연출한 디테일에선 특유의 유머 감각을 엿볼 수 있다.

잠시나마 동심의 세계로 빠져든다. 그리고 윌리엄스는 질문을 던진다. “공동체란 무엇인가? 집을 집답게 느끼게 하는 정서적 감각은 누구에게 주어지는가?”

SIMONE ROCHA

리본과 플라워 장식 등 시몬 로샤만의 로맨틱한 룩이 런웨이를 가득 채웠다. 크리놀린과 버슬로 볼륨을 강조한 스커트가 돋보였는데, 어딘가 불안정하고 삐뚤어진 듯한 실루엣이 오히려 특별하게 느껴진다. 서로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오간자, 시퀸, PVC 같은 소재들이 뒤섞이며 기묘한 조화를 이룬다. 베개를 꼭 안은 모델의 모습, 리본 사이에 꽂힌 꽃, 꽃잎을 뒤집어 쓴 듯한 트래퍼 해트는 낭만을 품었다.

ERDEM

역사와 환상, 현실과 꿈이 공존하는 세계. 19세기 말 자신을 인도의 공주이자 프랑스 왕실의 후손, 화성 여행자라고 믿었던 사람. 에르뎀 2026 봄/여름 컬렉션은 스위스 출신 영매 헬렌 스미스에게서 영감을 얻었다. 그의 다층적인 정체성은 옷으로 번역됐다. 19세기 복식과 장식적 요소가 현대적 실루엣과 결합했고, 머스큘린 재킷과 뷔스티에 톱, 워크 재킷과 드레스가 자유롭게 믹스매치된 것. 그의 삶처럼 화려하면서도 섬세하고, 동시에 몽환적이기도 하다. 우아함은 다면적이고 유연할 때 드러난다는 걸 다시금 느낀 순간!

 

DAY-5

BURBERRY

푸르른 하늘을 프린트한 천막 아래, 버버리 2026 봄/여름 쇼가 열렸다. 볼륨감 덕에 열기구 안에 들어온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쇼가 열린 곳은 런던 켄싱턴 궁전의 퍼크스 필드. 17세기에 조성된 이 비밀 정원은 버버리가 과거 자주 사용했던 쇼 장소이자 크리스토퍼 베일리 시절 이후 10년 만의 귀환지다.

영국 록 밴드 Black Sabbath의 ’N.I.B.’와 ‘You Won’t Change Me’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여름 페스티벌 무드를 담은 룩들이 줄지어 나왔다. 비틀즈, 사이키델릭, 피트 도허티와 케이트 모스…, 1960-70년대 밴드와 2000년대 인디 슬리즈가 공존했다. 프린지, 크로셰, 메탈릭, 스키니 스카프, 애시드 컬러, 햇빛에 바랜 듯한 색감. 몇몇 룩은 영화 <라스베가스 공포와 혐오>속 장면처럼 광기 어린 로드트립을 떠올리게 했다. 이번 시즌 다니엘 리는 영국과 음악, 젊음, 자유를 노래한다. 그것도 아주 버버리다운 방식으로!

ASHISH

춤판이 벌어졌다.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모델들이 자신만의 리듬을 타며 런웨이를 댄스 플로어로 바꿔놨다. 미러볼처럼 눈부신 룩이 주를 이뤘고 형형색색으로 물든 드레스가 있는가 하면 타이 다이 드레스, 챕스(카우보이가 바지 위에 덧입는 팬츠) 등 의상 또한 다채롭다. 백스테이지에서 디자이너를 만났다. ’FASHION NOT FASCISM‘라 쓰여 있는 그의 티셔츠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이번 시즌의 메시지가 무엇이냐고 묻자 대답 대신 티셔츠를 가리킨다. 억압 대신 자유를, 획일 대신 다양성이 존중받는 사회를 위해.

DILARA FINDIKOGLU

또각또각. 나무 바닥 위를 걷는 구두 소리, 쇠사슬이 끌리는 소리, 철문을 여는 소리로 쇼가 시작됐다. 숨 죽인 관객 사이로 모델들은 비틀비틀 불안정하게 걷는다. 라텍스, 가죽, 코르셋, 메탈릭, 스터드 등 BDSM을 연상케 하는 디테일 속에서 자유와 속박, 순수함과 욕망을 동시에 보았다.

text KIM SOYEON(KIM)

 

 

