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t Woo Chul Jang
Fashion Jino Jun
Photography Do Hyun Baek
Hair Gabin Sin
Makeup Min Seok Choi

그런지한 느낌의 니트 스웨터는 엠부쉬(Ambush).

그런지한 느낌의 니트 스웨터는 엠부쉬(Ambush), 올 풀린 밑단이 특징인 블랙 팬츠는 올드팍 바이 에크루(Oldpark by Ecru), 레오파드 패턴이 포인트인 로퍼는 로스트 가든(Lost Garden).

왼쪽 어깨에 걸친 재킷은 더 뮤지엄 비지털(The Museum Visitor), 실버 스팽글 화이트 셔츠는 꼼데가르송 by 10 꼬르소 꼬모(Comme Des Garcons by 10 Corso Como). 이너로 입은 티셔츠와, 블랙 팬츠는 스타일리스트의 것, 레더 더비 슈즈는 코스(Cos).

트렌치코트는 문수권(Munsookwon), 이너로 입은 셔츠는 윈도우 00(Window 00), 베이지색 팬츠는 스타일리스트의 것, 첼시 부츠는 로크(Loake), 이어링은 포트레이트 리포트(Portrait Report).

붉은 스카프는 캘빈클라인205W39NYC(CalvinKlein205W39NYC), 화이트 티셔츠는 스타일리스트의 것

흰색 니트 톱은 우영미(Wooyoungmi), 체크 팬츠는 문수권(Munsookwon), 슈즈는 컨버스(Conver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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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덥던 날이었는데 연희동 빈집에서 우리는 사진을 찍 었다. 첫 컷을 찍을때, 그는 무슨 색 터틀넥을 입고 정원의 나무 아래 서 있었다. 홀쭉하게 팬 뺨이 눈에 들어왔다. 여름이 지나고 나면, 더구나 올여름같이 흉폭한 한 철이 지나고 나면 좀 더 쓸쓸해지기 마련인 건지. 하긴 언제라도 이문세의 얼굴을 보면 이문세의 노래가 들리곤 했다.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 그날 나무 아래 홀쭉하게 팬 뺨으로부터 나는 “한 번쯤 아니 두 번쯤” 멜로디를 흥얼거리게 되었다.
또한 무수한 다른 멜로디가 조각인 듯 실타랜 듯 스쳤다. 풍성한 니트 스웨터를 입다 말고 장난스런 포즈를 취할때는,“우리들 만나고 헤어지는 모든 일들이 어쩌면 어린애들 놀이 같아”를 모창하듯 부르던 열다섯 살 수학여행의 밤도 떠올랐다. 내가 “9월이지만 아직은 그래도 더운 느낌이 있어요. 여름을 어떻게 보내셨어요?” 물었을 때, 그는 뜻밖에도 강원도에서 조금 다른 여름을 보냈노라 말해주었다. 평균기온이 얼마쯤 낮은 곳에서 가을에 내놓을 노래를 부르고 다듬고 녹음했다고, 아직도 뭔가가 남아있다고, 그는 웃었다.
한달 후 아침 그 노래를 듣는다. 틀어놓고 우두커니 앉아있는다. 택배를 받고, 창을 한번 열고, 먼지를 보고, 생각을 하거나, 전화를 받거나, 생각을 잇거나… 이문세 16집이 방으로 왔다. 그리고 10월의 두 번째 일요일 오후 3시에 그를 만나러 와우산 쪽으로 갔다.
커피 드시겠어요?
도라지차….(웃음) 커피 좋아하는데 못 마셔요. 목을 보호해야 해서.
실은 오늘 아침부터 새 앨범을 틀어놓고 있었어요. 그냥 그러기만 했는데, 무슨 생각이 들었냐면, 혼자 듣고 싶다, 그게 고맙다, 그랬네요.
좋은데요. 사실 앨범 제목을 ‘비트윈 어스’라고 정했습니다. 우리 사이, 음악과 청자, 일대일의 라인, 그것을 연결 하는 음악이었으면 좋겠다, 소박한 거죠.
가을에 소박한 바람을 내놓기까지, 무수한 다른 계절이 쌓였겠지요. 지난 앨범으로부터 3년쯤 되었네요.
