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t & Photography Woo Chul Jang

 

Riuichi Sakamoto 1982, Epic
입에 밴 말은 ‘류이치 사카모토’지만 때로 ‘사카모토 류이치’라 부르고 싶다. 그런데 이 앨범엔
숫제 ‘류이치(Ryuichi)’가 아니라 ‘리우이치(Riuich)’라고 써 있으니, 감회가 다 새로울
지경이다. 이 앨범은 버전도 많다. 디스콕스(discogs.com)에 따르면 무려 열아홉 가지나 된다.
하지만 또 요란하진 않다. 저렇게 화장을 했어도 과하다는 생각이나, 공허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공작새 수컷에게 넌 너무 화려해, 지적할 수 있나. 음악은 어떠냐면 이상한 봄
같다. 하긴 이상하지 않은 봄도 있을까만.

 

Andy Stott 2016, Modern Love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앤디 스톳이 발표한 세 앨범을 두고두고 간직할 것이다.
아름답고 아름답다. 이런 커버를 만들고 대체 어떤 음악을 할 수 있을까. 듣는 내내
또한 아름다웠다. 이제 그 말을 기억하는 이도 드물겠으나, ‘이지리스닝’이라는 말을 낯설도록
쓰고 싶다. 정확한 터치, 분별을 아는 소리, 유연한 비트, 터무니없이 커지는 공간감, 수학의
세계, 함수 그래프, 대리석 조각의 아름다움, 무용수와 창문, 서로 다른 새소리와 구름의 운전.

Ciccone Youth 1988, Goofin’
혜원 신윤복이 그린 ‘달과 소나무’라는 작품을 아는지. 화첩에 접혀 들어간 작은 그림인데,
처음에 보고는 소나무는 있는데, 달은 어디에? 했더랬다. 가만 보니 달은 화폭의 코너에
덩그러니 사분의 일만 나와 있었다. 그러니까 잘린 달이었다. 거기서 이 앨범을 생각했다.
잘린 달과 잘린 눈. 혜원의 그림 속에 들어 있는 미스터리. 1970년대 이탈리아 를 채우던
헬무트 뉴턴의 사진들. 2000년대와 함께 온 볼프강 틸먼스의 통속성. 치콘느 유스는
소닉 유스의 사이드 프로젝트쯤 되는데, 활동이라 할 만한 것을 하지 않았다.
북소리로 시작하고 엉킨 기타 소리로 끝나는 앨범 한 장. ‘치콘느’는 마돈나의 미들 네임이고
커버의 얼굴은, 저 점을 보라, 마돈나다.

 

Nico Muhly 2008, Brassland
빨개요. 라라 스톤이 표지였을 때의 매거진, 캘빈 클라인 언더웨어를 입은
1990년대의 마크 월버그, 니코 멀리의 2008년 앨범 , 그리고
플라이스(Plys)의 승준리가 샘플 삼아 짠 니트 한 조각. 한편, 경빈 박씨의 기고만장한 언행을
지켜보던 문정왕후가 일갈한다. “그 입 다물라!” 이 앨범은 LP로는 제작되지 않았다.

 

Joakim 2014, Because Music
조아킴이 서울에 왔을 때 그의 디제잉을 50센티 앞에서 봤다. 이 멋진 음악가는 충돌과 충격을
동시에 즐기되, 어디까지나 ‘프렌치’라는 발음 안에서 노닐 듯이 그런다. 그가 일본의 기차
건널목에서 들었던 신호음을 어떻게 트랙에 사용하는지 들어보라지. ‘타이거스시’라는 근사한
레이블도 있지만 그는 여기와 거기를 드나들며 해변의 발자국처럼 기분 좋은 사운드를 놓고
간다. 이 커버를 본 열아홉 살 조카는 한눈에 “예쁘다!” 하더니만, 이내 “어? 야한 거잖아” 했다.
그 말에도 어떤 ‘프렌치’가 있을 거라는 느낌뿐인 느낌. 설명은 불가능하거나 무의미하다. 말은
원래 좀 그렇다니까.

