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t Ji Woong Choi
Fashion Min Ji Kim
Film FILMBYTEAM Bo Kyung Jung
Photography Jong Ha Park
Hair Mi Yeon Jo
Makeup Hye Soo You


칼라의 배색이 포인트인 니트 소재 피케 셔츠는 폴로 랄프 로렌(Polo Ralph Lauren), 하이웨이스트 팬츠는 우영미(Woo Young Mi), 스웨이드 스니커즈는 컨버스 X JW 앤더슨(Converse X JW Anderson).







광택이 있는 후드 톱과 재킷, 쇼츠는 모두 에르메스(Hermes), 스니커즈는 컨버스(Converse).
(오른쪽 페이지) 벨벳 재킷은 김서룡(Kimseoryong), 네온 컬러 트렁크 쇼츠는
구찌(Gucci), 안에 입은 화이트 티셔츠는 살바토레 페라가모(Salvatore Ferragamo).


안에 입은 화이트 티셔츠는 살바토레 페라가모(Salvatore Ferragamo)
벨벳 재킷과 앵클부츠는 김서룡(Kimseoryong), 네온 컬러 트렁크 쇼츠는 구찌(Gucci)
한국말로 대화해도 괜찮죠?
그럼요. 제 한국어 그럭저럭 쓸 만해요. 진짜 답답할 때만 영어 섞을게요.(웃음)
계속 오른손 새끼손가락에 낀 반지를 만지작거리고 있네요. 무슨 반지예요?
이거요? 이 반지는 와이프하고 나눠 낀 반지인데요, 결혼 반지는 아니에요. 결혼반지는 (왼손을 내보이며) 여기 있고요. 오래된 건 아니고, 몇 달 전에 하나씩 나눠 꼈어요. 재미있잖아요. 우리 그렇게 놀거든요.(웃음) 개인적으로는요 결혼반지보다 새끼손가락에 낀 이 반지가 더 진실하다고 생각해요. 이건 어떤 룰 없이 그냥 우리가 좋아서 나눠 낀 거니까요. 더 순수하죠.
오전 칸 국제영화제를 위해 출국하기 전 마지막 기자 회견이 있었죠. 피곤해 보이네요. 사진에 그게 드러나길래 저는 좋았지만요.(웃음)
긴장이 풀려서인지 아까 피로가 좀 확 오더라고요. 좋으셨다니 저도 좋네요.
이번 내한 기간 동안 인터뷰 참 많이 했죠. 칸 영화제에 가면 더 엄청난 양의 인터뷰가 기다리고 있을 거고요.
정확히 아시네요.(웃음) 근데 이게 제 일인걸요. 상관없어요.
최근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 뭐죠? 그건 묻지 않으려고요.
한국어 연기에 관한 질문이죠. 그게 많이들 궁금하신가봐요.
제대로 된 첫 한국어 연기 어땠죠?
(웃음) 개구쟁이시네요. <버닝>이란 영화를 선택할 때 가장 겁나는 부분 중 하나였죠. 겁이라기보다는 어려움이라는 말이 더 정확할 거 같아요. 열심히 노력하는 수밖에 없었죠, 뭐.
교포 친구들이 오랜만에 한국에 오면 어느 순간 한국말이 탁 터질 때가 있더라고요. 스티븐도 그런가요?
네, 맞아요. 다들 그럴 거예요. 영화 촬영 때문에 한국에서 몇 달 생활했는데요, 언어든 생활이든 점점 더 편해지는게 있어요. 아마 자신감이 생기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어린 시절은 어땠어요?
다 기억나요. 한국에 살던 시절요. 유치원, 뒷골목을 뛰어다니던 거 전부요. 처음에는 캐나다에 살았는데요, 아주 아주 추운 곳이었어요. 캐나다가 그렇잖아요. 매일 울었어요. 그때부터 겁이 많아진 거 같기도 하네요. 그러다가 미국에 갔는데 음, (침묵) 무서웠죠. 아마 첫째 아들이어서 더 그런 것 같기도 해요. 우리 아빠 엄마가 받는 무서운 느낌이 저한테 바로 전달됐거든요. 첫째가 그렇잖아요.
교포라는 말 자체가 촌스럽게 들리는 세상이잖아요. 국적, 성별, 환경, 정체성의 경계나 구분이 무의미해졌다는데 당사자에게는 어떤가요? 중요한가요?
