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 초반 일본 유학을 다녀온 후 이사를 많이 다녔다.
첫 집은 기억도 나지 않는다.
그저 내 기억 속 첫 번째 집은 논현동 지하 단칸방이었다.
2004년인가 2005년이었는데 보증금 500에 월 30만원 정도 냈다.

일찌감치 패션지 에디터를 하고 있던 터라 출퇴근 시간이 워낙 불규칙했고, 그때는 정말 밤샘 업무가 많았으니까.
본가도 안양인 데다 그놈의 폐소공포증 때문에 차멀미를 어찌나 했는지.
성격도 지랄 맞아서 다섯 살 때부터 방문을 잠가놓고 살았으니
일본에서부터 쭉 혼자 살아왔던 터다.

딱 이맘때였다.
크리스마스를 열흘인가 앞둔 12월 중순.
며칠 전부터 속이 메슥거리더니 현기증이 났다.
그런데 뭐, 그때나 지금이나 마감 또한 늘 이즈음.
아프다는 말을 하고 병원에 갈 배짱은 없었다.
핑 돌아가는 눈알을 움켜쥐고 간신히 1월호 마감을 털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 집은 바깥보다 더 추웠는데, 퇴근하고 밤 12시에 보일러를 켜면 아침이나 돼야 바닥이 따뜻해졌다. 꽁꽁 언 몸을 이불 속에 처박고,
제대로 씻기나 했던가. 눈을 감고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를 꿈꿨다.

얼마 전에 산 홍승완의 보라색 벨벳 재킷을 입고 맛있는 것을 먹으러 가자. 일마레의 봉골레 파스타 정도면 충분하겠지만 스테이크도 시켜보자.
끝나고는 에스 바에 가서 진토닉을 마시며 춤이라도 출까.
뭐, 정 안 되면 홍대도 괜찮아.
그런데 누구를 부르지? 누가 있더라, 내게.

형광등 속에 갇힌 벌레들을 보다가 TV 소리가 멀어지면서
스르르 눈이 감기는데···.

어라, 분명 보일러를 30℃에 맞춰놓고 잤는데, 이상하다. 깼는데도 여전히 뭔가 서늘한 기분.
보일러마저 고장인가.

불현듯 익숙한 목소리가 들린다.
분명 크리스마스이브 계획에 있던 자 중 하나다.

“내가 신고했으니 망정이지. 죽을 뻔한 거 알지?”

죽을 뻔이라···. 열아홉 살에 도쿄에서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다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깨보니
4차선 교차로였는데 자칫하면 차에 치여 죽을 뻔했지.

“내가 너네 집 알고 있던 것을 천만다행으로 여겨.”

맞아. 집들이 때 각 휴지 네 통을 들고 왔었지.
집과 휴지 격이 안 맞는다고 했던 말도 기억나.
그래, 그런데 어쩌다 내가 병원에 오게 된 거야?

“의사에게 물어봐.”

이틀의 시간이 지나고 깨어난 내가 파악한 정황은 아래와 같다.
마감이 끝나면 부리나케 연락하기 바빴던 내가 이틀간 연락이 닿지 않다가 휴대폰마저 꺼지자 가까이 지내던 지인들이 수소문했고,
그중 한 친구가 집으로 찾아와 벨을 눌렀으나 밖에서 TV 소리는 들리는데 대답이 없는 게 꺼림칙해 열쇠집을 수소문해 문을 따고 들어온 것.
내 상태야 뭐, 예상 가능한, 의식을 잃은 채 실신.

당시 병명까지야 언급하지 않겠지만
쉽게 말해 속이 완전히 썩고 곪아 있었다.
검사와 치료보다 괴로웠던 것은 갇혀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늘 그렇듯 가족에겐 알리지 않았다.
6인실이었던가, 8인실이었던가. 어르신들 틈바구니 병실에서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낼 만큼 애틋한 연정을 맺은 지인도 없었다.

고개를 창가 쪽으로 돌리고는 눈물을 훔치며 나지막하게 읊조렸다.
노래하자~ 파라파팜팜 기쁜 구주 성탄 라팜팜팜
즐거운 노래로 라파팜팜 말구유 아기의 라파팜팜 라파팜팜 라파팜팜
라파팜팜 라파팜팜 라파팜팜 라파팜팜···.

2020년 12월,
그때 그 병실과도 비교조차 안 될 만큼
차디찬 이 한 해의 끝을 잡고 나는 노래를 부른다.
이번엔 읊조림이 아니다.

둥근 해가 떴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서
제일 먼저 이를 닦자 윗니 아래 이 닦자

이게 다 뭐라고, 희망의 노래라도 불러보며 되새겨보니
아파서 죽을 뻔한 것은 죽을 뻔한 것도 아니었다.

2021년이 이렇게 온다.
뭐라 더 할 말이 없어 실컷 죽을 뻔했던 일을 토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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