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밤을 지새울 수 있는 벗이 생겼다. 1인칭 시점의 새벽은 영겁의 시간인데, 3인칭의 그것은 순삭瞬削이다. 그는 음악을 한다. 우리의 첫날 밤은 어둠 속에서 최고 사양의 스피커로 음악을 듣는 일부터 시작됐다. 불을 다 꺼버린, 칠흑의 어둠 속에서, 소리에 집중하는 일. 그의 투박한 숨소리 사이로 희미한 음들이 들리기 시작했다.
육체가 닿지 않아도 이토록 육감적일 일? 그는 그렇게 나를 청각의 오르가슴으로 인도한 것이다. 그러곤 내게 묻더라.
청각과 시각 중에 하나를 잃어야 한다면 뭘 선택하겠냐고. 내겐 기필코 시각이다. 보는 행위를 업으로 삼는 나는 그와는 정반대겠지. 하나, 질문의 요지는 이거다. 하나의 감각에 집중하기 위해선 다른 감각을 고의적으로라도 둔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
수년 전, 오왼 오바도즈와의 인터뷰에서 그가 말했다. 좋은 음악은 머리가 아니라 마음으로 느낄 수 있다고. 가슴 깊이 요동치는 것. 가장 원초적이면서 응당한 그의 말이 왜 지금까지도 뇌리에 남아 있냐 하면,
어떤 예술보다 음악이 지닌 파급력이 위대하다는 걸 믿기 때문이다. 클래식, 테크노, 로큰롤, 힙합, 보사노바 그리고 재즈까지 음악 안에 수많은 카테고리가 나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말 좋은 음악은 장르 구분 없이 우리 가슴속을 후벼 판다.
하물며 음악은 미술보다 접근하기 용이하고, 남녀노소 가릴 것 없으니 보다 폭넓게
대중의 취향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 예술 분야 중에서도 절대적 우위를 차지한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데이즈드>는 매년 여름이 되면 뮤직&뮤지션 이슈로 찾아온다. 인물마다 개성의 폭은 천차만별이다. 그들의 시작이 어땠든, 어떤 음악을 고수하든, 그들은 ‘음악’이란 이유로, 그리고 <데이즈드>라는 경계선 안에서 연대할 수 있는 무리가 된다. 이번 호에서는 전역 후 첫 정규앨범을 선보일 지코부터 빌보드 200에서 역대 K-팝 솔로 가수 최고 기록을 세운 나연,
아이돌에서 배우까지 섭렵한 박진영, 가장 독자적인 음악으로 미국 시장에서 인정받은 키스 에이프,
파격적인 스타일과 모험을 일삼는 밴드 웨터의 원빈,
호주에서 나고 자랐지만 자신들이 한국인 혈통임을 설파하기 위해 음악을 하는 1300,
한국 힙합의 대중화에 한 획을 긋고 있는 프로듀서 보이콜드까지, <데이즈드>가 오늘날 가장 아끼는 뮤지션을 한데 모았다.
내년 뮤직 & 뮤지션 이슈에서는 최고 아티스트를 한자리에 모으기 이전에, 공연을 한번 마련해야겠다는 생각도 문득 든다.
공연 문화가 다시 활기를 띠고 있는 요즘, 우리가 사랑해 마지않는 아티스트를 한자리에 모을 수 있다면 우리 독자와 아티스트들이 한결 격의 없이 교류할 수 있을 텐데, 하면서. 무더운 여름날이면 할 법한 설익은 희망을 품어보기도 하면서. 이만 나는 다시 청각으로 싸맨 감각의 제국으로 들어가리라.
오유라
Yura Oh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