맞아요. 솔직히 요즘 국적이나 시차 그런 게 어딨어요. 인터넷으로 전부 다 알 수 있고, 볼 수 있는데요. 저보다 어린 세대는 좀 더 자유로울 수 있을 거 같은데, 저만 해도 경계에 선 사람이라 할 수 있죠. 여기도 아니고, 저기도 아닌 것 같다는 생각 많이 하면서 컸어요. 코리안 아메리칸요. 미국에 살면요 동양 사람들을 아주 좁게, 작게 봐요. 저는 그냥 사람이잖아요. 근데 어딜 가든 ‘동양인 스티븐’이에요. 문제가 뭔 줄 아세요? 그 사람들이 저를 그렇게 대하면요 어느 순간 저도 저를 그렇게 보기 시작한다는 거예요. 좁은 아이덴티티가 형성될 수밖에 없는 거죠. 제 또래 교포들이 한국에 오면 어떤 파워를 느껴요. 자부심요. 여기 사람들은 다 나하고 비슷하게 생겼으니까 눈치 볼 거 없고, 움츠리지 않아도 되거든요. 물론 그렇다고 해서 오버하면 안 되고요.(웃음) 나를 단지 사람으로 대하는 곳이니까요. 어떤, 어떤 용기를 느껴요.
환경이 사람을 지배한다는 말인 가요?
네, 맞아요. 미국은 땅이 엄청나게 넓잖아요. 동네마다 다르긴 하지만 제가 살던 곳은 미시간인데 동양인이 많지 않았거든요. 좀 특이하죠. LA보다, 뉴욕보다, 버지니아보다도요. 좀 더 미국 같은 미국이에요. 저는 그냥 사람으로 살고 싶었는데 그게 쉽지 않았던 것 같아요. 말한 것처럼 요즘은 그런 경계도 없지만요.(웃음) 모든 사람은 다 똑 같은 거예요. 겁나기도 하고, 그러다가 용기 내서 싸우기도 하고요. 조금씩이라도 변하길 바라는 거죠.
어른이 될수록 느끼는 건데요, 편견을 갖지 않는다는게 쉽지 않아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우리에게는 매일매일 메모리가 쌓이니까요. 그 메모리로 스토리를 만들다 보면 어쨌든 자기 판단이 들어갈 수밖에 없죠. 그런 경험이 일종의 편견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매일 죽고 다시 태어나야죠.(웃음) 깨끗하게요.
눈을 피하지 않고 말하네요. 속을 알 수 없는 눈인 거 알아요? 소년 같기도 하다가, 섬뜩하기도 해요.
(웃음) 그 말 좋은 거죠? 기분 좋아요. 음, 저는 어릴 때 되게 답답한 편이었어요. 아주아주 쉽게 화가 나고, 템퍼 (temper)를 한국어로 뭐라고 하죠? 다혈질? 그런 성격이 었어요. 그냥 좀 셌어요. 원래는 안 그랬거든요. 왜 그런 성격으로 변했나 생각해보니까요 그 역시 어떤 편견의 문제가 아닐까 싶어요. 우리 다 박스 안에 뭘 넣어야 마음이 편해지잖아요. 이 사람은 이렇고, 저 사람은 저렇고, 이런 연기는 이렇게, 저런 연기는 저렇게 딱 규격화하고 답을 찾아야 마음이 편하니까요. 저도 좀 그런 면이 있었
죠. 어떤 경우, 어떤 현장에서는요 연기가 사진인 것 같을 때가 있거든요. 느낌이나 감정보다는 포즈를 요구받을 때가 있어요. 저 근데 너무 질문이랑 다른 이야기하는 것 같은데요.(웃음)
상관없어요. 지금 한 말이 재밌거든요. 연기가 사진, 포즈 같다고 한 말요.
가끔 그런 경우가 있죠. 그런 걸 요구하는 감독이나 촬영 현장이 있어요. 진실한 감정이 아니라 포즈를 바라는 현장요. 배우로서 그럴 때 좀 답답함을 느끼거든요. 근데 이번에 함께한 이창동 감독님은 그러지 않으셨어요. 진짜 진실한 감정이기를 바라셨어요. 정말 잊을 수 없는 순간이죠.
