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르종 로비에 Garzón Robie
흐음. 그는 수상하다. 그리고 웃기다. 하지만 이로서는 그를 설명하기에 부족하다. 복잡 미묘한 매력이 있다. 새어 나오는 웃음을 설명할 길이 없다. 가르종 로비에라고 했다. “근데 진짜 좀 웃기신 것 같아요.” 인터뷰가 5분도 채 지나지 않았을 때 느닷없이 툭 튀어나온 그런 말. “저는 재밌는 음악, 재밌지만 그 음악이 또 듣기 좋은 음악, 듣기에는 또 멋있는 음악, 하지만 뭔가 무겁지는 않은 걸 추구합니다. 그렇습니다.” 짧고 뚜렷한 문장 여러 개가 매끄럽게, 거슬릴 틈 없이 이상하게 이어진다. 수상할 정도로 쉽다. 최근 발매한 EP 소개 글만 봐도 그렇다. “댄스 클럽에서 마주친 신원 미상의 미스터 킴 이야기. 마법 같은 리듬에 혼미해진 오늘 밤.” 남다른 상상과 감상을 자아내는 그의 음악은 분명 전에 없던 ‘캐릭터’다. “사람의 정체성이 보통 정해져 있잖아요. 이름부터 성별, 환경··· 모두 내가 결정하기보단 학습된 정체성인 거죠. 반면 ‘가르종 로비에’는 제가 선택한 저예요. 그래서 제 첫 곡 ‘abamama’부터 내가 초심자가 됐다고 생각하고 새로워져 보자, 그런 마음으로 작업을 시작했어요. 제가 무한한 가능성 속에 있다고 생각하고요.” 2년 새 힙합 동아리원 김민수에서 가르종 로비에가 된 그는 자신이 믿는 ‘가능성’이라는 말처럼 근거 없이, 종잡을 수 없이 곡을 쓰고 가사를 붙이고 앨범 아트와 뮤직비디오까지 제작하며 그만의 승부수를 띄우는 중. 조금 촌스럽고 아주 에지 있게.



소울 딜리버리 SOUL DELIVERY
‘재미로 시작했다’는 밴드의 탄생 설화들은 정말 의례적인 건 줄 알았다. 이들을 만나기 전까지 말이다. 소울 딜리버리는 정말 잼JAM의 재미에서 시작된 밴드다. “누가 이렇게 뚱땅뚱땅거리고 있으면 갑자기 여기서 베이스가 들어오고, 키보드가 들어오고··· 그런 식으로 시작해요.”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라는 말은 바로 지금 적절하다. 베이스와 키보드, 기타, 드럼이 한데 모인 이들의 ‘잼’은 우연 혹은 운명에 기대 하나의 멜로디를 만들어나간다. “엄청난 우연이죠. 아무리 가까운 사이여도 각자 서로 깊은 곳에 있는 마음까지는 모를 수 있는데, 잼을 하면서 서로가 ‘이런 생각을 했구나’ 알죠. 대화 나누듯 표현하는 거니까요. 그러니 항상 당연한 게 없어요.”
드러머 신드럼, 베이시스트 정용훈, 키보디스트 하은, 기타리스트 준스 세컨 라이프가 모두 모여 소소하고 조화롭게 떠들다 그렇게 즉흥적으로 첫 앨범 가 나왔다. 팀 이름을 정하기도 전 불쑥 생겨버린 일. 목적지를 정해두지 않은 이들의 음악에는 그만큼 자연스럽고 풍부한 서사가 담겨 있다. ‘노가리’, ‘넋’, ‘Fresh Air’ 같은 곡의 제목만 봐도 짐작할 수 있다. “곡을 낼 때 굳이 하나의 메시지를 생각하지 않아도 되겠단 생각을 했어요. 그냥 저희가 자연스럽게 잘해 나가고 있는 것 자체가 좋은 메시지라고 생각해요.” 함께라면 시원한 바람에 떠밀리듯 기분 좋게, 더 멀리 갈 수 있는 법이니까.


히코 Hiko
픽션과 가식을 대기 중 먼지처럼 들이마시는 오늘날, 현대인에게 솔직함은 차라리 미덕이다. 특히 사랑에 관해서라면 더. 히코는 사랑에 대해 말한다. 그저 사랑한다며 베베 꼬지 않고 말한다. 그것이 중요한 포인트다. “저는 제가 강하게 뭔가 느껴야 노래로 나오는데, 주로 사랑에서 그런 감정을 많이 느껴요. 사랑을 할 때 사람이 가장 솔직해지고 표현도 자유로워지잖아요.” 그런 사연으로 히코의 데뷔 싱글 ‘시간이 지나서’에는 가사가 된 편지 글이 있다. “가사를 쓰려고 쓴 게 아니고, 제가 좋아하던 사람에게 정말로 했던 말이에요. 써두었던 편지가 있었거든요. 그걸 그대로 옮겼어요.” 그는 이어 밝혔다. “잘 안됐지만, 제가 말을 그렇게 해서 뭔가 잘 안된 것 같기도 하고.”(웃음) ‘아저씨 돼서 / 할아버지 돼서 / 후회할 것 같아 / 널 놓치면···’ 잘 안됐다던 가사는 있을 법한 사랑 이야기가 되어 결국 한 사람 뺀 나머지 모두에게 통했다.
자칫 ‘트렌디’라는 말로 그를 설명할 수 있겠지만, 그러기에 히코의 음악은 카톡보단 메일로, 메일보단 손편지로 전해야 할 것 같기에, 꼭 고심해서 고른 봉투에 담아 전해야 할 것 같아서. “이번 신곡 제목이 ‘사랑하는 너에게’가 아니라 ‘날 사랑하는 너에게’거든요. 상대가 저를 사랑해 준다는 전제 아래 부르는 노래예요. 불안함이 없는 사랑 노래를 만들면 재밌겠다 싶어서요.” 정서적 측면에서 그의 에두르지 않은 감정은 향수를 부르는 그 시절의 발라드와 가깝지만, R&B 장르에 기반하는 사운드를 더해 그는 그만의 독자 노선을 간다. 마치 50년 역사를 자랑하는 유서 깊은 평양냉면집의 새로 생긴 깔끔한 분점처럼.
Text Kwon Sohee
Photography Jun Giseong
Art Lee Sey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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