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방문은 처음인가요. 
막심 네, 첫 방문이에요. 이틀 전에 도착해 아직 한국 문화를 충분히 경험하진 못했지만, 어제 더현대 서울 매장 오픈 기념 파티에서 많은 사람을 만나고 대화하며 서울의 분위기를 조금은 느낄 수 있었어요.

서울에 아시아 첫 번째 매장을 열었어요. 서울이라는 도시를 어떤 이미지로 그리고 있었나요. 그리고 이곳에 사는 사람들이 드롤 드 무슈를 어떻게 받아들였으면 하나요.
대니 저에게 서울은 늘 에너지 넘치는 데다 패션 문화가 굉장히 성장한 도시였어요. 그런 도시에서 드롤 드 무슈를 처음 선보이니, 우리의 정체성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길 바라요. 그래서 이번에 오픈한 서울 매장은 파리 부티크의 연장선으로 기획했어요. 파리든 서울이든, 매장에 첫발을 들였을 때 같은 감정을 느낄 수 있도록 말이죠. 한국 시장은 아시아 전역에 강한 영향력을 미치는 만큼 서울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갖는 것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의미예요.

매장 곳곳에 있는 ‘Not from Paris Madame’ 슬로건이 눈길을 끌어요.
막심 ‘Not from Paris Madame’은 마음속에서 우러나온 외침이에요. 11년 전, 우리는 프랑스의 작은 도시 디종에서 브랜드를 시작했어요. 디종은 패션업계와 아무 관련이 없는 곳이다 보니 패션의 본고장 파리에 자리 잡기까지 6년이 걸리더라고요. 그동안 정말 열심히 브랜드를 키웠죠. 그런 과정을 거치며 드롤 드 무슈를 찾아주는 분들께 슬로건을 내세워 ‘꿈에는 주소가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어요. 꿈을 믿고 나아가자는 우리의 의지와 포부를요.(웃음)
대니 그래서 요즘엔 운동선수, 여러 분야의 아티스트, 장인과 협업하며 우리의 메시지를 계속 전하고 있어요. 우리가 그런 것처럼 재능은 어디서나 꽃피울 수 있고, 중요한 건 스스로를 믿는 것이죠. 모든 것을 꼭 큰 도시에서 시작해야 하는 건 아니니까요.
막심 맞아요. 결국 핵심은 ‘틀을 깨는 것’. ‘Out of the Box’ 정신이에요.

그런데 첫 플래그십 스토어는 디종이 아닌 파리에 열었네요.
대니
디종은 사실 패션보다는 미식, 와인, 건축 등으로 더 잘 알려진 도시예요. 그래서 디종에서 드롤 드 무슈를 시작해 기반을 다진 뒤 입지를 더욱 탄탄히 하기 위해선 패션의 중심지 파리 진출이 필수였어요. 다양한 사람과 소통하며, 결국 브랜드의 핵심을 담은 플래그십 스토어도 세웠죠. 특히 마레 지구는 관광, 패션, 문화가 교차하는 곳이라 디종에서 출발한 브랜드가 파리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에 완벽한 무대였습니다. 결국 이 과정이 슬로건의 의미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줬다고 생각해요. ‘파리 출신이 아니어도 파리의 중심에 설 수 있다’는 걸 증명한 셈이죠.(웃음)
막심 확실한 건, 디종은 우리의 뿌리이고 앞으로도 그럴 거라는 것이에요. 오래된 친구들과 가족은 모두 아직 그곳에 있고요. 가능했다면 디종에도 매장을 열었겠지만, 솔직히 말하면 비즈니스 측면에서 현실적 고려를 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웃음) 그래도 디종에 우리의 리테일러가 있다는 건 꽤 상징적이에요. 어디서 시작했는지를 잊지 않는다는 뜻이니까요.

브랜드를 시작했을 때, ‘패션 디자이너’가 아닌 다른 배경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이 흥미로워요. 그때 서로 가지고 있던 직관이나 취향이 현재 드롤 드 무슈에 어떤 방식으로 녹아 있다고 생각하나요.
대니
패션과는 전혀 다른 두 세계에서 출발한 것이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을 브랜드에 투영하는 데 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막심은 당시 식당에서 일하고 있었고, 저는 금융을 전공하던 대학생이었죠. 패션을 전공하지도, 패션 이벤트가 끊임없이 열리는 대도시에 살지도 않았지만 그만큼 더 ‘우리가 진정 하고 싶은 일’을 자유롭게 상상할 수 있었어요. 그래서 처음부터 ‘진정성 있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어요. 외부의 영향을 받기보다는 우리의 감각과 경험에 집중하고 싶었죠. 아마 그게 지금 우리가 만드는 옷의 출발점일 거예요. 입기 편하지만 취향이 분명하고, 유행에 휘둘리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럽게 지금의 공기를 담은 옷. 우리는 여전히 그렇게 마음 가는 대로 옷을 만들고 있습니다.

