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뷰티는 있다.

내게 뷰티는 일이었다.

스무 살 초반 입사한 PR 에이전시에서 처음 배당받은 일이 뷰티 브랜드였다.
당시 대표가 내게 뷰티 브랜드 담당을 부탁하며 해준 말이 여전히 기억난다.
“우리나라에도 섬세한 남자들이 뷰티를 하는 시대가 곧 올 거야.”

같이 일하던 선배들은 곧잘 그 브랜드의 본사에서 일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이유는 자녀 학자금 제공 등 각종 복지를 얹은 안정감이었다.

나도 뒤처지기 싫어 열심히 했다.
13호와 21호의 차이부터 브랜드별 컬러 팔레트와 제품 성분, 용기를 만드는 공장, 모델 선정과 촬영 기술, 보도 자료 작성 등
생산부터 마케팅까지 뷰티 메커니즘에 관해 쉴 새 없이 공부했다.

내게 뷰티는 꿈이었다.

운이 좋았을까.

패션 에디터로 일하던 어느 날, 그때 그 브랜드의 기업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왔다.
마음 깊이 나도 모르게, 굴지의 뷰티 대기업을 경험해 보고 싶었다.
그 선배들이 말하는 안정감을 탐닉해 보고 싶었다.
그래, 정상으로 살고 싶었다.
그렇게 몇 달에 걸친 입사 과정을 통해 딱 서른이 되던 해 그곳에 들어갔다.
엄마와 아빠는 이례적으로 응원의 만세를 보냈다.

결과적으로 그곳에서 채 3개월도 머물지 못했다.
도저히 적응할 수 없었다.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을 털어놓자면, 매일 아침 출근할 때마다 내 캐주얼한 옷차림으로 인해 시큐리티 직원에게 퀵서비스 기사로 오해를 받았다.
당시에 그것이 얼마나 스트레스였냐 하면, 아예 사원증을 입에 물고 들어간 적도 있고, 지금에야 후회하지만,
‘매일 보는데 일부러 그러시나’ 하는 속상한 마음에 그분들께 못되게 굴기도 했다.
결국 아침마다 반복된 제재는 그곳에서 환영받을 수 없는 사람이란 주홍글씨를 스스로 뒤집어쓴 결과를 초래했다.
며칠만 더 다니면 인센티브가 지급된다는 윗사람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곳을 떠났다.

내게 뷰티는 싸움이었다.

그런저런 경험을 통해 다음 입사한 매거진에서 나는 패션과 뷰티를 동시에 담당하는 에디터가 되었다.
그곳에서 뷰티를 이미지로 연출하는 노하우와 텍스트로 전달하는 요령 등에 대해 호전적으로 학습하고 경험했다.

안타깝게도 그 매거진이 폐간되는 바람에 뷰티에 관한 도전을 이어가지 못한 점은 지금 생각해도 아쉽다.

<데이즈드> 편집장을 시작한 10년 전, 누군가 <데이즈드>는 뷰티가 약한 잡지라고 그랬다.
“세상이 보수적이라 그래요. 특히 유독 ‘뷰티’가요.”
나는 조금은 되바라진 마음가짐으로 10년을 기다렸다.

‘뷰티’가 <데이즈드>가 가진 다양성과 독립성, 포용성을 닮아가기를,
한계를 넘어서기를,
더 이상 뭔가를 선생인 척 가르치지 말기를,
제발 각자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 수 있도록 내버려두기를,
기도하고 기다렸다.

그러고 나는 올해부터 화장을 하기 시작했다.
아주 즐겁고 행복한 마음으로.

누군가는 꽤나 예쁘다고 ^^

내게 뷰티는 나 자신이다.

<데이즈드> 뷰티는 여러분 자신이다.

누구에게나 뷰티가 있다.

 

이겸
李兼
Guiom 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