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P에 처녀자리를 타고난 사람은 싫은 게 지천에 널려 있다. 그 사람은 나대서 싫어, 길거리는 냄새가 지독해서 싫어, 뭘 먹어도 유난스러울 만큼 소화를 못 시키는 내 몸뚱이도 싫어, 한국은 아직도 단일민족이라 재미없어서 싫어 등등 이성의 구간부터 감정의 사소한 영역까지, 싫은 게 이토록 많은 사람은 그 주변도 대개 비슷하더라. 하필 친구들도 ENTP(단지 외향형 차이)투성이라, 자기만의 세상이 분명한 이 무리는 단호한 의사 표현은 물론이거니와 호불호가 확실해 만나면 늘 ‘싫어요’ 잔치를 펼친다고.
사유한다는 말은 항상 비판적으로 생각한다는 뜻이고, 비판적으로 사유하는 것은 늘 적대적 태도를 취하는 것이다,라고 해나 아렌트가 말했다. 사유는 인간이 피조물로서 우위에 있을 수 있는 능력이 아닐까.
그러니 싫은 게 좀 많으면 어떤가. 현상에 불만을 가져야 세상도 바꿀 수 있어, 나는 그렇게 믿는다.
요즘 들어 디지털 플랫폼과 실생활의 상관관계에 대한 사유가 끊이질 않는다. 디지털에서 메타버스까지, 다채널과 다각화한
아이디어는 1초만에도 세상을 뒤흔들 파급력으로 우리 삶에 새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과거 인스타그램은 사진 위주의 소셜 네트워크였던 반면, 새로이 등장한 플랫폼 틱톡을 겨냥해 자체적으로 ‘릴즈’를 개발해 그에 대적할 만한 쇼트 폼 형태의 영상을 끊임없이 역설하며 영상의 중요성을 전파함으로써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비즈니스 오브 패션Business of Fashion(BOF)이 6월 12일 발표한 논제 역시 틱톡의 지속적 성공 비결이 무엇인가에 대한 내용이었다.
틱톡을 포함해 인스타그램의 릴즈, 그리고 영상 콘텐츠의 구심점인 유튜브까지 그들이 소리 높여 강조하는 영상은 실제 눈앞에 있는 ‘진정성’의 가치를 지녔기에 우세하다는 것. 2D인 사진이 가공된 공간이나 환경 아래 아름다움의 일면을 보여준 반면,
영상은 비교적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담는다는 점에서 차별화를 둘 수 있다.
결국 인간이란 진실만 보길 원하고, 그 욕구는 끊임없다.
지금도 급변하는 디지털 매체와 달리 종이 매거진은 다시 안정기에 접어든 듯하다. 디지털 시대의 초창기만 해도 종이 매거진 역시 디지털 매체와 결을 같이해야 한다며 발맞추기에 급급하던 것과 달리 이제는 책은 책이고, 디지털은 디지털이다. 둘의 호흡은 하나가 될 수 없으며, 둘이 공존하기 위해선 평행선 위에 올라 각기 나름의 가치를 설파하는 것이 현명한 섭리임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책 만드는 기쁨이 진정 무엇인지를 몸소 깨닫는 요즘, <데이즈드> 7월호는 초여름처럼 어설프고 앳된 호흡으로 채워 넣었다.
완벽하진 않아도, 두드러지는 기승전결은 없어도, 이 어설픔조차 그냥 <데이즈드> 같아서 좋을 때가 있는데, 이번이 그렇다. 다만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말은, 우리는 지금 이 자리에 주저앉지 않음을, 이런 설익음에서 다시 우주로,
또는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의 어디쯤, 때론 사랑만을 고집하는 신낭만주의로,
여러 시대와 가치, 테마를 오가며 <데이즈드>의 색을 확장할 작정이니 묵묵히 지켜봐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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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5월 29일, <데이즈드>가 첫 보금자리를 틀었다. 아직 시공이 덜 된 탓에 한창 마감 중인 6월 18일
토요일 오후 6시에도 엘리베이터 공사 소리가 귓전을 때리지만, 그래야 <데이즈드>지. 늘 완벽하기를 염원해도 부딪히고 깨지며 다시 어떤 열망을 끊임없이 갈구하는 것.
<데이즈드>의 어설픈 새 출발을 축하해 주세요. 우리는 절대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오유라
Yura Oh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