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에서 도망치듯 나왔다.
여자 같다고, 가난하다고 폄하하던 사람들로부터.

부단히 그때의 나를 지우려 애썼다.
마치 갑옷처럼 나를 지켜주는 것은 옷이라 믿으며.

옷으로 나를 투영하고
옷을 좋아하는 사람을 좋아하고
옷으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도쿄에서 머리를 노랗게 탈색하고 자전거를 탔다.
주중에는 라면을 만들고 주말에는 마사지 가게에서 수건을 빨았다.
낮에는 전단지를 돌리고 밤에는 웃음을 팔았다.
돈이 생기면 옷을 샀다.
안 먹고 안 마시고, 치장에만 애를 썼다.

서울로 돌아온 내게 엄마는 뱀 같다고 했다.
몸무게를 재니 56kg이었다.

내달렸다.
그 속도가 너무 빨라 세상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악문 입술에서 터져 나온 피를 모아 꿈을 채웠더니
주어진 시간은 막바지에 다다랐다.

집들이 온 동생의 딸이 버섯을 먹지 않는다.
“외삼촌은 버섯을 정말 좋아하는데.”
동생이 묻는다.
“오빠 어릴 때 버섯 정말 싫어했어. 얘도 아마 그렇게 되지 않을까?”
잊고 있었다.
싫어하던 음식이 크면 좋아질 수 있구나.

좋아하던 옷이,
구역질과 함께 쏟아진다.

다시 노란 머리다.
자전거를 타고 도망칠 때다.

이겸
李兼
Guiom 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