2025 MILAN FASHION WEEK: EDITOR’S REVIEW

By FASHION WEEK

DAY-1

DIESEL

글렌 마틴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션 아래 ‘패션 민주주의‘를 꿈꾸는 디젤은 소수에게만 허락된 ’패션쇼‘ 대신 밀란 시민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게임‘을 선택한다. 알 속에 갇힌 디젤 소녀 소년들은 이곳 시각 오후 7시 30분부터 11시까지 밀란 시내 곳곳에서 디젤 에그 헌트 게임을 시작한다. 헌팅이 시작되면, 헌터들(누구나 가능)은 밀란 전역에 숨겨진 컬렉션의 룩을 안내하는 지도에 접속할 수 있다. 각 룩은 모델이 착용한 상태로, 거대한 투명한 에그 형태의 캡슐 속에 전시되며, 자율성과 자기결정이라는 메시지를 담아 도시 속에 모습을 드러낸다. 그러니까 디젤 에그 헌터 게임은 단순한 게임이 아닌 패션쇼를 경험하는 완전히 새로운 방식인 셈이다. 고백. 머리로는 대충 알겠는데 그래서 이 게임의 룰이 정확히 뭔지 여전히 아리송하다. 노화의 증거 같은 건가. 하지만 그게 뭐든 알을 깨고 세상에 나서는 일은 박수받아 마땅한 일일 것이다. 내친김에 등장한 밀키웅의 ’얼굴들’ 시리즈와 함께.

text MILKY

GUCCI

과감한 섹시함, 화려함, 어떤 담대함으로 쉽게 규정할 수도 있는 구찌는 모두가 알고 있듯 어떤 식으로든 드라마틱하다. 역사니, 전통이니 하는 순수한 금기로부터 비교적 자유롭다. 스토리텔링이 용이하다는 점에서 뎀나의 구찌는 벌써부터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이만큼 차고 넘치는 듯하다.
그의 첫 번째 구찌 컬렉션 ‘구찌: 라 피밀리아’와 스파이크 존즈와 할리나 레인이 연출한 단편영화 는 몽환적인 시간의 틈새에서 길을 걷다가 문득 마주친 한 편의 오래된 꿈 같다. 뎀나의 구찌는 아코디언처럼 접혔다가 펴지는 시간 위에서, 바람처럼 스며드는 색채와 가족이라는 이름의 낡고도 따사로운 풍경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어느 날 오후, 바바라 구찌와 그의 가족, 개성 넘치는 손님들이 모인 대저택의 식탁에는 숙명처럼 한 마리의 호랑이가 눌러앉았다. 그 호랑이는 오랜 사연으로 마음이 갈라진 가족 사이를 가로질러 소리 없이 걸어간다. 데미 무어의 머리칼에서는 비밀스러운 향기가 피어난다. 포도주를 따르는 손끝, 치맛자락을 스치는 낮은 음성들, 구찌의 직물처럼 교차하는 운명과 기억들.
뎀나의 구찌는 그 어느 때보다 현란하고 대담하다. 그러나 그 화려함 뒤에는 사라지지 않는 상실의 그림자, 그리고 품위와 유머를 동시에 잊지 않는 이탈리안식 가족애의 미묘한 온도가 스며 있다. 가족의 이야기, 칵테일 잔을 기울이는 특별한 손님, 즐거움과 긴장감이 한데 뒤섞인 우아한 만찬. 때론 부드럽고 환상적이며, 때론 현실로부터 불쑥 걸어 나온 듯한 망설임.

뎀나의 구찌는 의 스페셜 스크리닝을 위해 밀란 증권거래소 본관 1층 전체를 극장으로 탈바꿈했다. 에스프레소를 왈칵 엎지른 듯 브라운 빛 카펫이 바닥 너머 의자와 벽과 커튼까지 하나로 물들였다. 서라운드 사운드와 플로럴 모티브가 새겨진 세 개의 샹들리에가 선사한 경험은 단순한 사치 이상의 기묘한 노스텔지어를 자극한다. 영화가 끝날 즈음, 누구에게나 도달하는 결론. 삶은 대담한 패턴과 그 사이사이에 새겨진 부드러운 실밥들, 그리고 다시 사랑을 배우는 사이클. 그것이 바로 뎀나의 구찌, 가족의 세계다.

