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t Woo Chul Jang
Editor Woo Min Lee
Fashion Kyung Mi Shin
Photography Sang Min Yu
Hair Go Choi
Make up Won Hye Ko
Model Stephanie Lee
Wadrobe Blackyak
Creative direction Rawpress

화이트 롱 패딩 재킷과 트레킹 부츠는 블랙야크(Blackyak), 이너로 입은 골드 드레스는 스타일리스트의 것.

화이트 롱 패딩 재킷은 블랙야크(Blackyak), 이너로 입은 톱과 데님 스커트는 나우(Nau).

보온성을 강조한 퍼 후드가 부착된 까만 롱 패딩 재킷과 레깅스는 블랙야크(Blackyak).

와일드한 프린트가 매력적인 롱 패딩 재킷은 블랙야크(Blackyak), 오버올 팬츠와 이너로 입은 블랙 톱은 나우(Nau).

와일드한 카키색 퀄팅 롱 다운 재킷과 트레킹 부츠는 블랙야크(Blackyak).

와일드한 무드를 연출하는 다운 재킷과 레깅스, 트레킹 슈즈는 모두 블랙야크(Blackyak), 이너로 입은 울 소재 크롭트 베스트와 톱은 나우(Nau).

카키색 롱 패딩 재킷과 이너로 입은 패딩 베스트, 카무 플라주 패턴이 매력적인 팬츠와 트레킹 부츠는 블랙야크(Blackyak), 이너로 입은 터틀넥 톱은 나우(N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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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스테파니 리는 해안가 바위에서 중심을 잡고 서 있었다. 서귀포에서, 그러니까 태평양을 마주한 채 이리로 오는 바람을 무엇으로도 막지 않았다. 붓으로 한 획에 그린 것 같은 눈매에는 기상이 보이는 듯했다. 그 눈이 생각나 오늘 아침 호텔 로비에서 만났을 때도 눈을 먼저 보게 되었다.
일찍 일어났나요?
어제 잠을 늦게 잤는데, 알람이 울리기 전에 깼어요. 사실 눈이 간지러워 일어났어요. 자꾸 간지러워서 긁다 보니, 내가 지금 왜 긁지? 거울을 보니 부었더라고요.
알레르기 반응 같군요. 태풍 직후라 환경 변화가 극심했을 거예요. 곳곳에 삼나무 가지가 많이 부러져 있었죠.
어제 사실 걱정이 많았어요. 오랜만에 하는 촬영이라서요. 예전엔 일상이었는데 지금은 아니니까 걱정을 좀 했죠. 근데 이상하게 슛 들어가면서 바로 자연스러운 거예요. 낯설면서도 낯설지 않았어요. 여기 제주도라는 곳이 그런 것 같아요. 낯설지만 낯설지 않은 곳이랄지. 특히 어제는 쉽게 쉽게 닿을 수 없는 곳들을 다녔잖아요.
좋았나요? 어느새 웃는 표정으로 바뀌었네요.
네, 좋았어요. 스태프와 함께 차를 타고 다녔잖아요. 제가 일부러 조수석에 앉길 원했어요. 시야가 넓어지잖아요. 계속 뷰를 본 것 같아요. 환경이 전하는 느낌에 압도당하는 기분이 들었어요. 여행과는 또 달랐고요. 그냥 자연에 빠져든 게 아닌가 싶어요.
잠깐씩 비도 왔죠.
맞아요. 그런 변화를 안 좋게 생각하면 안 좋은데, 어제는 너무 좋은 거예요. 보통은 촬영하면서 이동 시간에 잠을 자거나 했는데, 어젠 확실히 다른 제주도를 봤어요.
직접 운전을 하면 또 다르겠죠?
그렇겠죠? 저 면허 있어요. 사실은 며칠 더 여기에 있을 거예요. 오늘 친구가 와요. 걔랑 자동차를 렌트할 건데 너무 기대돼요. 차에서 막 이렇게 춤도 추고.(웃음)
어제처럼 패딩을 입지 않아도 되고요.
