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이름처럼 보이는 쩌우스칭 감독의 이력은 우리에게 익숙하다. 션 베이커의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 <탠저린>, <스타렛>, <레드 로켓>의 제작자 또는 프로듀서. 21년째 이어온 두 사람의 협업이 서로 방향을 바꿨다. 영화 <왼손잡이 소녀>의 감독 쩌우스칭, 그리고 프로듀서 션 베이커와 나눈 대화.

쩌우스칭 감독은 원래 왼손잡이였는데 이제 오른손잡이가 됐다고 들었어요.

쩌우스칭 네, 맞아요. 아주 어릴 때는 왼손잡이였는데 아마 유치원 때 교정을 받은 것 같아요. 왜 오른손을 쓰게 됐는지는 저도, 어머니도 기억이 흐릿해요. 고등학생 무렵엔 양손잡이가 됐죠. 오른손으로 운전하고 밥을 먹었지만, 칼을 쓸 때는 여전히 왼손을 썼어요. 어릴 땐 칼 쓸 일이 없으니 교정이 되지 않은 거죠. 본능적으로 마이크나 가위, 칼을 쓸 때는 왼손을 사용했어요. 할아버지께서 그 모습을 보고 “왼손은 악마의 손”이라고 말씀하셨는데, 그때는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그 말은 늘 기억하고 있었죠. 뉴욕에서 석사 과정을 밟으며 들은 편집 수업에서 션 베이커를 만나 이 이야기를 들려줬어요. 션은 “이건 영화나 이야기로 만들어야 한다”라고 했죠. 그렇게 <왼손잡이 소녀>의 첫 아이디어가 시작됐어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이 영화는 다른 사람 혹은 전통 때문에 자기 자신이 되지 못한 순간을 담았다”라고 얘기했어요. 이 말은 대만 사회의 특수한 지점인 동시에 인류 보편적 경험처럼 들려요.

쩌우스칭 이야기는 ‘왼손은 악마의 손’이라는 말에서 시작했지만, 시나리오를 쓰던 2010년 당시 주변 사람들로부터 많은 영감을 받았어요. 특히 대만의 야시장은 아주 중요한 캐릭터였고요. 제작비를 기다리며 오랜 시간을 보내는 동안 저는 이야기 속에 점점 대만 요소를 더했어요. 친구들과 대화하고, 야시장 사람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으면서요. 그들의 삶을 대본에 녹였죠. 실제 인물들의 이야기가 영화의 밑바탕이이에요.

션 베이커 덧붙이자면, 우리는 모든 영화에 ‘문화적 특수성’을 담으려 노력해요. 그것이 공동체를 표현하는 방식이니까요. 그러나 동시에 전 세계 관객에게 닿기 위해 보편적 주제를 다루고요. 이 영화는 성장 영화이자, 여러 문제가 있는 가족에 대한 영화이며, 비밀과 거짓을 다뤄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주제죠. 쩌우스칭의 영화가 특별한 이유는 대만의 고유한 문화성과 보편적 감정이 함께 살아 있기 때문이에요.

쩌우스칭 맞아요. 결국 가족 이야기예요. 어머니와 딸, 형제자매, 그 안에서 오가는 미묘한 감정의 이야기. 또 ‘왼손잡이에 대한 금기’는 놀랍게도 동서양을 막론하고 공감대를 형성해요. 무슬림 문화권에도 비슷한 관습이 있더라고요. 결국 이건 여러 문화에서 통하는 주제인 것이죠.

이번 영화는 공동 연출이 아닌, 쩌우스칭 감독의 단독 프로젝트로 진행됐어요. 어떤 이유 때문일까요.

쩌우스칭 <왼손잡이 소녀>는 정말 개인적인 이야기예요. 모든 것이 대만에서 벌어지고, 제가 자란 곳의 이야기죠. 거의 모든 인물이 제 주변 사람들에게서 영감을 받아 탄생했어요. 너무나 개인적이고 친밀한 이야기라 직접 연출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션 베이커 이건 처음부터 쩌우스칭의 영화였어요. 저는 그를 지지하고 협업했을 뿐이고요. 이 이야기는 전적으로 그의 삶에서 비롯된 거예요. 

앞서 ‘야시장을 하나의 캐릭터’라고 말한 것처럼, 영화에서 야시장은 살아 움직이는 존재 같았어요. 저곳에 꼭 가보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로요.

