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에 홀로 머물 때면 무던히 대하던 형이상학에도 집착해. 갖다 붙인 말이 어렵지, 그냥 원인 모를 초자연적 현상에 사로잡힐 때가 있잖아.
호텔은 명목상 쉼을 위한 공간인 거 알지?
그런데 온갖 군상이 오며 가며 남기는 것이 쌓이고 쌓이면 말야,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되거든.
가령 내가 나체로 32층 창문에 붙어 춤을 추든, 욕조에 앉아 시뻘건 와인을 마시다 정수리 위에 쏟아붓든,
침대 위에 서서 레이즈 감자칩을 뜯다가 몽땅 쏟아 버리든,
뭘 해도 그만일 용기가 마구 샘솟거든.
하루는 어떤 친근함보다 그런 낯섦? 아니 날 선 기분에 사로잡힐 땐 어김없이 호텔로 향해.
파크 하얏트에 체크인했더니, 방에 이리도 거울이 많았나.
침대 위와 앞, 소파 뒤, 한 바퀴 뺑 돌아 욕실 안은 물론이고, 바로 욕실 문 옆에 또? 맞니? 옷장을 열면 하나 더, 마지막으로 여긴
화장실용 방이 따로 있어? 그 문 앞, 하다 하다 토토 변기 앞까지? 열댓 평 남짓한 방에서
이 모든 전신 거울을 다 어디다 쓰라고, 대체 얼마나 용모를 단정히 해야만 하는 건지.
거울에 반사된 온몸의 근육들, 표정 하나까지 실시간으로 보고 있자니 이제껏 본 적 없던 내 모습은 마치 리얼리티나 다름없구나.
거울 속 너와 나 사이, 실오라기 하나 없이, 숨을 곳도 못 찾고, 빛을 아무리 따라가도 그냥 나밖에 없거든.
이 방에서 누가 지냈든, 지금 누가 들어오든, 눈앞에 존재하는 건 나뿐이로다.
그러니까 최고 시설의 안락함으로 집 같은 편안함을 제공한다는 호텔, 그 완벽한 껍데기 안에서 알맹이가 어떻게 될지 궁금한 것과 같은 상황인 거지. 자발적 선택임에도 불구하고 방 안 오갈 데 없이 마주한 자아란 진짜배기거든. 그러니 지금부터 말하는 건 허공을 향한 외침이자,
나 스스로에게 하는 다짐인 거다.
긍정과 긍정 그리고 긍정
부정의 부정의 부정
내 마음대로 이상향에서 긍정은 나열해야 마땅하고, 부정은 종속 또는 인과관계여야만 성립한다네.
즉 긍정은 이유 없이 반복해도 건설적인 효과를 낳고, 부정은 당위성이 존재할 때만 귀를 기울여야 할 터.
차라리 이중부정은 다시 긍정으로 우회하니 한층 높은 단계의 긍정이로다.
이 원리를 좇아 거울 앞에서 나는 다시 중얼거릴 따름이네. 긍정과 긍정 그리고 긍정. 부정의 부정의 부정.
어쩌면 이게 초긍정, 이게 형이상학 주문이라면서.
2023년 흑묘년을 맞아 내걸 만한 약속도, 희망도, 소원도 없지만, 단 하나, 이것만은 명심할 수 있다네.
좋고, 싫음이 무엇인지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자고. 소신 있는 발언에 책임까지 질 수 있다면,
이는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인류애라고 자신 있게 말하겠다.
스스로가 진정 좋고 싫음이 뭔지 깨달을 때 자아에 한층 가까이 접근할 수 있으니까.
호오好惡를 말할 줄 알고, 또 연습하게 만듦으로써 우리가 사회에 다시 이바지하라고,
그러니까 파크 하얏트가 사방팔방 거울을 그리 냅뒀나 보구나.
오유라
Oh Yur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