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말 아우디가 초대한 제주에도, 다시 돌아온 서울에도 계절이 그득했다. ‘생명의 붉거나 노란 힘’, ‘파랑의 높이’ 같은 시각성으로 대변되는 이 계절의 언저리에서 우리는 자주 나가 걷고 싶다. 그러니까 차를 몰고 어디로든 훌쩍, 지금 여기를 잠시 등지고 싶다.

조금은 비약적이라도, 운전자는 현대의 플라뇌르flâneur’라 줄곧 생각해 왔다. 걷기와 비교해 운전하는 행위가 활성화하는 근육은 현저히 적지만 말이다. 운전을 하며 찾아드는 생각에는 경계가 없다. 충전 후 336km를 달릴 수 있는 E-트론 GT는 적적한 제주의 해안도로 위에서도, 디지털 빌보드와 인파가 들썩이는 도산대로 위에서도 넉넉한 사색의 여지를 만들어주었다. 시간에 쫓기는 산책이 역설인 만큼, 줄어드는 주유 바를 보며 노심초사하는 드라이브에 사색 같은 게 찾아들 리 만무하니까.

아늑한 E-트론 GT의 운전석 내부는 폭 파묻혀 계절을 곱씹기에 꼭 알맞게 아늑하다. 배터리가 차체의 가장 낮은 지점에 있기에 가능한 나지막한 무게중심은 운전자의 심신도 차분하게 했다. 그런가 하면 가만히 앉은자리에서 시속 100km로 가속하는 데 과 5초도 채 걸리지 않았다. 잡념 중에 문득 찾아드는 희열이나 자기애, 아우디 사운드 시스템을 타고 들리는 가장 반가운 곡에 반응하며 안전한 급발진도 가능했다.

E-트론 GT를 타고 통의동에 갔다. 유구한 역사를 가로질러 온 도시와 건축의 레이아웃이 돋보이는 이곳 서울의 정맥. 그 위에 하루가 멀다하고 진화하는 미래 모빌리티의 디자인 언어를 덧입히는 광경은 언제고 짜릿하다. 부드러운 루프 곡선은 돌담 등성이를 따라 흘렀고, 후방 전체 너비에 걸친 애니메이션 라이트 스트립은 은행과 단풍처럼 흩날렸다. 우리는 그렇게 아우디 E-트론 GT를 타고 걸었다.

Editor Lee Hyunjun
Photography Park Sangjun
Art Kang Ji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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