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과 속

몇 달 전 프랑스 파리의 멀티숍 ‘브로큰 암’에서 매거진을 구입했습니다. 은 작년 25주년 특집 호를 발간한 현대 패션 매거진 역사에서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매거진입니다. 제가 구입한 것은 4호입니다. 가격은 30만원 정도. 당연히 발간 당시와는 비할 수 없이 비싼 가격입니다. 하지만 놀라울 것도 없습니다. 에디 슬리만, 라프 시몬스 등 유명 패션 디자이너의 룩북은 100만원이 넘는 가격에도 구할 수 없는, 이른바 희소성이 높은 패션 북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니까요.

누군가는 매달 발행되는 패션 매거진 산업을 “마치 공장처럼 찍어낸다”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맞습니다. 디지털 콘텐츠도 챙기면서 월간으로 매거진을 만든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그런 마음가짐에서 초래한 결과는 무엇일까요? 확실한 것은 현재 패션 매거진의 미래는 누구나 알듯 상당히 비관적이라는 것입니다.

2018년 가을, 패션 매거진, 그중에서도 제가 말하고자 하는 프린트 매거진의 존재 이유는 무엇일까요? 어떤 의미를 주는 것이 답일까요?지금 여러분이 보고 있는 것은 코리아 127호입니다. 의미를 부여하자면 옷이 아닌브랜드의 로고로 포장된 최초의 리패키지 매거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버버리의 새로운 수장이된 리카르도 티시가 발표한 버버리의 로고가 그의 바람대로 구현된(혹은 구현하기 위해 노력한)

커버가 가장 중심인 127호.

조금은 낯설고 조금은 신기할 것입니다.

낯설고 신기함을 넘어 ‘특별’할 수 있느냐는 시간이 증명할 것입니다.

당장 오는 9월 17일 런던에서 있을 리카르도 티시의 첫 번째 버버리 컬렉션은 물론이고 제가 구입한 4호처럼 십수 년이 지난 어느 날 이 책을 몇십 배 가격에도 구입하려는 패션 인사이더들이 생긴다면 그때 아마 이 도전과 실험이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을 것입니다.

몇 해 전 파리에서 리카르도 티시의 컬렉션을 보고 눈물을 왕창 쏟았던 밤이 떠오릅니다. 어쩌면 패션이라는 것이, 아니 삶이라는 것이 모두 ‘겉’과 ‘속’이 따로 없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답 없는 현실에서 우리는 멈추지 않겠습니다.

*이 책은 평상시 코리아보다 적은 양으로 발간됩니다. 여러분은 우리의 움직임에 시동을 걸어준 행운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