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을 사랑한다. 화장하는 행위만큼이나 화장품 이야기를 하는 것도 사랑한다. 돈이 없던 대학생 시절에는 어쩌다 엄마 화장대에서 ‘발굴’한, 유통기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도 모를 제품을 SNS에 열렬히 리뷰하며 떠들었고, 지금도 여전히 누군가와 화장품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즐겁다. 아니, 즐겁나? 어느 순간부터 뜨뜻미지근한 온도로 화장품을 이야기한 건 아닌지 스스로에게 물었다. ‘뜨겁든 차갑든 애매하게만 굴지 말라’는 어느 선배의 말로 그 답을 얻으며 온전히 주관적인 화장품 이야기를 시작해 볼까 한다.


최근 생긴 취미가 있다. 바로 셀프 왁싱. 체모가 싫진 않지만, 왁싱은 나에게 꽤나 좋은 스트레스 해소법이다. 인터넷에서 우연히 극심한 스트레스 때문에 자기 스스로 털을 뽑는 앵무새를 본 적이 있는데, 이런 마음이었을까. 하지만 왁싱은 순간의 쾌감에 비해 치러야 할 대가가 몹시 골치 아픈데, 꾸준한 각질 제거로 인그로운 헤어를 관리해 줘야만 한다. 내 피부는 어릴 때부터 꽤 민감해서 스크럽제는 평생 마주할 일 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어느새 특유의 시원한 사용감은 물론 인그로운 헤어까지 관리해 주니 요즘 샤워할 때 꼭 필요한 아이템이 된 지 오래다. 추가로 보디로션을 바르기 전 리퀴드 각질 제거제로 한 번 더 케어하고 있으니, 내 칙칙한 겨드랑이가 뽀얘질 날이 머지않은 듯하다.


새로 생긴 건 취미뿐 아니다. 메이크업 취향도 새롭게 바뀌며 적은 터치로 고효율을 낼 수 있는 가성비 높은 아이템을 좋아하게 됐다. 이런 취향의 변화는 아마 나의 미니 백 때문일 텐데, 유행을 따라가고자 한 뼘만 한 가방을 샀고, 세 가지 이상의 화장품을 들고 다니지 못하는 신세가 돼 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중하게 고른 두 가지 아이템은 바로 파우더 콤팩트와 글로시 립밤. 피붓결이 가려지는 베이스 메이크업을 극도로 싫어하지만, 날이 갈수록 깊어지는 팔자 주름을 방치하고만 있을 순 없었기에 파우더 콤팩트가 나의 첫 번째 픽이었고, 얼굴 어디든 간편하게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글로시 립밤은 아마 말하지 않아도 그 이유를 다 알 것이다.


직업 특성상 많은 사람을 만나지만 극내향적 성향 때문인지 인연을 기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화장품 중 운명같이 내 취향을 정확히 간파해 줄 아이템과의 만남은 생각만 해도 기분 좋은 떨림을 준다. 그 마음은 생각만 해도 즐겁기에 누군가와 꼭 나누고 싶다. 당신도 분명 그런 운명 같은 만남을 하기를 바라며.   

Text Hyun Junghwan
Art Ha Su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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