에도 잔뜩 쏟아져 내린 ’구찌: 라 파밀리아’ 컬렉션은 서울을 포함한 전 세계 10개 도시의 구찌 매장에서 10월 12일까지만 짧고 굵게 판매한다. 그런 뎀나의 기세, 좀 좋아한다. 뎀나의 구찌, ‘구찌: 라 파밀리아’ 컬렉션, 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는 <데이즈드> 디지털 DAZEDKOREA.COM에서 곧 다시 만날 수 있다.

text MILKY

DAY-2

JILSANDER

밀키웅의 얼굴들. 섣부른 편견인지 모르지만 ‘생긴 대로 산다’라는 말, 어느 정도 굳게 신뢰한다. 작업자의 얼굴이라면 더욱이 얼굴과 작업은 닮아가기 마련이다. 덤덤한 얼굴의 시모네 벨로티의 첫 번째 질 샌더는 ‘미니멀리즘’이라는 그렇고 그런 코드를 날카롭고 치밀하게 재구상한다. 섬세하다는 말보단 치밀하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바람을 머금은 듯한 실루엣과 소재, 컬러의 대비와 충돌. 다시 또 질 샌더의 시작.

text MILKY

FENDI

펜디의 쇼는 마치 유리잔에 담긴 노랑 레몬수 같았다. 표면은 단순해 보이지만, 안쪽에는 거품이 피어오르고 그 사이로 햇빛이 투명하게 굴절되었다. 실비아 벤투리니 펜디가 말한 ‘이중성’이라는 건 아마 그런 것이었을 거다. 한쪽에서는 무심히 흘러가고, 다른 쪽에서는 기묘하게 집요한 정밀함이 고개를 든다. 나는 그 균형을 음악 속 베이스의 떨림처럼 느꼈다.

모델들이 걸어 나와 광학적인 색채와 구조들을 몸에 걸칠 때, 그것은 의상이 아니라 마치 달콤한 꿈의 조각 같았다. 흰색과 콘크리트 톤 사이로 투명한 오간자가 날아다니고, 버블껌 핑크와 옐로우는 어딘가 오래된 여름날 오후 두 시의 공기 냄새를 닮아 있었다. 사람들은 그것을 패션이라 부르겠지만, 내게는 어떤 기억의 파편, 계절을 꿰뚫고 나를 따라다니는 배경음 같은 것이었다.

마크 뉴슨이 디자인한 무대는 마치 픽셀화된 로마의 거리처럼 보였다. 낯설면서도 익숙하고, 차갑지만 동시에 따뜻했다. 그 사이를 지나가는 옷들은 한순간 무너질 듯 가볍고, 또렷하게 자기 자리에서 버텼다. 지퍼와 드로스트링이 달린 재킷은 스포츠웨어 같았고, 동시에 밤에 피는 꽃처럼 은밀한 우아함을 가졌다.

새롭게 소개된 가방과 액세서리에 시선이 오래 머물렀다. 구슬이 이어진 듯한 펜디 콜리에, 투명한 플로럴 비즈로 꾸며진 피카부, 그리고 케이블 니트 실크로 환생한 스파이 백. 그것들은 단순히 소유하는 물건이 아니라, 무언가와 결속을 맺는 비밀스러운 약속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음악. 프레데릭 산체스가 만든 사운드트랙은 마치 영화의 오래된 컷들을 이어붙인 몽타주 같았다. 마스트로이안니와 안나 마냐니, 알랭 들롱의 목소리가 전자음 속에서 흘러나올 때, 나는 눈앞의 런웨이가 실제인지 아니면 환상인지 헷갈렸다. 그건 ‘픽셀화된 산책로’라는 말이 정확히 맞았다.

쇼가 끝나고 난 후 밀란에는 내내 폭우가 쏟아졌다. 기묘한 우울과 낯선 기쁨이 섞여 있었다. 여름의 끝에서 겨울을 떠올리는 듯한 기분. 혹은 방금 본 장면이 나를 떠나지 못하고, 내 삶의 어딘가를 점점 증식해가는 듯한 느낌. 펜디는 그렇게 내 앞에 남았다. 아주 가볍고, 동시에 잊을 수 없을 만큼 무겁게.

text MILKY

 

DAY-3

EMPORIO ARMANI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엠포리오 아르마니 그 마지막. 사람들은 모두 웃으며 눈물을 흘렸다. 죽음은 늘 단지 끝이라고 굳게 믿어온바, 지금 이 순간은 ‘영원’을 믿고 싶어졌다. 좀 순수해 보일지라도. 어쩌면. 안녕히 가세요. 조르지오 아르마니 씨. 엠포리오 이글로 다시 태어나 용맹하게 날아다니시길.

text MILKY

MOSCHINO

프랑코 모스키노가 1983년 시작한 모스키노는 도발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단순한 재미와 자극만을 추구한 건 아니다. 모스키노는 오랫동안 사회적, 정치적, 문화적 메시지를 전하는 브랜드였다. 때로는 유쾌한 위트로, 때로는 날카로운 풍자로 시대를 말해왔다.

