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성 정체장애, 이인증, 다중인격장애···.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아주 오래전부터 수도 없이 검색한 것들.

내가 조금 다를 수도 있겠구나.

공포였지만 다행히 나는 그걸 병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그냥 나만의 것? 김완선 누나 노래처럼.
더 엇나가지 않게 붙잡을 수 있었기에 할 수 있는 말이지만 내가 여러 가지라는 것은, 진심으로 축복이다.

나는 나를 편집장 안에 가두는 것을 혐오한다.
누가 내게 편집장이라 부르면 겉가죽은 인공적으로 웃으며 대답하지만 속으로는 깜짝 놀랄 만큼 반성하며 다그친다.
내가 왜 그렇게 보이지? 내가 어쩌다 그런 존재가 된 거지? 빨리 답해, 너 그런 사람 아니잖아. 당장 화를 내고 따져 물으라고!

물론 편집장이 아닐 때도 마찬가지였다.
미쳤냐고? 그렇게 쉽고 후진 포장은 사양한다. 나와 동질감을 느끼는 수많은 사람이 있다는 걸 알고 있다.

반대로, 문제야 너무 많다. 여러 자아가 서로 통제가 안 되는 순간 발생한다.
불쑥 목소리가 좀 다르게 나오거나 영 일면식도 없는 사람에게 알은척을 하거나
동시 약속을 잡고 동시 취소를 하거나, 아무도 없는 곳에서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며 포효한다.
살려고.

이것도 한때 이야기다. 이제는 힘에 부친다. 사고가 될 수도 있다. 어리석다.
결국 한 번뿐이라는 거다. 인생은. 이 이야기를 꼭 하고 싶었어.
죽음에 대해 한시도 빠지지 않고 생각한다. 죽음에 대해 극도의 공포를 느낀다.
이 이야기도 난데없지만 꼭 하고 싶었어.

질문을 즐기는 어떤 자아가 할 말이 있단다.

해보고 싶은 것을 해보았는가?
그럴 수 있는 삶이 아니다.

죽기 직전 후회하지 않겠는가.
이 질문에는 모르는 사람과 공유할 만큼 도덕적인 답을 줄 수 없다.

시간을 돌이킬 수 없는데 너의 청춘이 행복했는가?
극도로 불행했고 내가 원하는 삶이 아니었다.

지금이라도 만회할 기회가 있지 않은가?
말하지 않았는가. 나는 내가 너무 여러 개라고. 그중 하나로 살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슬픈가?
슬프냐고? 한가해서 슬픈 거다. 슬픈 건 정말 한가한 거다.

뭘 이뤘는가?
나는 계속 꿈을 꾼다는 것. 내가 해야 할 일과 내가 하고 싶은 일 중에서 고민을 놓치지 않고 있다는 것. 여느 보통 사람들과 달리.

돈은 벌었는가?
말하지 않겠다.

왜?
내 허영은 내 본능을 억제함에 따른 대가다. 내 금전적 희생은 내 여러 개 자아 중 하나를 대변하는 것이고, 그 자체가 결국
내가 더 무너지지 않고 나 스스로를 컨트롤하고 있다는 증거다. 돈을 벌었냐고 물었을 때 나는 책 한 권 분량의 대답을 할 수 있다.

어찌 살 건가?
나는 누누이 말했듯 내가 지닌 수천 개 자아를 비교적 컨트롤할 능력을 갖췄다. 내가 원하는 순간 어떤 자아라도 꺼내 쓸 수 있다.
그게 나의 유일한 무기이고, 재산이다. 그 정도로 위안하겠다.

답하고 싶은 질문이 있는가?
내가 정이 많고 말이 많다. 내가 이 페이지를 넘치게 써서 피 본 사람이 많다. 그만하자. 너, 혹은 나.

시간이 됐다. 아직 너희에게 안 보여준 9999999번째 자아가 출현할 시점이다.
까짓것, 상태도 별론데 이래저래 잘됐다.

일단, 앞으로 나를 편집장이라 부르지 말아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