컬렉션마다 스포티한 요소와 테일러링의 공존이 눈에 띄어요. 드롤 드 무슈다운 옷은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막심
사실 드롤 드 무슈의 컬렉션은 늘 이전 작업들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해요. 그동안 쌓아온 브랜드의 DNA를 기반으로, 매 시즌 조금 더 깊이 있는 시도를 하려고 합니다. 쇼를 준비할 때마다 새로운 이미지와 영감을 찾아 구성하지만, 컬렉션의 전체적인 무드는 항상 동일하게 유지합니다. 우리가 끊임없이 어필하는 대조되는 것들의 공존도 그 안에서 구현되고요. 예를 들어 스포츠 요소에서는 1990년대 트레이닝복이나 베레모에서 영감을 받아 그 시대의 자유로운 감각을 불러오고, 테일러링에서는 1970~1980년대 실루엣을 참고해 어깨선을 조금 더 넓히거나 덜 피트되는 형태로 균형을 맞춥니다. 이 두 요소가 어우러지며 드롤 드 무슈의 독특한 매력이 완성돼요. 트랙 슈트를 만들 때도 단순한 저지 소재로 끝내지 않고, 예상치 못한 소재를 섞거나 풍부한 장식과 질감을 더해 새로운 에너지를 만들죠. 실루엣은 현실적이고 입기 편하지만 소재와 색, 디테일에서 작은 놀라움을 찾아내려 해요. 과장된 형태 대신 미묘한 차이로 색다른 무언가를 표현하는 것, 그게 우리가 옷을 만드는 방식이에요.

노스탤지어가 브랜드의 핵심 언어 중 하나라고 밝혔어요.
대니
우리는 1970년대와 1990년대에서 많은 영감을 받아요. 드롤 드 무슈의 화려함은 1970년대의 라이프스타일과 건축, 패턴에서 왔고요. 반면 브랜드의 자유로움은 문화적 에너지가 가장 강했던 1990년대에서 왔죠. 우리가 자란 1990~2000년대 유럽의 공기에는 패션, 영화, 음악, 그리고 그 시대 아티스트들의 태도까지 자연스러운 자유로움이 스며 있었어요. 그 모든 경험이 우리의 DNA가 되었고, 지금의 브랜드 미학을 형성했습니다. 결국 1970년대의 세련된 낭만과 1990년대의 자유로운 거리 문화가 만나 세대와 시대를 잇는 드롤 드 무슈만의 감각이 완성된 셈이에요.

최근 패션계에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교체로 방향성이 함께 바뀌는 경우가 유독 많았던 것 같아요. 오랜 시간 한 브랜드의 정체성을 구축해 온 디자이너로서 이런 움직임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요.
대니
만약 다른 브랜드처럼 드롤 드 무슈가 변한다면, 그건 외부의 시선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나이 들고 인생을 경험하며 자연스럽게 변하는 과정일 거예요. 시간이 쌓이면 예전엔 시도하지 못했던 것들을 해보고 싶어지고, 그걸 가능하게 만들 수 있는 여유도 생기겠죠. 하지만 그 모든 변화는 언제까지나 급격한 전환이 아닌 유기적이고 자연스러운 흐름일 거예요.
막심 물론 오랜 전통을 이어온 하우스 브랜드들이 새로운 비전을 위해 변화를 시도하는 것을 이해해요. 그런 변화는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브랜드를 새롭게 하죠. 대니가 말했듯, 드롤 드 무슈는 여전히 우리가 직접 이끌고 있고, 앞으로도 그건 달라지지 않을 겁니다.

마지막으로 진짜 궁금한 질문 하나. 매년 이 시기만 되면 옷장 앞에서 같은 고민을 하게 돼요. 크리스마스를 맞아 드롤 드 무슈가 제안하는 이 계절의 스타일링이 있다면.
대니
멋진 니트와 함께 매치한 더블 플리츠팬츠.
막심 저는 연말에는 우아한 프랑스식 스타일링을 하는 걸 좋아해요. 클래식한 더블브레스트 슈트를 입는 거죠. 예를 들어, 이번 시즌 컬렉션의 브라운 스트라이프 슈트처럼요.

text & art PARK JIMIN(GEEMEE)
photography YEON GWONMO(MOG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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