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이세요.”
기껏해야 2년 남짓 된 줄 알았는데,
미루고 미뤘던 아랫니 미니쉬 치료를 5년 만에 비로소 마쳤다.

 “저 사진은 뭐예요?”
5년 전 해당 치과에 첫 방문했을 당시 촬영한 내 사진에는 앞니가 빠져 있다.
영구처럼.
“기억 안 나세요?”
생각해 보니 그때 그랬다.
극심한 스트레스로 어느 순간 앞니가 빠져버려 신경치료 등을 하면서 도합 1년 여를 앞니가 없는 채로 지냈다.

숫자 앞에 초연한 삶이지만, 2025년 편집장으로 10년을 채우는 한 해가 시작됐다.
‘0’에서 시작해 1과 ‘0’이 되는,
돌고 돌아 다시 ‘0’, 간신히 제자리로 돌아온 느낌이다.
그리고 다시 맞는 1, 뭔가 정신차리고 시작할 수 있는 기분이다.

모든 게 빠르다 못해 혼란스러운 요즘,
그중에서도 루머와 루머가 꼬리를 잇는 작금의 패션계에서
나와 같이 10년 차를 맞이한 발렌시아가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뎀나는 어떤 기분일까?

 채워졌을까.
비워졌을까.
몽롱해졌을까.
아무 생각이 없을까.
작년 여름, 지금껏 최고의 컬렉션이 뭐냐며 되지도 않게 불쑥 던진 내 질문에 뎀나가 그랬다.
“다음의 것(Next one)”이라고.
그 말은 여전히 유효할까.

 그럼에도 시간은 지금 이 순간에도 흐른다.
붙잡을 수가 없다.
딱 너처럼.

 의 시간에 20년이 넘게 유수의 패션 미디어를 거쳐온,
우리 삶을 주체적으로 이끌 만큼의 충분한 품위를 지닌 방호광 부편집장이 합류했다.
뱅Bang이라는 이름으로.
올해 에디터 10년 차가 된다며 감히 뎀나와 나의 10/10 클럽에 합류하려는 총괄 디렉터 지웅은 뱅이 갱뱅Gangbang일까 묻는다.
그러면 어쩔 건데, 뭐.
나도 한때 ‘봄 리’였을 시절, 봄이 봄Bomb이 아니냐며 다들 놀려대곤 했는데 뭘.

“’이’ 해보세요. ‘이’.”
거울을 보며 억지로 미소를 지어본다.
드디어 앞니, 아랫니 색이 하나로 맞춰진다.
주말이라고 특별히 만나자는 사람은 없지만 왠지 모르게 어깨가 으쓱하다.
진작 할걸.
진작 이럴걸.
진작 그랬다면, 그렇게 되진 않았을걸.

 

이겸
李兼
Guiom 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