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내내 진행된 촬영을 마치고 돌아온 새벽, 몇 시간 후면 도쿄로 가는 아침 비행기를 타야 했다. 알베르 카뮈의 소설 속 주인공처럼, 태양에 부신 눈을 잠시 깜박이니 어느새 무라카미 다카시의 카이카이키키 갤러리カイカイキキギャラリー에 와 있었다. ‘젊은 아티스트 지원’이라는 무라카미 다카시의 꿈의 현장 말이다. 대기실은 마치 현대 갤러리 같은 미니멀하고 티끌 하나 없는 화이트 일색이었다. 그러나 유리문을 지나 왼쪽으로 돌면 일본 시장 거리를 재현한 곳이 나타나고, 운이 좋다면 중앙에 서 있는 무라카미 다카시를 만날 수도 있다. 그는 둥근 안경 너머 큰 눈으로 나를 반갑게 바라보며 손을 내밀었다.

회의실로 안내받았을 때, 도쿄의 힙합과 하이 스타일을 대표하는 JP 더 웨이비를 만났다. 차분하고 침착했지만 존재감이 돋보인 그는 “JP는 제가 일본 사람이라는 것을 의미해요. 웨이비는 본래 웨이브 머리여서 붙였지만, 또 쿨하다는 의미의 슬랭이기도 하죠’’라며 자신을 소개했다. JP 더 웨이비는 2017년 히트곡 ‘Cho Wavy De Gomenne’로 순식간에 인터넷에서 센세이션을 일으켰는데, 이는 인스타그램 핸들 @sorry_wavy에 대한 경의의 표시였다. 소셜미디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자 “늘 예측할 수 없죠”라며 눈웃음을 지었다. 예측할 수 없는 그의 사생활은 ‘WAVY TV’라는 유튜브 시리즈에서 찾아볼 수 있다. “비하인드 콘텐츠를 보여주고 싶어 시작했어요. 인스타그램에 사적 내용을 게시하지 않는 편이에요. 그래서 브이로그를 통해 저에 대해 더 많이 공유하는 것이 재미있을 것 같았어요.” 이번엔 무라카미 다카시의 채널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궁금해졌다. “올해 교토에서 전시회를 했는데, 일본에서 저에 대한 평판은 낮은 편이었어요. 사람들이 저를 별로 좋아하지 않거든요.(웃음) 그래서 제 이야기를 하기 위해 채널을 시작했어요. 어쩌면 일본에서는 마지막 큰 쇼가 되겠다 생각했고, 의미 있는 쇼가 되기를 바랐어요. 유튜브를 통해 일본 관객과 소통하고 있는 것 같아요.”
두 사람의 첫 만남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이루어졌다. 무라카미 다카시는 JP 더 웨이비에게 연락해 8년 만에 일본에서 열린 대규모 개인전 에 맞춰 주제곡을 만들어 달라고 했다. 이게 바로 크리에이티브 듀오 MNNK Bro.의 시작이었다. JP 더 웨이비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딱히 가사보다는 노래 중간쯤에서 키가 갑자기 바뀌고, 약간 재즈풍으로도 바뀌어요. ‘카이카이키키’라고 반복해 불리는데, 노래 전체에서 가장 중독성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카이카이키키’는 ‘대담하고 강하고 민감하다’라는 뜻으로, 17세기 후반 미술평론가가 에이토쿠 가노의 그림을 묘사할 때 빌려온 표현이다. 무라카미 다카시는 자신의 갤러리에도 이 이름을 왜 사용했는지 알 것 같다. 예술에 이보다 더 적합한 표현이 있을까. 경계를 넓힐 수 있는 대담함, 돋보일 수 있는 강함, 감정을 잘 포착하는 민감성. ‘예술가’의 범주가 음악가는 물론 예술, 패션, 심지어 음식으로까지 경계가 모호해진 세상에서, JP 더 웨이비의 생각이 궁금했다. “세 가지 중 필수적인 것을 꼽으라면 대담함이요. 자신감 있는 것이 핵심이라고 생각해요. 또 저에게 세 가지를 꼽으라면 대담함, 숙련도, 패션을 꼽을 것 같아요.”