지금 모스키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아드리안 아피올라자는 소문난 아카이브 컬렉터이자 그렇게 수집한 4,000여점이 넘는 아카이브 피스를 판매하는 빈티지 숍의 대표로 알려진다. 요지 야마모토, 비비안 웨스트우드, 장 폴 고티에, 꼼데가르송, 마르탱 마르지엘라, 그리고 프랑코 모스키노. 그가 사랑하고, 수집하여 탐구한 이름들.

아드리안 아피올라자에게 패션은 그의 전부일 확률이 높지만 동시에 컬렉션 제목처럼 니엔테nitnte, 즉 아무것도 아닌 그 무엇일지 모를 일이다. 진짜 진짜 사랑하는 것 앞에서 우리는 되려 담담해져 버린다. 니엔테는 또한 재발견이자 재상상, 재배치다. 기존의 것은 짜깁기 되고 다르게 또는 새로이 결합하여 전혀 낯선 물성과 모양, 의미를 지닌다.

그러니까 아드리안 아피올라자의 모스키노는 그냥 단순히 웃기고 재미있는 ‘광대 옷’이 아니다. 아무것도 아닌 것에 존재하는 무엇. 차라리 발견이라면 모를까.

text MILKY

PRADA

‘반전’과 ‘색의 유희’. 프라다 2026 봄/여름 쇼를 보고 난 뒤 머릿속에 맴 돈 두 가지 키워드다. 앞면은 플리츠 스커트, 뒷면은 프릴 스커트거나 두툼한 레더 코트 안에 은은한 광택감의 새틴 드레스를 매치하는 식이다. 무엇보다 컬러 매치의 치밀함이 눈에 띈다. 손에 닿는 대로 무심하게 조합한 듯 보이지만 새삼 완벽하다. 그래서 쿨하다. 핑크와 옐로, 베이지와 민트, 오렌지와 퍼플, 옐로와 퍼플… 어느 때보다 컬러풀하다. 프라다식 유니폼은 이브닝 웨어와 뒤섞이며 기존의 위계를 무너뜨리고, 구조는 가볍고 자유롭게 재구성된다. 오버올처럼 어깨에 걸친 스커트, 가위로 싹둑 자른듯한 튜브톱 등은 전통적 질서에 대한 해방의 선언처럼 읽힌다.

text MILKY

MAXMARA

쇼 시작 전 백스테이지에서.
알렉스 콘사니가 런웨이에 오르기 전 룩 체크를 받고 있다. 룩 순서가 정리된 보드를 엿봤다. 모델들의 얼굴과 의상을 번갈아 보며 앞으로 펼쳐질 장면을 그려본다. 전체적으로 보니 클래식 트렌치코트의 다양한 변주가 이번 컬렉션의 중심임을 알 수 있었다. 힙 라인을 따라 흐르는 풍성한 장식, 수백 장의 조각을 접어 완성한 꽃잎 같은 오간자 스커트, 홀터넥 드레스로 변모한 트렌치코트 등. 거의 모든 룩에는 엘라스틱 벨트와 하네스 형태의 스트랩이 더해져 실루엣을 또렷하게 완성한다. 긴장감이 고조된다. 이제 쇼가 시작된다.

text KIM SOYEON(KIM)

 

DAY-4

TOD’S

2024년 2월이었나, 밀란 어느 트램 창고인지 역에서 열린 마테오 탐부리니의 첫 토즈 쇼를 직접 봤다. 그 기억이 여전히 선명하다. 이른 아침이었는데 추적추적 비가 내려 밤처럼 어두웠다. 개인적으로는 사실 별 기대가 없었다. 그날의 첫걸음으로 안중에 없던 토즈를 다시 보게 됐다. 믿게 되었고 나아가 좋아하게 되었다. 딱 일 년 전 이맘때도 나는 토즈 쇼장에 앉아 있었다. 그 쇼를 보고 나와 아래와 같은 감상을 적었다.
“어떤 작업자는 금세 판을 뒤집고 싶어 한다. 드라마틱한 반전이야말로 자신을 증명하는 유일한 해답이라 믿는다. 마테오 탐부리니는 그와 대척점에 있는 작업자 같다. 현명하다. 현실적이다. 합리적이다. 이성적이다. 수용적이다. 자신의 이름을 증명하기보다 자기가 속한 팀과 조직을 계승하고 증명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믿는 사람 같다. 야금야금 살금살금 슬쩍슬쩍 자신의 터치를 더 한다. 나아가야 할 곳과 변화해야 할 것, 또 멈춰서야 할 곳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는 인상이 강하다. 지금 이 상태라면 ‘토즈’ 또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그의 뒤를 품어 봐줄 것 같다. 그러니까 이것이 ‘뉴 토즈’다. 긴 여정의 시작은 이제부터다.”
+
오늘.
현장에 있다 보면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느낄 수 없는 기운, 기세 같은 에너지가 확실히 더 잘 느껴진다. 옷이 뭐 어떻고 저떻고, 소재가 이러쿵 저렁쿵 다 떠나 오늘 토즈의 걸음걸음에는 감미롭지만 또 여유롭지만 세련된 에너지가 빡! 강하게 전해졌다. 그 옷을 입고 걷는 모델의 충만한 표정에서, 평소와 좀 다른 뜀박질을 선보인 마테오 탐부리니의 피날레에서 이미 다 느껴지지 않나? <데이즈드>와 나눈 글로벌 인터뷰에서 마테오 탐부리니가 말했다. “사랑받는 브랜드, 이것이 우리 토즈가 가장 하고 싶은 일이에요.” LEAVE YOUR MARK. 토즈의 자취가 남는다.

