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끝없이 쏟아지고 빠르게 변하는 마이크로 트렌드. 우리는 지속적인 소비로 인한 피로감과 과잉 노출 속에서 이제 무엇을 따라가야 할지조차 혼란스러운 시대를 살고 있다. 매일 새로운 유행이 반짝 등장했다가 사라지는 이 사이클은 오히려 우리의 개성 표출을 방해한다. 점점 더 많은 아이템이 ‘마이크로 트렌드’라는 이름으로 라벨링되면서, 본래 자기 표현의 수단이었던 것들이 또 하나의 유행으로 소비되고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에서 자아를 드러내고자 했던 사람들에 의해 시작됐지만, 곧 ‘쿨한 무리’에 속하고 싶어 하는 이들이 무분별하게 따라 하며 범람하게 되었다. 이미 디지털 세계에는 셀 수 없이 많은 트렌드가 넘쳐나고, 이런 트렌드는 특히 청소년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 결과 지금은 모두가 한 사람을 복제한 것처럼 똑같아 보이는, 일종의 정체성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트렌드 예측·분석 회사 WGSN의 미아 제이콥스Mia Jacobs는 “우리는 햄스터 바퀴에서 내려올 수 없었다”라고말했다. 지금까지 수십 개의 마이크로 트렌드가 동시에 생겨나고 사라졌으며, 이처럼 빠르게 순환되는 사이클은 이제패션계를 넘어 라이프스타일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예를 들어, 지난 5월 에서 소개한 ‘마이크로-시프트Micro-shift’는 ‘일은 적게 하고 돈은 많이 벌기’라는 뜻이다.
이는 내가 유일하게 지지하는 마이크로 트렌드다. 이처럼 짧고 빠른 트렌드는 점차 우리 삶 전반을 재구성한다.
우리 일상에도 스며든 마이크로 트렌드는 ‘과연 끝이 있을까?’라는 의문을 갖게 한다. 사실 많은 전문가와 소비자가이러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글로벌 미디어 플랫폼 ‘비즈니스 오브 패션BOF’은, 마이크로 트렌드는 Z세대가 갈망하던 감성과 공동 체의식을 잘 전달했지만 사딘 코어Sardine Core처럼 다양한 트렌드가 빠르게 등장하면서 오히려 혼란을 초래한다고 분석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오프라인에서 Z세대에게 영감을 받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이미온라인상에 깊이 뿌리내린 우리 모습은 쉽게 로그아웃할 수 없게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변화무쌍한 마이크로 트렌드 사이클에 저항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영국판에서 로라 피처Laura Pitcher의 기사를 보았다. 그는 “마이크로 트렌드의 과잉 속에서, 우리는 오히려 미니멀리즘과베이식함에서 매력을 느끼게 되었다”고 말했다. 빠르고 과도한 트렌드 사이클에 지친 사람들은 이제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을 새로운 탈출구로 여기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렇게 생긴 본질적 저항인 미니멀리즘마저 ‘언더컨섬션 코어underconsumption core’나 ‘디인플루언싱de-influencing’ 같은 새로운 마이크로 트렌드로 소비되며, 결국 또 하나의 트렌드로 변질되고 말았다. BOF가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흥미롭게도 지난해에 기본 아이템 매출이 급증했다고 한다.
이 같은 상황은 마이크로 트렌드도, 그에 대한 저항도 밈meme처럼 소비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결국 패션미래학자 제럴딘 와리Geraldine Wharry의 “지금의 트렌드 분석은 진짜 문화 창조가 아니라 조회수를 좇는 바이럴 경쟁”이라는 말을 떠오르게 한다. 트렌드에 대한 저항이 또 다른 트렌드로 바뀌는 모습을 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결국 우리가 찾던 ‘나만의 개성’은 더 이상 특정 스타일에 있지 않은 게 아닐까.
결론적으로 마이크로 트렌드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이미 마이크로 트렌드가 만들어낸 속도감과, 끊임없이 등장하는 새로운 스타일이 주는 도파민에 중독되어 있다. 만약 다시 하나의 트렌드를 깊이 파야 하는 상황이온다면, 또 다른 방식으로 마이크로 트렌드와 유사한 시스템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크다.
그러므로 마이크로 트렌드 같은 또 다른 현상이 만들어지기 전에 균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모두를 복제인간처럼 보이게 만드는 트렌드에 휩쓸려서는 안 된다. 마이크로 트렌드는 속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그 형태를 바꾸며계속될 것이다. 우리는 이 상황에서 최대한 개성을 잃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메가트렌드는 서서히 사라지겠지만, 우리는 그 방향성에 어떻게 대처해 나가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이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을중심에 두는 것이다.
많은 분석과 전망에도 불구하고 나만의 ‘개성’을 찾는 행위는 영원한 트렌드가 될 것이다. 나에게 무엇이 가장 소중한지 고민하고 실행하는 것이 빠르게 변화하는 마이크로 트렌드 사이클에 대처하며 저항하는 법이 아닐까.
text SEO YEONJAE(AMY)
art WI DAHAM(DAW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