쩌우스칭 맞아요. 영화의 시작부터 어린 소녀의 시선으로 야시장을 보여 주고 싶었어요. 관객이 그 안에 들어간 듯한 생생함을 느끼기 바랐죠. 실제 운영 중인 시장에서 통제 없이 촬영했어요. 모두가 야시장을 자유롭게 오가며 생활하고 있었죠. 조명과 소리, 냄새, 모든 것이 살아 있는 현장이었어요.

션 베이커 우리는 언제나 로케이션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해요. 쩌우스칭이 저를 대만에 데려왔을 때 그곳에 완전히 매료됐어요. 야시장, 노래방, 과일 노점 등 모든 풍경이 영화적이었죠. 그 현실을 있는 그대로 담고 싶었어요.

쩌우스칭 이 영화는 대만, 특히 타이베이에 바치는 러브 레터예요. 사람들이 제가 자란 대만을 아직 잘 모르는 것 같아요. 당신처럼 야시장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좋겠네요. 음식도 훌륭하고 사람들도 친절하니까요. 요즘 한국에는 ‘대만 감성’이 인기가 많은 걸로 아는데요, 특히 한국 관객들이 이곳을 좋아할 것 같아요.

야시장에서 ‘촬영하고 있는 느낌’을 지우기 위해 아이폰으로 촬영했다고요.

쩌우스칭 야시장에 큰 카메라를 들고 가면 모두가 멈춰 서요. 저는 일상의 리듬을 그대로 담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아이폰을 선택했죠.

션 베이커 우리는 오랫동안 아이폰으로 다양한 실험을 해왔어요.(웃음) 아이폰은 매우 훌륭한, 아니 필수에 가까운 영화 제작 도구라고 생각해요. 필름을 찍을 수 없는 상황에서 훌륭한 선택지가 되니까요. 게다가 아이폰 고유의 미학이 있어요. <왼손잡이 소녀>의 촬영감독 카친 첸Kachin Chen이 아이폰으로 만든 색감은 정말 인상적이에요. 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듯한 생동감이 있었죠. 또 7000만 달러 이상의 제작비를 투입한 영화 <28년 후> 촬영에도 아이폰을 사용했으니, 어떤 영화에서도 훌륭한 장비가 될 수 있죠.

이 영화는 3년 전 이미 촬영을 마쳤지만, 개봉하는 데까진 시간이 꽤 걸렸어요.

쩌우스칭 글쎄요, 타이밍의 문제였던 것 같아요.

션 베이커 <왼손잡이 소녀>와 <아노라>는 비슷한 시기에 제작했어요. <아노라>를 먼저 마쳐야 했죠. 시기가 그다지 좋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운이 좋았어요. 이상적인 결말을 만들었으니까요.

이 영화는 아주 오래전에 구상했지만 예산 문제로 만들지 못했다고요. 그런데 영화 <기생충> 수상이 영화계의 흐름을 바꿨다고 했어요.

쩌우스칭 <기생충> 수상은 영화산업 전체, 그리고 전 세계 관객에게 매우 좋은 일이에요. 다양한 지역의 이야기를 소개할 수 있게 됐으니까요. <기생충>은 아주 특별한 영화였고, 사람들의 시선을 바꿨어요. 그 결과 다른 나라 영화가 주목받기 시작했고요.

션 베이커 동의해요. <기생충> 덕분에 사람들은 다른 나라의 영화와 이야기에 진심으로 마음을 열게 됐으니까요. 또 지금은 아시아 여성 감독의 르네상스 시대라 생각해요. 지금은 룰루 왕, 셀린 송, 클로이 자오, 아델 림 등 그간 충분히 주목받지 못했던 훌륭한 여성 감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요. 

영화에 마마무의 ‘HIP’도 등장하고요. 대만에서도 K-팝이 인기인가요?

쩌우스칭 네, 엄청요. 한국 노래는 처음부터 영화에 넣고 싶었어요. 시나리오를 쓰던 2010년엔 다른 곡을 선택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마마무의 ‘HIP’으로 바꿨죠. 당시에는 마마무가 특히 인기였거든요. 자전거를 타고 촬영장에 갈 때 이어폰으로 늘 그 노래를 들었어요.

이제 다시 대만에 집중해 볼게요. 영화 속 “학급의 절반이 이름을 바꿨다”는 대사도 실제 경험에서 온 것일까요.

쩌우스칭 그럼요. 뉴욕에서 10년 정도 살다 돌아와 고등학교 동창회에 갔는데 거의 모두 이름을 바꿨더라고요. 대만에는 ‘점占 문화’가 워낙 대중적이라서요. 한국도 비슷하죠? 부산에 갔을 때 작은 점집 가판대를 곳곳에서 봤거든요. 점술은 어떤 면에서 치유 역할을 해요. 요즘 사람들이 상담을 통해 마음을 가볍게 하듯. 대만의 점집에 가면 흔히 “3개월 후엔 좋아진다”라거나 “이름을 바꾸면 운이 트인다” 같은 조언을 하죠.