근데 생각보다 괜찮았어요. 패딩이 은근 산뜻하고 포근하더라고요. 막 무겁고 빡빡하고 그렇지 않고 오히려 뽀송뽀송한 느낌이 들었달까요. 다들 반팔을 입고 계셨으니 그 독특한 뽀송뽀송함은 저만 느꼈겠죠?
부러워요. 그렇게 많이 부러운 건 아니지만요.(웃음) 오늘 아침 거울 보면서는 무슨 생각을 했나요?
아무래도 거울을 볼 때는 단점을 보게 돼요. 제가 머리숱이 너무 많으니까, 그게 좀 어떤가 보는 것 같아요. 자기 전 컨디션에 따라 달라지는 것도 있어요. 요새는 걱정이 좀 많은 시기라서 아침에 일어나 거울을 봐도 그런 면이 보여요.
걱정이 많은 시기라면, 모델을 하다가 이제 연기를 시작한 시기를 말하는 건가요?
네, 전향한 거잖아요. 막 치고 나아가야 할 것 같은 조바심도 있고. 모델 일을 할 땐 거울을 보면서 오케이, 좋아, 괜찮아 약간 이런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달라요.
다르다는 건 즐길 이유가 되기도 하죠.
맞아요. 좀 불안하고 작아진 듯한 제 모습이 어떨 때는 너무 좋은 거예요. 왜냐하면 저는 너무 어린 나이에 일을 시작했어요. 열여섯 살부터 했으니까요. 막 대박이 나고 그런 건 아니지만 대체로 무난히 수월하게 일을 시작했고, 성공을 느끼기도 했어요. 근데 제 성격이 막 자신감을 앞세우면서 즐거워하는 쪽은 아니거든요. 밝지만 좀 조용하게 그늘진 것도 좋아하고…. 저는 그냥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이 크거든요? 저한테 제일 중요한 건 제가 좋은 사람이 되는 거예요.
좋은 말이네요.
패션계나 모델계, 이쪽은 너무 빨리빨리 돌아가요. 사실 모델이라는 직업의 수명이 그렇게 길지도 않고요. 조금 천천히 가고 싶다, 내 나이에 맞게 불안한 시간도 갖고 싶다, 그런 생각을 하죠. 힘이 들기도 하지만 이렇게 성장하는 거잖아요. 그 느낌이 좋아요.
미국 동부에서 자랐죠?
네, 근데 저는 서부 캘리포니아를 좋아해요. 날씨가 너~무 좋잖아요. 근데 이상한 건, 그런 행복한 계절이 좋다가도, 갑자기 지금 여기 9월에 있는 제 모습이 제일 좋아요. 9월은 제가 태어난 달이기도 한데, 그 달에 제가 태어남으로써 겪은 일도 많았거든요. 그래서 저나 저희 가족에게는 행복하면서도 상처도 있는 달이에요. 그 상처도 어릴 땐 너무 싫었는데, 지금은 어떤 매력을 느껴요. 더 감정적이게 되고, 집중하는 느낌이 들고.
여기 제주도가 어쨌든 낯선 곳, 여행지라서일까요? 확실히 여행지에선 생각의 결이 좀 달라지죠.
여행을 진짜 좋아해요. 호기심이 많거든요. 다 해보고 싶어요. 물욕, 성공욕 그런 건 별로 없는데 다 경험해보고 싶다는 호기심? 그 호기심을 다 채우고 싶다는 욕심은 되게 강해요. 버킷리스트를 쓰지는 않는데 그냥 다 해보고 싶어요. 식당에서 주문할 때도 여러 음식을 다 시켜보는 쪽이에요. 그래서 호텔 조식 너무 좋아요. 뷔페잖아요.
아무런 제약과 조건이 없다면 꼭 가보고 싶은 곳이 있나요? 저는 인도가 그런 곳인데.
대박! 저도 인도예요. 저는 그냥 어디에 가고 싶다 그러면 가는 편인데, 인도는 계속 못 가고 있어요.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가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거든요. 조금 뻔하기도 한데, 그 영화에서 어떤 메시지를 전달받는 느낌이 있어요. 인도에서 기도하는 장면이 있기도 하고, 어쨌든 계속 인도에 끌려요. 보고 싶고 느끼고 싶어요. 근데 여자로서 좀 겁이 나기도 해요. 저는 항상 여자친구들끼리 여행하는 걸 좋아하거든요.
세상엔 겁먹은 남자도 아주 많답니다. 남자든 여자든 용감한 사람끼리 함께 나가는 거예요. 우선은 인도에 사는 친구가 있으면 좋겠지만요.
