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물방개야.
동심은 무지를 동반하기 마련이잖아.
어릴 적, 한사코 나는 아니었고, 나는 지금이나 그때나 겁쟁이니까.
동네 개천에 삼삼오오 모여 물방개를 톡 터뜨리는 걸 본 적 있어.
물방개를 손가락으로 꾹 누른 그들 입장에서는 터뜨리는 거고
원치 않게 수심 위로 나온 물방개 입장에서는 터지는 거였겠지.
숨고 싶고
도망치고 싶고
내 예민과 과민으로 시험에 들고 싶지 않고
공상과 상상을 굳이 망상보다 선한 거라고 나누고 싶지 않고
이따금 아닌 매 순간 바람처럼 증발해서 어디든 날아갈 수 있는.
그래, 내가 나 스스로 그 세기를 조절할 수 있어서
살랑살랑했다가
휘몰아도 쳤다가
연하고 유하고 부드럽게, 세차고 모질고 표독스럽게
수심 위로 날 올리지 마.
뻐끔뻐끔 살게 내버려둬.
터트릴 거잖아.
알아.
내가 물방개였으니까.
터져버린 물방개를 보고 시시덕거리던 그 시절 개천 애들처럼
킥킥거렸겠지.
치졸하고 처절하며 처참해.
새 집에는 우선 암막 커튼부터 달아야겠어.
지금보다는,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보다는
잠을 더 잘 필요가 있어.
내가 꽤 오랜만에 레터, 이 지면으로 돌아온 이유는
2022년 1월호라서야.
맞아,
희망, 사랑, 유대, 뭐, 그런 따뜻한 감정을 나누고 싶어서.
그런데 혹시 물방개가 날아? 날기도 해? 날개가 있어?
이겸
李兼
Guiom Le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