앨범을 내고 싶었어요. 어쩌다 음원을 한 곡 발표하는 식도 있지만, 좀 더 힘 있게 앨범을 내고 싶었어요. 2년은 그냥 멍청하게 지냈고요. 1년 전부터 집중했어요. 그러다 급기야는 스스로 음악을 써야 되겠어서 스페인으로 여행도떠났지요. 그런 시간이 앨범 안에 압축된 거죠. 누가 쓴 곡인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데모 음원만 2백 곡 가까이 들었어요. 무슨 선입견도 없이 오직 음악으로써 제가 지금 선택했다는 것. 그게 이전 앨범과는 전혀다른 과정이었던 셈이네요. 예전처럼 타이틀곡 느낌으로 뭐 없을까, 이런 분위기 없을까, 그러지 않았죠, 이번엔.
조금 더 떨리시나요?
음, 발표하는 순간엔 언제나 그렇죠. 통할까? 이게 통할 까? 예전만큼? 어느 세대, 어느 한 사람의 가슴에라도 박힐까? 그런 거죠.
새 앨범의 새로움 혹은 젊음, 그런 측면에서 아무래도 ‘피처링’이 눈에 띄긴 해요.
개코 씨와 함께한 곡은 정말 단순한 코드로 흥얼흥얼 만든 거예요.스페인에서 기타 치면서 코드 두 개로 재미있게 해보자, 그러고는 돌아와 정리를 하는데, 이건 나 혼자 스캣처럼 하는 것보다 누군가 피처링을 했으면 좋겠는데 그게 랩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뭔가 이야기를 던지는 랩이었으면 했죠. 개코 씨에게 메시지를 보냈어요. 의향이 어떠십니까? 다행히 좋다고 해서 일이 시작되었죠. 본인 공연과 앨범 발매가 코앞이라 여간 부담스럽지 않았을 텐데, 누가 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메시지를 주니까, 그럼 내가 더 열심히 해야겠다, 더 완벽하게 해놓고 나서야 그 도움을 받는게 맞지, 그렇게 흘러갔어요.
들으면서 괜찮았어요. 사실 위험하다고 느끼기도 하거든요? 뭔가를 ‘콘셉트’로 끌어들이는 방식 말이에요. 근데 그 노래는 그렇게 들리지 않았어요. 서로 다른 뮤지션이 서로 다른 얘기를 하는데 그게 자연스레 한 노래 속에 대화처럼 들어 있달지, 사실 그 느낌은 이문세라는 가수에 대한 믿음과도 통하죠. 이문세가 누구한테 잘 보이려고 연기를 할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으니까요.
소통하는 것 자체가 고통일 수도 있잖아요. 이 쇳덩이 같은 굴레에서 벗어나고픈 이삼십대 친구들에게 최저임금 천 원을 올려주는 것으로 뭔가 해결되는 건 아니잖아요. 그런 얘기를 개코가 토해내죠. 저는 듣는 거예요. 그리고 제 얘기를 하죠. 답은 없어요. 그런 얘기를 하고 싶었을 뿐이에요. 함부로 “아프니까 청춘이야”라고 얘기하고 싶지 않은거죠. 그건 또 다른 고통을 주는 거잖아요.
타이틀곡은 ‘희미해서’이고, 헤이즈의 또렷한 목소리가 함께 들어 있네요.
처음엔, 나 이 노래 못해, 그랬어요. 내 옷 같지 않아서. 아주 세련된 알앤비인데, 좋아하고 즐겨 듣긴 하지만, 부르면 어색할 거라는 선입견이 있었어요. 그래서 뒤로 넘겨 두었는데, 다시 고르는 과정에서 아주 매력적인 뭔가를 듣게 됐어요. 촌스러웠던 거죠, 내 고정관념이. 나는 음악을 선택할 때 무조건 멜로디가 아름답고 완벽하게 완성 되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던 거죠. ‘희미해서’는 그걸 건 드린 노래예요. 이번에 거의 혼자서 레코딩을 했거든요. 강원도 봉평에서 90% 이상 했죠. ‘희미해서’를 제일 많이 테이크했어요. 이건 아니야, 너무 오버야, 아니 부족 해, 이건 너무 밋밋해, 멜로디를 잘 불렀냐 못 불렀냐는 차이가 아니라 표현의 방식이나 색깔을 수도 없이 시도하게 됐어요. 그런 애착도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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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은 화보는 2018 11월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