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는 복싱을 많이 봤다.

아, 권투.

TV 채널에 대한 주도권이 아빠에게 있고, 아니 아빠 탓도 아니고,
주말 저녁이면 온 가족이 알루미늄 원형 밥상에 둘러앉아 권투를 보는 것이 다수의 일상이었다.
홍수환 선수까지는 기억이 안 나고 장정구, 유명우 시대는 정통으로 기억난다.
당시 권투는 정말 거칠었고, 요즘 말로 리얼했다.
KO 게임이 아닌 이상 2시간 남짓 12라운드까지 기본으로 뛰었는데,
상처로 얼룩진 얼굴과 온몸엔 피와 땀이 흥건했다.
김치찌개에 콩자반을 정신없이 입속에 넣어가며 권투 경기를 보다 보면
달걀 프라이 노른자나 줄줄이 비엔나 따위는 못 먹어도 그만이었다.
장정구와 유명우의 매치가 성사되길 기도한다거나 혹은 누구를 응원한다거나 행여 어떤 쾌감을 느껴서는 아니었다.
어린 마음에 스포츠보다는 싸움에 가까운 그것이 그저 무서웠다.
챔피언이 타이틀을 유지하든 도전자가 그것을 뺏든, 큰 버클이 달린 벨트를 둘러싼 그들의 싸움에 겁이 났다.
눈을 질끈 감긴 했어도 그 권투를 제발 보지 않으면 안 되냐고 말할 용기조차 나지 않을 정도로 두려웠다.

세상은, 사회는, 어른은,
부디 그 사각 링 안에 존재하지 않기를.

볼록한 브라운관 앞을 아무리 도망치고 싶었다 한들
설사 그것이 찬 없이 물에 말아 먹는 보리밥이라고 해도
알루미늄 밥상이 선사하는 안정의 유혹을 이겨낼 만큼은 아니었다.

세상은, 사회는, 어른은
부디 이런 딜레마에 빠지지 않게 하기를.

나도 모르게 지금 눈을 감고 키보드를 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마치 그때처럼, 눈을 질끈 감은 채 권투 경기 소리를 들어가며
물에 만 밥을 흡입하던 아홉 살 소년처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입은 또 떡하니 벌어진다.
포만감은 영영 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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