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하고 B

T는 언제나 꼿꼿하다. 한국 이름으로 치면 태우정도의 어감이 좋겠다. 아버지가 군인이 아닌지 슬쩍 물은 적도 있다. 옷에는 마땅히 관심 없는 척하지만 나는 T가 쇼윈도에서 자신의 옷매무새를 만지는 모습을 꽤 여러 번 보았다. 언제나 손톱은 정갈하다. T를 알게 된 후 가장 놀란 건 작년 여름 장마 때다. 같이 한잔하고 나오는데 비가 무섭게 쏟아졌다. 머리에 뭐라도 가려볼 양 가방을 추켜 드는데 쏜살처럼 자동차가 지나갔다. 그 찰나, 갑자기 내 손목을 움켜쥔 채 보도 쪽을 향해 잡아 끄는 T의 악력(사실 차보다도 그 힘에 더 놀랐다). 그러더니 , 앞 좀 보고 다녀툭 던진다. 남녀노소 불문 사람을 끄는 매력 하나는 확실하다.

B는 참 상냥하다. 지난주에 B와 동묘 쪽 커피숍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30분 정도 늦고 휴대폰 배터리도 나가서 난감한 적이 있다. 좀 미안한 마음에 B가 앉아 있는 창가 쪽 자리로 후다닥 뛰어가는데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던 B와 딱 눈이 마주쳤다. 그때 그 B의 눈망울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사람을 안심시키는 눈망울이랄까. 그러더니 입꼬리를 살짝 올린다. “미안. 배터리까지 나가서.”내 말이 끝나자마자 오구오구 그랬어요?”란다. B의 입술에 핑크빛이 도는지는 그날 처음 알았다. B의 부모님도 그렇다. 할머니, 할아버지와도 뵙고 닭갈비를 먹은 적이 있는데 정말 다들 인상이 싱글벙글이셨다. 한국 이름으로 치면 보연정도의 어감이면 좋겠다.

그런 TB가 사귀고 있다는 걸 안 것이 바로 어제다. 사무실에 막 출근해 나와 있는데 갑자기 TB가 함께 있는 단톡방이 만들어지더니 T사실 우리 사귀어. 말하려 했는데 깜박함이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거 아닌가. 솔직히 한 3분여? 답을 보내지 못했다. TB, 누구를 이성적으로 생각해 아쉬운 마음이 든 것은 결코 아니다. 우선 각각 따로 알던 TB가 서로 알고 있었다는 것에 놀랐고, 나도 모르게 걔네 둘이 같이 뭔가 하고 있는 걸 상상했는데(미친 짓이다) ‘어울려?’ 이 생각이 들어서다. 순간의 장고(?) 끝에 내가 보낸 답은 지금 생각해도 지나치게 정신없다. ‘축하해. 그런데 좀 그렇기도 해. 아니 대체 언제 어떻게 만난 거지? 나한테 좀 말을 해주지. 아니다. 잘 어울려. 축하하고 빨리 날 잡아. , 근대 와다. 진짜, .’

T가 분명 리드했을 것이다. 나하고 오해를 쌓는 것이 싫었을 테니 빨리 나부터 만나자고. 그렇게 해서 잠시 후 바로 이곳에서, T하고 B가 교제하는 줄 알게 된 지 만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함께 만나는 자리가 마련된다. 휴대폰 카메라로 덤덤한 표정을 연습해본다. ‘괜히 뭔가 두근거리는 것 같은 건 뭐지? 첫마디는 뭐라고 꺼내야 하지?’ 정신이 잠깐 아늑해지더니 눈앞에 익숙한 두 얼굴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T하고 B.

그런데 뭐지? 저 표정은?

 

 

 

Editor-In-Chief

이현범 Lee, Hyunb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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