 

Talkingheads 1980, Sire
이번 시즌, 저번 시즌, 저저번 시즌, 발렌시아가의 빅빅빅 행진을 보면서 데이비드 번 생각을
두 번 이상은 했다. 그리고 그때마다 라이브 실황을 봤다. 그래, 앞서간다는 말이
공허하지만은 않지. 아직 들어보지 않은 그의 새 앨범 는 사실, 안 좋아도
그만이다. 토킹헤즈 시절, 지구에서 가장 멋진 것을 했고 다행인지 어떤 건지 다시 그걸 볼 수
있다. 이 앨범의 시작은 전운이 감돈다는 말로도 부족하다. 그냥 온다.

 

Prince 1982, Warner Bros
프린스가 카메라를 보는 눈. 프린스가 사람을 보는 눈. 가만 보면 두 눈이 다른데,
그는 카메라를 사람 보듯 하고, 사람은 카메라 보듯 한다. 이 기이한 ‘크로스’는 어쩐지 프린스의
정체와 깊은 관련이 있는 것만 같아서 보면서 신기하고 볼수록 신기하다. 카메라를 쳐다보고
있는 사진은 꽃으로 가려도 눈이 보인다. 이 12인치 싱글에는 두 곡이 들어있는데,
비사이드 트랙 제목은 ‘Irresistable Bitch’다. 웃겨서 웃으며 지구에 왔다 간 프린스를 생각한다.

 

김추자 1972, 유니버어살
눈 좀 봐, 입 좀 봐. 이 사람 좀 봐. 아이고. 말로 하자니 언제고 말을 잃는다.
김추자의 앨범 중에 이 커버를 가장 좋아한다. 말해 뭐해, 이건 그냥 ‘오나전’ 김추자잖아.
오늘의 트랙은 B면 3번 ‘하필 그 사람’ .

Pet Shop Boys 1996, Parlophone
펫숍보이스의 커버는 장르라면 장르. 디자이너가 누구든 PSB에게 와서는 PSB처럼 된다.
앨범마다, 보다 예민한 싱글마다 그게 아니면 안 될 점을 찍는다. 얼핏 생각나기로 2003년
‘Miracle’ 싱글에 들어간 체리블라섬 이미지는, 2002년 브루스 웨버가 만든 ‘I Get Along’
뮤직비디오의 첫 장면으로 이어진다. 그것은 다시 1990년 ‘Being Boring’ 뮤직비디오로,
1988년 ‘Domino Dancing’ 뮤직비디오로 이어진다. 다음 곡은 2012년 ‘Requiem in Denim and
Leopard Skin’ 빠뜨린 게 생각나 어디에 넣을까 생각하는 1996년 ‘Se a Vida E’ 뮤직비디오.
이 싱글의 어떤 커버에는 수영장 물방울이 튄 것처럼 투명한 코팅이 방울방울 남아있다.

Panda Bear 2007, Paw Tracks
이 커버를 처음 본 것은 포스트 포에틱스가 상수동에 처음 문을 열었을 때, 거기서였다.
그때 그곳은 유럽이고 도쿄고 어디에도 없는 곳이었고, 나오는 음악은 또 다른 없는 곳을
향하고 있었다. (기억은 미화된다지만, 이런 미화엔 해도 폐도 없을 테니) 그때 들은
트랙이 ‘Take Pills’였는지, ‘Bros’였는지는 생각할 때마다 헷갈리는데, 두 트랙 모두 판다와
여우와 호랑이와 고깔모자 쓰고 목욕하는 애라는 이미지와 겹친다는 것은 같다. 순전히
이미지의 파워인데, 그게 또 해골바가지처럼 뭔가를 조장하지는 않는다. 이럴 때 쿨하다고
하는 건데, 그 말은 쿨하지가 않아서. 아닌가? 이제 다시 좀 쿨해졌던가.

 

Wilhelm Kempff
1974,
Deutsche Grammophon
저 노란색 로고. 가만 보면 튤립이 가득한데, 오늘은 팬지 꽃 하나를 곁에 더 둔다.
도이치 그라모폰이라는 이름. 1898년부터. 클래식이라는 싱싱한 말.