text MILKY

 

SUNNEI

재기발랄한 아이디어로 매시즌 기대를 모으는 써네이의 쇼. 또 어떤 퍼포먼스를 보여줄까 했더니 이번엔 옥션 컨셉이다. 국제 미술품 경매 회사인 크리스티아와의 협업. 초대된 관객들에게 가상 패션 달러가 주어졌고(실제로 참여할 수 있었다), 입찰자들은 이번 시즌 룩을 입고 있었다. 경매 물품은? 바로 써네이와 두 명의 공동 디렉터!

text KIM SOYEON(KIM)

 

DAY-5

VERSACE

어쩌면 적어도 패션‘쇼’는 음악과 얼굴이 전부일 거라 믿는다. 프린스, 아서 러셀, 엔니오 모리꼬네, 마르챌러 조르다니, 마돈나, 유리스믹스, 콕토 트윈스, 소노로 이어지는 트랙 리스트. 지난밤 다리오 비탈레의 베르사체는 그러니까 80년대, 이탈리아, 퀴어함, 그것을 모두 아우르는 지아니 베르사체를 향한 헌사와 같았다. 하지만 묘하게 지금의 것. 그게 중요하다. 다리오 비탈레만의 비전.

text MILKY

FERRAGAMO

모델들이 런웨이에 오르기 전, 맥시밀리언 데이비스는 각 룩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세심히 살펴본다. 몰두 속에서도 서두름은 없다. 오히려 차분하고 여유로운 태도가 인상적. 페라가모 2026 봄/여름 컬렉션은 1920년대 재즈 시대로 돌아간다. 이국적인 프린트와 텍스처, 해방된 여성성을 상징하는 드레스와 언더그라운드 재즈 클럽의 슈트, 그리고 아카이브에서 영감을 얻은 구조적인 힐과 더비 슈즈, 아이코닉한 허그 백까지. 맥시밀리언 데이비스의 시선을 통해 다시 태어났다.

text KIM SOYEON(KIM)

BOTTEGA VENETA

보테가 베네타라는 이름. 이탈리아어로 ‘보테가’는’ 작품의 제작과 전시, 판매를 겸하는 공방’을 의미하고, ‘베네타’는 이탈리아의 베네토 지역명을 뜻한다는 때아닌 사실을 쇼장으로 가는 차 안에서 제대로 알았다. 장인 정신의 또 다른 말. 지금 세상에서 어쩌면 조금 새삼스러운 개념. 루이스 트로터는 자신의 첫 번째 보테가 베네타 컬렉션에서 단지 그뿐이면 족하다는 태도로 브랜드의 상징이기도 한 ‘인트레치아토 기법’을 전면에 내세운다. 가감 없이 뽐내고 자랑한다. 컬렉션은 마치 기나긴 역사 속의 여러 점이 한데 모여 흐르는 물줄기 같았다. 객석의 맨 앞줄은 베니스 무라노섬의 유명한 형형색색 스툴로 꾸며져 있었다. 천장에선 한국의 이광호 작가의 설치물이 비처럼 조각처럼 흩날리는 나무처럼 늘어져 내리고 있었다. 바람은 느껴지지 않았지만, 공기 중에 베니스의 물기 가득한 흔적이 가라앉아 있는 듯 그랬다. 시간도 공간에 그마저 스며들어, 각각의 옷이 살아서 입체적으로 숨 쉬고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건 마치 가뿐한 조각의 걸음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생동감과 적당히 속물 같은 화려함, 단순하고 당연한 본질이 새겨진 옷이라 말한다면? 전통적인 형태는 해체되고, 새로운 양식을 갖춰 입는다. 인트레치아토는 그저 기법이 아니다. 그것은 두 줄의 띠가 만나고 꼬여서 더 강해지는 마법이다. 서로 다른 것들이 만나 연결되어, 더 견고한 전체를 이룬다. 손과 마음이 하나 되어 만드는 세계, 어쩌면 루이스 토르터가 꿈꾸는 보테가 베네타는 그런 공방이 아닐까. 니나 시몬과 데이빗 보위의 목소리가 주거니 받거니 엇갈려 공간을 메운다. 완벽한 선언 아닌가. 웃는다. 그저.