패션. 물론 빠르게 전파되는 미디어 환경에서 패션의 중요성을 빼놓을 수 없다. ‘모노노케 교토’ 뮤직비디오에 나오듯이 JP 더 웨이비와 무라카미 다카시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맞춤형 프롤레타Proleta를 입고 있었다. 마치 모든 색깔을 자랑하려는 아이의 상상력이 살아난 듯했다. JP 더 웨이비의 후드는 왼쪽에 ‘J’, 오른쪽에 ‘P’가 표시된 장난기 가득한 귀가 달려 있었고, 무라카미 다카시는 그를 상징하는 무지개 꽃 모자를 쓰고 있었다. “래퍼들에게는 체인이 필수죠.” 무라카미 다카시는 도브 캐릭터인 체인, JP 더 웨이비는 예수 체인.

JP 더 웨이비는 미국 힙합을 통해 힙합에 입문했다. 그의 세계는 퍼렐 윌리엄스, 예, 드레이크일 수 있지만 자신의 스타일로 힙합을 재구성했다. “일본어 더빙 버전 패스트 & 퓨리어스와 ‘모노노케 교토’처럼 노래를 작곡할 때, 저는 전 세계 사람이 일본 노래라는 인상을 받기를 바라요. 그래서 일본을 묘사하거나 모든 사람이 아는 일본어 단어를 사용하는 것과 같은 요소를 넣어요. 그렇지만 너무 깊이 생각하지는 않아요.” 힙합도 미국에서 시작되었듯이, 현대미술도 서구 미술이 지배적인 시대에 자란 무라카미 다카시. 그는 항상 독특한 일본적 정체성을 표현하는 것을 염두에 두었다. “피카츄가 일본의 상징인 것처럼 저는 ‘모노노케 교토’의 사운드에서도 그런 본질을 포착했으면 해요.”

서로에게 보내는 눈빛만으로도 서로에 대한 이해심이 얼마나 깊은지 알 수 있었다. 무라카미 다카시는 JP 더 웨이비의 콘셉트가 독특하다고 말한다. “힙합은 종종 갈등과 논란의 중심이 되지만 JP는 그것을 피해 가죠. 폭력적이거나 성적인 주제 대신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드는 데 집중해요. 깨끗하고 깔끔하지만 항상 깊이가 있죠. 예를 들어, 제 꽃은 표면적으로는 밝아 보이지만 아이들은 그 밑에 깔린 어두운 면을 감지할 수 있어요. JP의 음악은 제 작품처럼 밝고 행복해 보이지만 자세히 들어보면 복잡한 세계를 발견하게 돼요.” 

MNNK Bro.와의 작업, 그리고 첫 앨범 준비에 JP 더 웨이비는 바쁘다. “앨범을 만드는 건 꽤 긴장되는 일이에요. EP는 별생각 없이 발매할 수 있지만, 앨범은 그 의미가 더 크다고 생각해요. 지금까지 만든 모든 걸 뛰어넘고 싶고, 모든 사람을 감동시킬 수 있는 걸 만들고 싶어요.” 이번 앨범에는 한국 아티스트와 협업한 곡도 포함될 예정으로, 과거에 그와 협업했던 식케이, 박재범과의 작업 과정이 궁금했다.

한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려던 참에, 음악가인 그가 먼저 K-팝에 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한국을 돌아다닐 때 많은 노래가 들려 정말 좋아요. K-팝은 무거운 베이스 사운드가 있고, 일본 노래와 달리 울림이 많아요. 저는 항상 K-팝이 더 글로벌하다고 생각했어요.”

K-팝에 대해 말하다 보니, 무라카미 다카시가 최근 뉴진스와 함께한 협업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뉴진스를 좋아해요. 인스타그램에서 ‘이거 너무 좋아, 너무 좋아’라고 생각하고 있던 차에 어느 날 멤버 중 한 명이 제 꽃을 입고 있더라고요! 그게 2021년 12월이었어요. 작년에 민희진 대표가 우리 사무실에 방문했을 때부터 협업이 시작됐어요. 과정은 힘들었지만, 도쿄 돔 팬 미팅은 제게 자랑스러운 순간이었어요.” 무라카미 다카시가 뉴진스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자기 작품을 보고 흥분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JP 더 웨이비와 박재범이 그렇게 만났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디지털 세상에 사는 것이 참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결국 우리는 모두 하루의 끝, 침대에 누운 채 핸드폰을 스크롤하며 새로운 것을 배우고 있지 않은가. God, I love the internet.  

Text & Art 세라(Sarah, 최연경)

Discover more in DAZED KOREA MUSIC & MUSICIANS 2024 edi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