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ADA






종종 작가는 완성된 작품 위에 덧칠을 한다. 새로운 붓질로 이전의 형상을 덮어 전혀 다른 작품을 짓는다. ‘펜티멘토’는 작품 내면에 존재하는 이러한 ‘이전의 흔적’을 뜻한다. 프라다의 2026년 가을/겨울 컬렉션의 타이틀은 ‘Before and Next’로, 펜티멘토에 관한 이야기다. 지층이 쌓여 역사를 증명하는 층위가 되듯, 프라다는 베뉴를 하나의 고고학 발견 현장으로 바꾼다. 미우치아 프라다와 라프 시몬스는 과거의 유산 위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적층하며, 지워버리지 않는 진화를 택한다. 외적인 요소는 최대한 덜어내어 실루엣은 극도로 날렵하게, 본질적인 선만을 남긴다. 대신 그 안을 집요하게 채운다. 유물처럼 이리저리 구겨진 레더 재킷과 코트 내부에는 충전재를 채워 부피감을 복원했고, 코트 등 뒤에는 납작하게 압화된 모자를 달았다. 코트 표면을 긁어내면 숨겨져 있던 체크 패턴이 드러나는 펜티멘토 디테일까지. 코트와 니트는 안쪽에 있는 셔츠 소매가 길쭉이 삐져나와 있다. 단순히 낡은 것을 추종하는 빈티지라기보다는, 옷에 새겨진 퇴적물을 발견하는 과정에 가깝다. 언젠가 파블로 피카소가 “내 그림은 이전의 모든 파괴가 합쳐진 결과물이다”라고 말했듯, 프라다는 진화를 위해 기꺼이 파괴를 예찬한다. 그들에게 파괴란 소멸이 아닌, 본질을 발굴하기 위한 가장 정직한 재건의 시작이라는 듯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