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에는 많은 공이 있다.
그중 우리 글과 말의 세계화에 그 어떤 언어도 해내지 못한, 불가사의한 현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언어의 가사화.

나보다 더 정확한 발음으로 노래한다. 랩을 한다.
나보다 더 우리나라 사람 같은 얼굴로, 스타일로.
이름을 듣지 않았다면 차마 예측할 수 없을 정도다.
중국, 일본, 태국, 필리핀, 홍콩, 대만, 인도네시아···.
전 세계 콘텐츠를 장악한 K-팝 뮤지션의 실로 다양한 국적, 블러드.

“며칠 전 일곱 살 난 옆집 아이가 한국어로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그래서 그게 무슨 말이냐고 물었더니 K-팝 가사라고 하더군요. 물론 그 아이는 미국 아이죠.”
미국 SM엔터테인먼트 SVP(시니어 바이스 프레지던트) 출신으로, 현재 타이탄콘텐츠의 CMO인
돔 로드리게스Dom Rodriguez가 K-팝의 미래에 대해 전망하며 들려준 에피소드다.

Step by step, oo baby, gonna get to you, girl~.
1990년 뉴 키즈 온 더 블록의 노래를 굳이 ‘영어’라고 생각하지 않고 불렀듯, K-팝이 한국어가 아닌 가사로서 전 세계에 울려 퍼진다.

언어는 공부다.
가사는 친구다.

언어는 암기력이다.
가사는 중독적이다.

언어는 읽고 쓰고 말하는 것이다.
가사는 듣고 부르고 춤추는 것이다.

“넌 K-팝으로, 아이돌로 장사하는구나.”
2015년 가을 〈데이즈드〉 편집장을 시작한 이래 꽤 긴 시간 종종 들은 말이다.
그때마다 리애나를, 저스틴 비버를 서양 패션 매거진에서 촬영하는 것과 대체 뭐가 다르냐며 맞섰다.
이젠 국내를 넘어 전 세계 온오프라인 서점을 장악하는 K-팝 아티스트의 매거진 커버를 볼 때마다 뭔가 ‘깊숙이’ 남다르다.

얼마 전 2016년 8월 8일 데뷔한 블랙핑크의 9주년 소식이 들려왔다.
2017년 4월호 제니의 첫 단독 커버를 담고, 제니가 서점에서 〈데이즈드〉를 들고 반가워하던 사진을 본 게 진심 엊그제 같은데 말이다.

축하할 일, 대단한 일, 엄청난 일.
차고도 넘치는 경사 속에서 내일을 명상한다.
세종대왕과 집현전 학자들의 격려가 심상치 않다.
그 무엇보다 우선 편견과 차별을 버린 포용 정신이 필요하다.
세계화된 내면으로 외치는 언어여야만 세대를 잇는 진짜 문화가 될 수 있다.

 

이겸
李兼
Guiom 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