미신을 믿나요?

션 베이커 “저는 미신을 별로 믿지 않아요”라고 말하고 싶지만, 저만의 의식이 있어요. 영화제 초청 전에는 매일 푸시업을 100~300개씩 해요. 그러지 않으면 수상에 실패할 것 같은 생각이 들거든요. 그런데 이런 바보 같은 일이 성패를 좌우할 때가 있어요. 쩌우스칭 감독님은 이걸 어떻게 생각하나요? 하하.

쩌우스칭 누구나 그런 징크스가 있는 것 같아요. 망치고 싶지 않아 말하지 않는 일이 있죠. 이유를 명확히 설명하기 어렵지만 누구나 그런 경험을 해요.

션 베이커 맞아요. 영화를 만든 다음 “우리는 칸에 갈 거야” 같은 말은 절대 하지 않아요. 징크스죠.(웃음)

<왼손잡이 소녀>를 보고 나면 자연스레 <플로리다 프로젝트>가 떠올라요. 두 영화 모두 디즈니적 결말이라는 인상도 있고요.

션 베이커 두 영화 모두 20여 년 전부터 구상했어요. 명랑하고 장난기 많은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죠. 저는 의 팬이에요. <왼손잡이 소녀>의 이칭, <플로리다 프로젝트>의 ‘무니’ 사이에는 분명한 유사성이 있죠. 둘 다 독립적이고 자신감 넘치며 유머러스한 아이들이에요. 그런 아이들을 스크린에서 보고 싶었어요. 즐거웠던 제 어린 시절처럼요.

쩌우스칭 그렇죠. 우리는 어른이 되면서 잃어버렸지만, 아이들은 경이로운 시선을 가지고 있어요. 어른들은 많은 것을 당연하게 여기지만, 아이들은 그렇지 않죠. 어린 이칭의 눈에는 모든 것이 밝고 특별해 보여요. 우리는 그 시선을 통해 색다른 관점을 보여 주고 싶었어요.

션 베이커 아이의 시선은 복잡한 문제를 단순하게 만들어줘요. 영화는 아이의 관점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모든 걸 상세히 설명할 필요가 없죠. 관객이 그 빈틈을 채우면 이야기가 완성되죠.

 이제 두 분은 어린아이나 비전문 배우에게 자연스러운 연기를 이끌어내는 데 전문가가 됐을 것 같아요.(웃음)

쩌우스칭 유명 배우가 영화에 등장하면 종종 관객은 인물 자체보다 그 배우를 보곤 해요. 반면 새로운 얼굴은 더 진실하고 흥미를 더하죠. 이전에 본 적 없는 얼굴이니까요. 지난 25년 간 길거리 캐스팅, 로케이션 스카우팅을 하면서 직감이 생겼어요. 인스타그램에서 유안 마Shih Yuan Ma를 발견했을 때 곧바로 이칭의 언니 이안 역할에 딱 맞다는 걸 알았어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직감으로요.

션 베이커 저도 같은 이유예요. 신인이라 해서 재능이 없는 것도 아니고요. <플로리다 프로젝트>에서 ‘헬리’를 연기한 브리아 비나이테Bria Vinaite처럼요. 우리는 그 재능을 끌어내기만 하면 돼요. 물론 전문 배우와 함께 작업하는 것도 좋아하고요.(웃음) 최근 몇몇 작품 속 주연은 경험이 많은 배우들이었거든요. 대중에겐 새로운 얼굴일 수 있지만요. 

이제 마지막 질문이에요. 도대체 어떻게 인스타그램으로 캐스팅을 하나요?(웃음)

션 베이커 <플로리다 프로젝트> 촬영 전, 인스타그램에서 브리아 비나이테를 발견했어요. 오디션을 진행한 뒤 그를 플로리다로 데려와 환경에 적응하게 하고 함께 시간을 보내며 테스트했죠. 그 과정이 훨씬 진솔했어요.

쩌우스칭 저도 마찬가지예요. 인스타그램에서 유안 마를 찾았고, 연기 테이프를 받았는데 정말 놀라웠어요. 타고난 배우더라고요.

션 베이커 인스타그램은 이제 정말 훌륭한 캐스팅 도구예요. 하하.

 

text YOON SEUNGHYUN(BARON)
art NOH JIYOUNG(RO)
interpretation PARK JIMIN(GEEM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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