text MILKY

DOLCE & GABBANA

파자마와 란제리. 가장 편안하고 친근한 옷. 돌체앤가바나의 2026 봄/여름 컬렉션 ‘PJ Obsession’은 파자마의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다. 지난해부터 복서 쇼츠와 파자마 팬츠가 트렌드로 부상했지만 돌체앤가바나는 더 나아가 다채로운 스타일로 제안한다. 잠옷 자체로서, 일상의 리얼웨이에서, 오피스 룩으로서, 화려한 파티 룩으로서. 줄지어 나오는 룩들을 찬찬히 뜯어본다. 스타일링의 즐거움은 예상치 못한 것들의 믹스매치에서 오는 법인데, 그 방법이 끝이 없어 보인다. 즐거움이 가득하다. <섹스 앤 더 시티> 속 캐리 브래드쇼가 떠오른다. 새해 전날 파자마 위에 퍼 코트를 걸친 채 거리로 나가는 그 장면! 코튼 소재의 오버사이즈 파자마에 블랙 란제리와 크리스털 자수가 어우러지고, 섬세한 테일러링 위에 관능미를 더한 란제리가 결합되며 가장 친근한 의상은 곧 대담한 패션 언어로 다시 태어난다. 이제, 파자마는 더 이상 집에 머무르지도, 잠들지도 않는다.

text KIM SOYEON(KIM)

 

2025 PARIS FASHION WEEK: EDITOR’S REVIEW

By FASHION WEEK

 

DAY-1

SAINT LAURENT

해가 서서히 기울고, 트로카데로 분수 앞 정원에서는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들려오지만, 쇼가 시작되고 세상은 고요해진다. 리본을 단단히 묶은 채, 그 리본의 부드러움과는 정반대의 강렬한 힘을 지닌 넓은 어깨의 레더 재킷을 걸친 모습. 수국의 하얀 파도가 바람에 흔들리고, 그 어두운 실루엣은 정원의 그림자와 자연스럽게 뒤섞인다.

생 로랑의 여성은 영웅이다. 검은 가죽 속에서 날카롭게 빛을 뿜어내던 실루엣은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슬림하고 타이트해진다. 이어 얇디얇은 나일론 드레스가 나타나고, 마침내 바람을 머금고 부풀어 오른다. 에펠탑의 불빛은 밤하늘에 흩어지고, 얼굴을 가릴 만큼 커다란 이어링은 그 빛을 받아 눈부시게 반짝인다. 모든 것이 아찔할 만큼 선명하게.

여성은 강하다. 레더를 걸치든, 가벼운 나일론을 입든. 단순한 표면의 장식을 넘어서,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단단함. 경계를 넘나들며 자신을 세우는 힘. 때로는 날카롭게, 때로는 유연하게, 서로 다른 결을 이어내며 존재하는 힘. 말보다 깊고, 말보다 오래 남는 언어로.

안토니의 옷은 단순히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하나의 이야기이자, 질문이자, 대답. 나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내가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한 의문과 그 해답을 던져준다. 어쩌면 지금의 나에게 가장 필요한 한 편의 시처럼. 그리고 오래도록 내 안에서 조용히 반짝일 하나의 기억처럼.

text LEE SEUNGYEON(SIEN)

JULIE KEGELS

꿈에서 깨어나 반쯤 준비된 상태로 문을 열고, 일하러 달려가며, 그다음엔 파티장으로 향하기까지!

text LEE SEUNGYEON(SIEN)

HODAKOVA

낡은 것들 속에서 피어나는 새로운 생명을 담아낸 호다코바 2026년 봄/여름 컬렉션. 비에 젖은 대지에서 솟아오른 듯한 실루엣들은 재생과 순환의 메시지를 품고, 장인의 손길로 다시 엮인 소재들은 오랜 시간의 흔적을 머금고 새 생명으로 태어난다. 단단함과 부드러움, 구조와 감성이 맞물리는 경계에서 호다코바 특유의 조형미와 해체주의적 접근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text LEE SEUNGYEON(SIEN)