아, 지금 생각났어요. 중학교 때 제일 친했던 친구가 인도 친구예요. 맨날 여기 (팔을 내밀며) 이런 데다가 뭘 그려요. 글을 쓰기도 하고요. 잊고 살았는데, 그 친구한테 연락해봐야겠네요. 무의식적으로 계속 인도에 끌린 게 그 친구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어요. 신기하다.
인도에서 뭔가 막 자아를 발견하는 그런 풍의 얘긴 피차 안 하는 게 좋을 것 같고, 지금 배우로서 스테파니 리에 대해 얘기해볼까요?
음, 아직 저에게는 어려운, 되게 어려운 분야죠. 너무 큰 일이라고 느껴지거든요. 예전에 제 주변에는 패션계 사람과 유학생 친구가 거의 다였는데, 지금은 거의 ‘연기’에 둘러싸여 있는 것 같아요. 아예 라이프 자체가 바뀌어버려서, 좀 익숙해지기도 하는 듯 즐기고 있어요. 그래도 어려워요.
배우로 사는 것, 연기를 하는 것, 그게 스테파니 리라는 사람의 최종이 아닐 수도 있잖아요. 오스카를 석권한 명배우라 한들 다른 인생이 새로이 펼쳐지지 않을 이유가 있겠어요? 예전에 박태환 선수 중학생 때 인터뷰를 했는데, 그때 수영 꿈나무 박태환의 장래 희망은 초밥집 주인이었어요.
맞아요. 제가 모델 일을 하면서 배운 것 중 하나가, 일이 중요하지만 일 말고도 중요하잖아요. 신인 배우의 모범적인 답이라면 “연기를 더욱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배우가 되겠습니다, 연기에 모든 걸 걸겠습니다.” 이래야 할 것 같지만, 살아가면서 다양하게 변화할 것들도 생각해요. 저는 일도 너무 중요하지만, 그 외의 것도 너무 중요하거든요. 친구와 가족, 여행, 나만의 시간, 꿈도 많고, 해보고 싶은 것도 너무 많고. 저는 애니메이션을 사랑하니까 그거랑 관련한 일을 하고 싶기도 해요. 아까도 잠시 말씀드렸는데, 저는 이제까지 제 나이에 맞지 않게 살았거든요. 뭔가 나이보다 성숙한 척하며 살았달까요? 일을 하다 보니 그랬어요. 어느 순간 중간이 비어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삶에서 놓친 게 있겠죠. 지금 불안의 시기를 겪고 있어요. 너무 좋아요.
가고 싶은 곳으로 어서 가라고 등을 밀어주고 싶어요. 우선 체크아웃을 해야죠?
네, 그러고는 친구를 기다릴 거예요. 여덟 살 때부터 친구거든요. 아주 특별해요. 가족 같기도 하면서 좀 미운 존재이기도 하고, 정말 사랑하는 존재이기도 하고. 제 모습을 제일 잘 아는 사람이고요. 그 친구랑 여행하는 거예요. 계획도 안 짰어요. 그냥 걔랑 있으면 제주도에서 찜질방에 가도 재미있을 거예요. 그 친구도 저와 비슷한 시기일까요? 스치는 모든 것을 보면서 이야기를 많이 나눌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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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색 태극기 패치가 매력적인 새빨간 다운 재킷은 블랙야크(BlackY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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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은 화보는 <데이즈드> 2018 10월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