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clare Independence.
<데이즈드> 독자라면 누구나 알 법한 이 문장은 매달 커버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데이즈드>의 표어와도 같다. 예전에 비요크의 노래 중 동명의 곡이 있었다. 비요크의 6집 앨범 중 세 번째 싱글곡으로, 덴마크의 식민지로 남아 독립을 준비 중인 그린란드와 페로스제도의 독립을 촉구하는 헌정곡이다. 그녀와 여러 차례 작업한 미셸 공드리 감독이 뮤직비디오를 연출해 화제가 됐다. 이 곡이 본의 아니게 더 이슈가 된 것은 2008년 3월, 중국 상하이 공연에서 비요크가 이 노래를 부른 후 “티베트, 티베트!”라고 외치며 달라이라마를 공개적으로 지지했기 때문이다.
Declare independence
Don’t let them do that to you
Declare independence
Don’t let them do that to you
반복되는 이 가사는 사실 독립을 염원하는 한 국가뿐 아니라 현대 시민사회를 살아가는 개인에게도 깊은 울림을 준다.
특히나 우리나라처럼 다수의 의견을 중시하고, 자신보다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해 살아가야 할 때가 많으며,
심지어 결혼은 개인이 아닌 가족의 연이라고 당당하게 말할 정도인 곳이라면 더더욱.
참 기가 막히게도 내가 <데이즈드>를 맡기 전 <데이즈드>의 표어는 ‘Be the First to Know’였다. 2015년 10월호 이전 <데이즈드>를 갖고 있는 독자라면 쉽게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아는 것이 중요하던 시대에서 개인의 독립성을 중요시하는 시대로,
그렇게 <데이즈드>의 방점 또한 달라진 것이다.
‘2010년대’라는 시간으로 나올 <데이즈드>도 이제 몇 권 남지 않았다. 미지의 세계인 2020년대를 목전에 두고 관계와 독립성을 고민하는 내게 도움이 된 것은 1991년 영화 <조니 스웨이드Johnny Suede>였다. 브래드 피트의 첫 상업 영화인 이 작품에서 음악가를 꿈꾸는 그는 친구의 조언에 이렇게 대꾸한다. “시대라는 건 어차피 금방 지나가잖아. 내 음악은 언제 어디서든 나와. 시대가 따로 없어.” 하기야 “내가 원하는 걸 다 가지면 당신은 필요 없다”라는 가사를 흥얼거리는 20대의 조니 스웨이드(브래드 피트), 즉 청춘만이 가능한 자존심에 풍류를 더한 미학.
틀리면서 동시에 맞는 말이다. 시대는 어차피 금방 지나간다.
이 영화에는 가수이자 영화배우이며 작가인 닉 케이브Nick Cave도 등장한다. 조니 스웨이드가 동경하는 뮤지션 프레이크 스톰Freak Stom 역이다. 닉 케이브가 누구인가. 밴드 ‘Birthday Party’를 비롯해 ‘Nick Cave & the Bad Seeds’을 통해 마치 프랑켄슈타인이 분노와 슬픔을 느낄 법한 울부짖음에 가까운 고딕 록 사운드로 유명한 뮤지션이자 소설 <버니먼로의 죽음>에서 느껴지는 혐오와 동정을 창조한 자신만의 천재성을 처연하게 확장하고 있는 시대의 아티스트 아니던가.
그러고 보니 이달 <데이즈드> 영국판 커버가 닉 케이브의 아들, 얼 케이브Earl Cave다. 갑자기 나이가 궁금해 찾아봤더니 닉 케이브는 1957년생, 얼 케이브는 2000년생. 그러니까 닉 케이브가 40대 중반에 낳은 금쪽같은 아들인 셈이다. 얼 케이브의 인스타그램을 둘러보니 1991년도 영화 <조니 스웨이드> 속, 그러니까 30대 초반 닉 케이브와 판박이다. 업로드한 사진이나 글도 비범하다. 피는 못 속인다. 얼 케이브는 구찌 행사에도 초대받았는데, 그의 아버지는 2006년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구찌상을 받은 적이 있다.
이 무슨 횡설수설이란 말인가. 추석을 하루 앞둔 채 마감하겠다고 사무실에 나와 이것저것 쓰다 보면 논점이 올곧을 수만은 없는 법이다.
결국 나는 누구보다 독립적으로 내 길을 갈 거고, 현재뿐 아니라 어떤 고전을 통해서든 영감을 받아 성장할 거고, 무엇보다 그 끝에 나를 이을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낼 거다. 그리고 나는 결코 <데이즈드>에만 머물지 않을 것이다.
내 창작물을 언제 어디서든 나오게 만들 거고, 그것은 시대가 따로 없을 것이다. 회전의자를 360도로 여러 번 돌리고 돌린 끝에 나온
2019년 9월 12일의 결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