VAQUERA

파리로 이주한 뉴욕 브랜드 바퀘라. 파리의 고풍스러움에 반기를 들며, 큰 리본과 부풀어 오른 실루엣 속에 그들의 고뇌와 자유에 대한 갈망이 서려 있다. 이번 2026년 봄/여름 컬렉션에서, 그들은 ‘좋은 취향’이라는 개념에 의문을 던진다. 무엇이 좋은 것이고 무엇이 나쁜 것인가. 상업성과 실험성 사이, 바퀘라가 택한 길은 여전히 불안정할 수 있지만, 그만큼 생생하다고.

text LEE SEUNGYEON(SIEN)

 

DAY-2

LOUIS VUITTON

‘집’이라는 안식처에서 피어나는 우아함. 포근한 소재와 목욕가운처럼 편안한 옷, 다양한 장식들이 황금빛 천장 아래에서 은은하게 빛을 발한다. 옛 시간을 품은 공간에서 옷들은 마치 오래된 기억처럼 조용히 스며들었다. 단순한 홈웨어가 아닌, ‘집에서의 삶’을 다시 정의하며.

text LEE SEUNGYEON(SIEN)

 

DAY-3

DIOR

조나단 앤더슨이 선사하는 뉴 디올. 영국의 다큐멘터리 감독이자 영화 제작자인 아담 커티스Adam Curtis의 필름이 쇼의 시작을 알렸다. 과거와 현재, 현실과 꿈이 뒤섞인 무대 위. 그가 감춘 긴장감을 뒤로한 채, 봄바람에 살랑이는 가벼운 실루엣이 무대를 가득 채웠다. 작아진 바 재킷과 퍼프 스커트 사이로 돋보인 코르셋, 케이프, 드레이핑은 디올의 아카이브에서 출발해 조나단만의 아이코닉함으로 완성되었다.

text LEE SEUNGYEON(SIEN)

 

DAY-4

RICK OWENS

모든 생명체는 물에서 태어나 물로 회귀하노니, 물의 정화의식을 통해 새 생명을 얻게 되리라. 릭 오웬스의 분신들이여, 물로서 새 활력을 얻고 영원의 심장을 뛰게 하라.

text LEE SEUNGYEON(SIEN)

SCHIAPARELLI

최근 몇 년간 영화 관람객 수는 급감한 반면, 박물관 관람객 수는 급증했다는 이야기를 접한 다니엘 로즈베리. 서사적 맥락의 중요성이 대두되는 요즘, 단순한 ’재미‘를 찾아 떠나는 것이 아닌 ’영감‘을 찾아 떠나는 여정이 이 곳에 있다. 퐁피두 센터에서 선보이는 스키아파렐리의 ”전시“, 그리고 이곳에서 느끼는 어떤 카타르시스의 형태들.

text LEE SEUNGYEON(SIEN)

ISABEL MARANT

모래바람을 뚫고 등장한 이자벨 마랑의 보헤미안 소년소녀들. 바짝 마른 사막 바람에 흩날리는 헤어와 느슨한 실루엣이 자유를 그린다. 거친 바람이 불어도 그저 즐기며, 그런 태도. 

text LEE SEUNGYEON(SIEN)

 

 

 

 

DAY-7

LACOSTE

파리, 에펠 홀의 유리 천장 아래에서 한순간 경기장 한편의 라커 룸에 들어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벽에는 욕실 타일이 붙어 있었고, 유리창에는 김이 서려 있었다. 선수들이 샤워를 마치고 돌아와, 젖은 나일론과 타월로 된 옷을 아무렇게나 벗어던졌을 법한 그런 공간. 라코스테는 이번 시즌, 우리를 경기장의 가장 은밀한 공간으로 초대했다. 라커 룸. 승리와 패배 사이, 땀과 침묵이 교차하는 그곳.

펠라지아 콜로투로스는 미완의 순간에서 매혹을 찾았다. 젖은 유니폼을 벗어 던지는 루즈한 실루엣, 투명 오간자와 타월링 소재가 만들어내는 즉흥적 자유. 그가 불러낸 모델들은 모두 경기 뒤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승리의 환희와 패배의 정적이 묘하게 뒤섞인, 조금은 몽환적인 표정. 느슨하게 풀린 셔츠와 루즈한 실루엣은 마치 새벽 러닝 후 땀에 젖어 돌아온 청춘의 옷장 어딘가에 여전히 걸려 있을 법했다. 완벽을 향한 집착을 해체하고, 미완의 순간에 숨어 있는 매혹을 꺼내 보이는 장면들.

