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택시의 무서움을 안 것은 <데이즈드>에 입사한 이후다.
야근할 때면 자주 택시에 몸을 맡긴다.
택시 안 특유의 적막함이 전투적으로 보낸 하루와 대조되며 나른함 속으로 나를 이끈다.
차를 타고 가다 보면 목적지가 가까워지는 게 싫을 때가 있다.
그냥 어디든 계속 타고 가고 싶다.
27분. 회사에서 집까지의 소요 시간.
일 때문에 잊고 있던 것들이 밀려온다. 차창에서 흩어지는 가로등 불빛, 익숙하고도 낯선 한강의 풍경.
그 속에서 하루를 치열하게 살아낸 나를 위한 보상 심리가 고개를 든다.
그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충동구매를 했던가.
몇 주 동안 찜해두기만 했던 코트를 샀고, 무의식적으로 인스타그램 속 곳곳에 널린 광고에 홀렸다.
어떤 날은 미뤄둔 잠을 자기도 한다.
머리를 쥐어짜던 기획안이 불현듯 떠오르기도 하고,
창밖 잠든 도시의 모습에서 내 미래를 가늠해보려 애쓰기도 한다.
무언가를 선택한다는 것은 다른 무언가를 포기한다는 것이다. 나는 매 순간 선택한다.
그 선택의 시간이 모여 나를 택시로 이끈다. 일의 방향을 잃고 헤매기도 하고,
나 자신이 너무 작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런 시간이 나를 어떤 목적지에 데려다줄지 알 수 없다.
하지만 나는 선택했고, 그 선택을 믿기로 한다.
무엇도 확실하지 않은 미래지만 내가 이 일을 사랑한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나의 목적지는 내가 어떻게 느끼고 살아내는지에 달려 있다.
이제는 아무리 내리기 싫을지라도 택시는 결국 나를 목적지에 데려다 놓는다는 것은 안다.
오늘도 새벽 택시에 몸을 맡긴다.
하루의 마지막 순간이 내게 압축해 들려주는 것을 꽤 즐기고 있는 까닭이다.
이남훈
Lee Namhoo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