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죽이게 쓰고 싶었어. 그러려면 많은 걸 겪어야 해. 모두처럼 살면 안 돼. 소수여야 해. 다정해야
해. 별별 이야기가 흐르고 흘러 스스로 감당 못 할 지경이 돼야 해. 죽여주게 쓰는 거, 그게 그냥
어릴 때부터 갖고 있던, 어쩌면 단 하나의 꿈이었으니까. 섬뜩하리만큼 술술 읽히면서도 턱 하고 탁
하게 꺽꺽 숨이 막히면서도 뭔가 하나 남는 것. 굳이 뭘 남기겠다고 쓰진 않을 거야. 차라리 아주 통속적인 것만
모아 쉽게 갈 거야. 그게 나니까. 1년 전쯤에 만약 1년 뒤에 다시 이 지면에 뭔가를 써야 한다면 뭘 써야 좋을지
스치듯 고민해 본 적이 있어. 죽이는 글은 뭐가 됐든 어찌 됐든 솔직함이 최우선이어야 맞는 거잖아. 그런데
그렇게 1년이 흘렀는데 어쩌면 이럴 수 있어? 하늘에 계신 님께서 내 소원을 너무도 친절히 다 들어주시기 시작한
거야. 작정하시고 ‘그래 그럼 다 겪어봐라’ 하시는 거야. 물론 예전에도 이런 마음을 먹은 적이 있어. 무슨 일이
생겼을 때 ‘글을 잘 쓰게 해주려고 이러시는구나. 그러라고 내게 이런 일을 주시는구나’ 고맙게 생각하곤 했단
거지. 그런데 이번에는 말이야. 그것도 어느 정도 한계가 있는 법인데 완전히 초월하시더라고. 죽이게 쓰라고
주는 경험인지 죽으라고 주는 경험인지 분간이 안 될 정도로. 비범한 상상이 취미인 나조차 범접할 수도 없을
정도로 ‘어마무시’한 것이 떼를 지어 몰려오기 시작했어. 펄펄 끓는 뜨거운 불구덩이 아니 거센 파도가 치는
물구덩이 아니, 아니. 수천만 개의 바늘이 온몸을 동시에 사정없이 찌른 후 살갗과 내장을 갈기갈기 찢어놓기
시작했어. 그러고는 다시 수천만 개의 바늘이 그 찢어놓은 살갗과 내장을 하나하나 꿰매 붙이기 시작했어. 잠시
숨을 돌릴까 하는 찰나, 다시 수천만 개의 바늘이 왜 상처 없는 부분만 공략해 다시 찢어놓더니 끝나자마자
곧바로 그나마 깨끗한 부분만 골라 꿰매 붙이고, 다시 찢고 꿰매 붙이고 또다시 찢고 꿰매 붙이길 반복 또 반복

또··· 또··· 또···!

숨을 쉰다는 거 눈을 뜬다는 거 입을 벌린다는 거 그거 그렇게나 의미 있는 일, 맞아?
누구라도 좋으니 용하게 글 잘 쓴다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면 무릎 꿇고 하소연이라도 하려 했어.
“당신도 겪었어요? 당신 글요! 당신 사연요! 당신 그 혼과 육신요! 정말 죽어야 사는 게 맞는 거예요?”
미처, 겨를도 없이 엄마가 아팠어. 글을 잘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했더라. 평범해지면 안 되잖아.
병원비를 챙겨 보내며 ‘엄마, 지금은 내가 더 아파’. 내 양심이 제대로 반영된 법적 효력 있는 유서를 쓰고 싶어.
장기를 내줘도 아깝지 않을 내 자식을 갖고 싶어. 단 하루라도 말 통하고 귀엽고 섹시한 데다 패션 좋아하고
외국어 잘하는 너를 만나 떠나고 싶어. 이달 <데이즈드>처럼 열다섯 살로 돌아가
‘아무도 막지 마. 나 이제부터 철저히 남들 다 닦아둔 길만 쏙쏙 골라 걸을 거야’ 다짐하며 인생을 다시 살고 싶어.
엄마 아픈 데 가볼 수 있게 그만 아프고 싶어. 잠깐, 금연과 1일 1식의 고통이 몰려온다. 고작 3일 됐으니 그럴 만도 하지.
잠깐, 돌아와 보니 오늘이 장국영이 떠난 4월 1일이네. 그것도 2023년, 토요일 밤.
2000년 어느 여름날에 도쿄에 온 장국영을 보려고 신주쿠 한복판을 무작정 서성인 적이 있었지.
그림자라도 밟고 싶었던 건 장국영과 리 알렉산더 맥퀸이 다였어. 내가 키우다 놓친 강아지 이름이 뭐더라.
쪽이였다. 쪽이도 보고 싶다, 장국영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글을 죽이게 쓰고 싶어.

고꾸라져도 나란 인간이 살면서 그나마 좁쌀 같은 걸 남겼다면 그게 글이고 싶어.
본능적으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느껴. 그간 바늘 핑계 대며 많이 놀았어. 부지런해져야 해. 욕심을 내야 해.
생각은 행동으로 옮길 때가 생각인 거란 걸 결코 잊으면 안 돼. 값비싼 지면을 빌려 누군가에게는 한없이 가식 떨어
미안, 더없이 가증스러워 죄송. 아직 솔직하지 못해서, 솔직할 수 없어서. 글 때문에 죽고 싶지 않아서.

이겸
李兼
Guiom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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