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잠을 기절하듯 자요.
책도, 영화도, 유튜브도 보다 만 게 수두룩한데
예전 같으면 궁금해서라도 다 보고 잤는데
이젠 뭐든 미련이 없나 봐요.
옷도 그래요.
한 10년 밤 잠 설치며 열심히 모아둔 것들,
절반 가량 <데이즈드> 팀에게 떠나 보냈어요.
한 장 한 장 작별의 순간을 마주할 땐 울컥하기도 했는데
잡고 싶은 마음까지는 없었어요.
얼굴도요.
눈매는 좀 아꼈는데…
아니에요.
나아지기보다는 달라지는 것에 중점을 두고 새로워지려고요
아파도요.
질척거림 따위 없이요.
이사도 가네요.
‘남들처럼은 안 살 거야’
빈 땅에다 의기양양 차곡차곡 쌓아 올린 집이었는데
찔끔 눈물 정도랄까.
연연하기는커녕 속이 다 시원해요.
멈추고, 비우고, 버리고 또 바꾸고….
삶의 중간쯤에서 알아가고 있어요.
의미가 있다는 것은 시간이 지나고 나야 깨닫게 된다는 것.
다음은 또 무엇과 누구와 헤어지게 될까요?
이것이 제게 의미가 있었는지 아니었는지 얼마나 쓰라리게 터득하게 될까요?
설레요.
겁나요.
호흡이 빨라요.
오세요.
내색하는 방법조차 잊은 제 공허함 속으로
어서요.
이겸
李兼
Guiom Le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