투명한 오간자 위로 스포트라이트가 부드럽게 흘렀다. 샤워 커튼 같기도 하고, 꿈속에서 본 얇은 막 같기도 했다. 타월링 재킷과 미러 가죽이 차례로 나타났는데, 거울 같은 표면은 마음속 작은 의심과 두려움을 은근히 비추는 것 같았다. 컬러는 과거에서 왔다. 선명한 오렌지와 블루는 테니스 코트의 오래된 페인트 자국 같았고, 라코스테 그린은 여름날의 풀 냄새처럼 은근하게 스며들었다.

쇼가 끝날 즈음, 한여름 오후의 기억을 떠올리고 있었다. 햇볕에 달궈진 클레이 코트, 아직 어설프던 백핸드, 그리고 이어지는 미묘한 침묵. 아마도 이번 컬렉션이 말하는 것은 그토록, 완벽하지 않았기에 오히려 더 빛나던 순간에 관한 이야기일 것이다.

밖으로 나왔을 때, 파리의 공기는 아직 차가웠다. 라코스테는 완벽을 해체하며 말했다. 패션은 경기가 끝난 뒤, 아직 땀이 마르지 않은 순간에도 여전히 존재한다고.

text MILKY

 

JEAN PAUL GAUTIER

10월의 파리는 예측불허다. 엘리베이터는 고장 났고, 비는 오락가락했다. 아끼던 모자는 사라졌고, 우버 안에서 노트북에 몰입한 채 급히 내리다 짐을 쏟아버리길 반복. 끝이 보이지 않는 500미터 흙길을 네 번이나 전력질주했다. 과호흡을 막으려 입술을 꾹 다물어봤지만, 결국 급박한 숨을 몰아쉬었다. 장 폴 고티에는 디자이너 고티에가 은퇴한 이후, 여러 게스트 디자이너가 바통을 이어오다 드디어 ‘정식 후임자’를 세웠다. 예측할 수 없는 쇼를 만드는 또 다른 ’악동‘, 듀란 란틴크. 해체된 옷, 기묘한 신체의 형태를 뒤섞으며 젠더의 경계를 흔드는 네덜란드 출신의 실험적 디자이너다. 그의 첫 장 폴 고티에 컬렉션 타이틀은 ‘Junior’. 전신을 덮은 타이츠엔 체모가 사실적으로 묘사된 나체가 인쇄돼 있었고, 마리니에르 스트라이프는 와이어로 뒤틀리며 입체감을 만들었다. 익숙한 콘브라는 더 낯설고 우스꽝스럽게 변형된 모습. 불편하면서도 재미있게, 그래서 더욱 눈길이 가는. 듀란 란틴크는 고티에가 한때 보여줬던 대담함, 장난기, 그리고 불편함을 다시 데려왔다. 10월의 파리, 어디로 튈지 모르는 듀란의 장 폴 고티에. 쇼를 보고 있자니, 무거웠던 입술이 조금씩 풀리더니 삐딱하게 올라간다. 2026년 봄/여름 파리 패션위크는 막바지를 향해 달려간다. 힘을 끌어올리며, 다시 한번 입꼬리에 힘을 줘본다. 하하핫.

text LEE SEUNGYEON(SIEN)

 

DAY-8

CHANEL

마티유 블라지의 우주. 그는 샤넬과의 첫 컬렉션을 가브리엘 샤넬과의 상상속 대화로 구성했다. 마치 같이 우주를 유영하듯, 꿈처럼, 시간을 초월하는 세계. 샤넬 여사의 개인적인 스타일과 하우스의 코드들인 트위드, 까멜리아, 블랙과 화이트, 진주, 베이지를 탐구한다. 이번 컬렉션 셔츠의 출발점은 가브리엘 샤넬이 보이 카펠Boy Capel에게서 빌려 입은 샤르베Charvet 셔츠이다. 컬렉션 전반에 걸쳐 소재, 프린트, 남성적인 실루엣이 활용된다. 움직일 때마다 피어나는, 샤넬과 카펠의 러브 스토리에서 영감받은 꽃 드레스. 마티유 블라지가 그린 샤넬의 우주는,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사랑과 기억이 꽃처럼 피어나는 곳, 꿈과 현실이 교차하는 곳이었다.

text LEE SEUNGYEON(SI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