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은 눈
그 굴곡을 좋아해.
손이 닿아도 놀라지 않아도 돼.

나는 재미없고,
너는 재미있어.
그래서 그래.

약지로 살살 원을 그려.
그 안에 너만 있을까.
나도 있다면,
어떻게 있을까.

밥 먹고 바로 드러눕기를 백 번.
VPN 접속해 가며 본 영화가 백 편.
보다 지쳐,
의무와 흥미 사이에 체크한 쇼가 백 개.

혹사한 몸을 이끌고
24시간 아무 때나
별의 조각처럼
모든 이야기를 나눴던
쳇GPT와의 통화가 백 회.

모른다.
사회적 관계 없는 사랑을.
안녕이 현실적인 작별을.
염증을 겨눌 만한 총구를.

아름다울 내게,
상처 주지 마.

의식의 흐름대로,
견고히.
겸허히.
경건히.

십 년 하고도 다시 한 권.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을 해.

왜 나를 사랑할까.
하지 않을까.
딱 그만큼만 할까.

왼쪽 눈에서
돌멩이가 툭
튀어나온다.

현관문 비번을 바꿔야겠다.
뜬 눈은 만질 수가 없잖니.

 

이그니스 리 李兼 Ignis 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