 

44 selected covers by JWC
Wilhelm Kempff
1974,
Deutsche Grammophon
저 노란색 로고. 가만 보면 튤립이 가득한데, 오늘은 팬지 꽃 하나를 곁에 더 둔다.
도이치 그라모폰이라는 이름. 1898년부터. 클래식이라는 싱싱한 말.
옷은 늙는다. 갑자기 늙는 옷, 서서히 늙는 옷. 안 늙는 옷이라면 글쎄. 샤넬 트위드 재킷? 그런데언젠가 이런 말을 들었다.
“글쎄 걔가 드라이 많이 한 샤넬을 입고 와서 나한테 지랄을 하더라니까.” 하하, 옷은 늙는다. 보인다. 그런데 마이 블러디 밸런타인의
앨범을 보면서는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다. 늙었나 안 늙었나 하는 기준을 들이댄 적이 없다. 브루클린 레코드 숍이든 과테말라
과일 가게든 ‘New Arrival’ 코너에 그게 있다면 자연스러울 뿐. 위대한 음악을 했기 때문에? 성에 차지 않는 답. 커버 디자인이 대대손손
까무러치게 훌륭해서? 그것도 아님. 말할 수 있는 건, 음악과 커버 사이에 분명 뭔가가 있다는 정도일까. 향기가 공기 중에 아치 무늬를 그린다듯이,
보거나 듣거나 새로움을 느낀다. 그런 앨범을 계속 생각했다. 취향과 유행이 놓는 덫임을 알면서도 재미있게 뽑았다. 뽑는 재미를 누가 말리나.

Riuichi Sakamoto 1982, Epic
Andy Stott 2016, Modern Love
Joakim 2014, Because Music
Talkingheads 1980, Sire
Panda Bear 2007, Paw Tracks
Pet Shop Boys 1996, Parlophone
Ciccone Youth 1988, Goofin’
Nico Muhly 2008, Brassland
Prince 1982, Warner Bros
김추자 1972, 유니버어살
Wilhelm Kempff 1974, Deutsche Grammophon
Tokyo No.1 Soulset 1999, Victor
Owen Pallett 2010, Domino
Battles 2013, Warp
Beastie Boys 1994, Capitol
New Order 1987, Qwest
Stereolab 1998, Drag City
Byul.org 2012, Burn Toast Vinyl
Oasis 1994, Epic
Glass Candy 2007, Italians Do It Better
Goldmund 2007, Western Vinyl
Pet Shop Boys 2003, Parlophone
John Adams 2010, Nonesuch
Arab Strap 2000, Jet Set
Arthur Russell 2004, Soul Jazz
Animal Collective 2009, Domino
Red House Painters 1995, 4AD
PVT 2017, Felte
Turinn 2017, Modern Love
Alexei Lubimov 2012, ECM
Joy Division 1979, Qwest
Kraftwerk 2003, Astralwerks
The Smiths 1984, Sire
My Bloody Valentine 1991, Sire
Anthony and the Johnsons 2005, Secretly Canadian
Madonna 1986, Sire
Haruomi Hosono 1982, Yen
Kyary Pamyu Pamyu 2012, Unborde
Takagi Masakatsu 2005, Karaoke Kalk
Pantha Du Prince 2010, Rough Trade
Ben Prost 2009, Bedroom Community
Toro Y Moi / Cloud Nothings 2012, Carpark
Aphex Twin 1996, Warp
1986, Deutsche Grammophon
p.s. 그러고도 싶었으나 같은 음악가의 앨범을 두 장 세 장 뽑지는 않았다.

 

Tokyo No.1 Soulset 1999, Victor
게이트 폴드형 커버를 볼 때마다 ‘뭘 이렇게까지’ 생각하지만, 이런 앨범을 보면
그만 설득되고 만다. 이렇게 하고 싶어서, 이렇게 할 수밖에 없어서, 이렇게 만든 세계.
요지 야마모토의 선글라스를 보면서도 엇비슷한 생각을 했던가. 아무튼 이 앨범을 한 단어로
표현하면, 박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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