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잘 안 오네요.
잠은 잘 오네요.

사랑은 잘 안 오네요.
마감은 잘 오네요.

만족은 잘 안 오네요.
비만은 잘 오네요.

빈말이 허공을 가르는데
뇌리에 꽂힐 것이 아니었는데
마음은 왜 이리 연약한가요.
헐겁게.

발렌시아가에서 10년을 일하고 구찌로 향하는 뎀나와
로에베에서의 11년을 정리하고 새 출발을 시작하는 조나단 앤더슨의
첫 반응을 기억해요.

뭐지? 누구지? 왜 이리 파격적인 선택을 하지? 대체 뭘 믿고?

기다려줘야 해요.
한 달, 1년, 3년···.
고작이에요.
이 정도로는 몰라요.

뭐 그리 다 급하고 빨라요?
선택도 결정도 비난도.
착각할 수도 있잖아요.
오해였을 수도 있고요.

한 번 넘어졌다고 비아냥대는 것이 다 뭐예요?
꼬투리 좀 잡았다고 뭐든 다 싸잡아서 절벽 끝으로 몰아 남는 게 다 뭐예요?

뻥, 튀겨서
빵, 부풀리고
펑, 터뜨려서
퍽, 때리면
픽, 찢어져요.

봄이 쉽게 올리가요.
행여, 혹여, 왔다 쳐도 오래 머물리가요.

순수해서 아파서 불쌍해서 그래요, 봄이.
다 보고 느끼고 알아서 그래요, 봄이.
속이지 못해요, 봄이.

 

이겸
李兼
Guiom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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