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을 만드는 건 풍경이다.” 그런 여름 풍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어느 날, 산들산들 흩날리는 수국을 받고 들어선 곳은 폴로 랄프 로렌 사운즈 한남 여성 스토어다. 서울 한복판에서는 미처 보기 힘든 해변가와 보헤미안 무드가 펼쳐져 있던 이곳에서 진행된 건 작가 김영하와 함께하는 ‘컬처 & 아트 토크 : 햄튼 문학과 예술 유산’.

미국의 대표 소설 <위대한 개츠비>의 번역가이기도 한 김영하 작가는 다음과 같이 입을 뗐다. “부자와 예술가가 동시에 끌리는 도시라면 햄튼일 겁니다.” 절반의 하늘과 절반의 푸른 대지가 펼쳐진 햄튼이라면 누구나 선망할 것 같지만, 상상해 보건대 그곳에서 글을 쓴다면, 그림을 그린다면. 혹은 무엇이라도 ‘자신’을 위한 시간이라면. 어떤 미사여구 가득한 물질보다, 그곳의 자연광 아래 풍경이 전부가 되어줄 것 같았다. 랄프 로렌은 럭셔리를 다음과 같은 정의로 설명한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단순한 삶.” 김영하 작가는 그것이 정말 맞는 이야기라고 감탄하며 말을 이어갔다. “요즘 같은 최첨단 시대에, 최첨단의 기술을 갖고 있는 시대에 나의 주의력이 드는 시간은 몹시 귀합니다. 그건 ‘자기 삶의 결정권’이라는 말과 같아요.” 그 말에 왜인지 가본 적 없던 햄튼의 풍경이 그려졌는지.

한창 <위대한 개츠비> 이야기를 하다 문득 ‘소설 짓기’에 관해 말한다. “소설을 지을 때, ‘집’이 배경이라고 합시다. 그럼 집을 짓고, 주인공이 베란다까지 나갔다가 방으로 들어온다고 한다면 실제로 작은 모형 집을 짓고 그 루트가 맞는지 따져보기도 합니다.” 어떤 ‘상상’의 위대함이 소설에는 있었다. 많은 소설에는 이 ‘상상력’의 토대로 태어난 주인공이, ‘상상력’을 동력 삼아 움직인다. 우리가 꾸는 꿈, 희망, 바람 같은 것들은 현실 아래 모두 얕은 상상이라도 딛고 생겨나는 일들이니까 말이다. “<위대한 개츠비>에서 ‘위대한’이라는 번역이 개인적으로는 ‘대단한’ 정도가 맞다고 봅니다. … 그러나 자신의 삶 속 운과 불운에 맞서 싸운 점에서는 ‘위대한’ 개츠비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을 했다.” 소설 <위대한 개츠비>에 대해 김영하 작가는 말했다. 어쩌면, 그런 이야기는 오늘 날 랄프 로렌이 계속해 이어 나가고 있는 기억, 추억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햄튼처럼, 혹은 랄프 로렌의 옷처럼 우리가 이유도 모른 채로 무언가 선호하고, 막연히 계속해 쫓는 이유는 그런 것일 테다. 기억은 사라졌더라도 감정이 보존된 채 남은 것. 오래된 옷장 속 부모님의 셔츠, 어릴 적 입었던 것 같은 면 원피스. 문득 이맘때 떠오르는 여행지, 음악, 가볍고 당연하게 떠올리는 것들. ‘이야기를 가진 럭셔리’ 랄프 로렌이 가진 기호, 의미, 힘은 모두 그렇게 이어지는 것이 아닐까.

 

문학 그리고 문화와 함께한 랄프 로렌의 시간 끝에는 아트 북 큐레이션과 함께 랄프 로렌의 아내 리키 로렌의 저서 ‘The Hamptons’에서 영감을 받은 레시피로 구성된 케이터링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냥 지나갈 수 있었던 시간도 향으로, 문장으로, 기억과 감정으로 더욱 선명해진 그 날의 기억. 랄프 로렌의 여름은 폴로 랄프 로렌 사운즈 한남 여성 스토어에서 계속된다.

 

Editor 소히(Sohee, 권소희) 
© RALPH LAUR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