제가 만난 어떤 배우는 이창동 감독의 현장이 쉽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누군가에게는 그럴 수 있겠죠? 스타일이 다르면요. 저는 너무 좋은 시간 보냈어요. 여유롭고 자유로웠어요. 감독님은 자신이 세워놓은 정답을 요구하지 않으셨어요. 그냥 감독님에게 ‘OK’ 받는 게 목표라면요. 그게 골이면요. 그럼 이길 수 없어요. 만약 제가 그랬다면 굉장히 나쁜 시간 보냈을 거예요. 함께 만들자고 하셨어요. 나도 뭔지 잘 모르니까 우리 이것저것 함께 시도해보자. 될 때까지 해보자. 그렇게요.
정확한 디렉션을 요구하면 차라리 쉬울 수 있죠. 그럴 수 있죠.
감독님은 그냥 한번 해보라고 말씀하시니까요. 유명한 감독이고, 또 어른이고요. 제가 느낀 이창동 감독님은 수평적인 분이었고요. 그래서 편했죠. 감독님이 원하는 거 아니고, 영화가 원하는 걸 함께 만든 시간이었어요. 저도요. 대충 타협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거든요. 될 때까지, 나올 때까지 끝까지 하고 싶은 사람이에요.
완성된 영화를 처음 보고 무슨 생각 했어요?
기뻤어요. 아주 많이요. 적어도 이 영화에 폐 끼치지 않았다는 자신감은 들었어요. 그냥 개인적으로는 그랬어요. 그리고 되게 길게, 아직도 어떤 느낌이 남아 있어요.
어떤 느낌인지 물어볼게요.
배우로서 행복한 느낌이 컸고요. 우리는 세상을 정말 모르는구나, 그런 마음 들던데요. 많은 사람, 특히 젊은 분들이 이 영화를 꼭 보셨으면 좋겠어요.
나이가 들고, 더 많이 공부하면 세상을 알 수 있을까요?
아뇨. 그런 거랑 상관없이요 죽을 때까지 모를 거 같아요. 그게 진실이죠.
긍정적인 사람인가요? 잘 우나요? 감정 기복이 심한가요? 세 가지 질문을 함께 던질게요. 어쩌면 하나의 질문이겠네요.
음, 재밌네요. 그거 세 가지 다 되고 싶은데요. 그렇게 살고 싶어요. 내 감정을 숨기거나 참고 싶진 않으니까요. 물론 살다 보면 그래야 할 때가 더 많지만요. 어릴 때는 눈물이 날 것 같으면 너무 무서웠거든요. 약해 보일까 봐 겁이 났으니까요. 이제는 울면 어때? 그런 생각하고 그냥 울어요. 울든 말든 그거 내가 선택하는 거죠.
지금은 왜 그렇게 울려고 해요?
이런 이야기하니까 막 올라오네요.(웃음)
만두와 고소미를 좋아하냐는 질문으로 화제를 급히 돌릴게요. 소문이 자자해요.
(스티븐 연은 갑자기 오래, 크게 웃었다) 만두 맛있죠. 김밥도요. 이건 좀 포퓰러하지 않은 말이겠지만요,저는 음식에 대해 별생각이 없어요. 저의 좋지 않은 면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좋아하는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 먹는 건 당연히 좋지만, 일하다가 혼자 뭘 찾아 먹는 과정에 쏟는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에요. 그니까요. 심플한걸 돌려 말했는데 제가 성격이 급하거든요. 만두는 빨리 먹을 수 있으니까 좋아하죠. 고소미는요.(웃음) 너무 좋아해요. 제일 좋아해요. 그냥 저한테 잘 맞는 거 같아요. 맛이 아주 강하지 않으니까 질리지 않고 계속 먹을 수 있어요. 이거 정말 쓰실 거예요? 정말 재밌네요.(웃음) 고소미 많이 드세요. 사람들 다 드셔야 해요, 정말.
결국 이 질문을 하려고 온 것 같아요. 얼굴에 외로움이 많이 묻어나요. 촬영할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요.
제가 좀 이상한데요, 외로울 때 더 좋아요.(웃음) 결혼하고 아이도 생기고 하니까요. 아기 낳았을 때요 ‘에고’라는 말 있죠? 그전까지 나는 되게 크고 센 자아를 가지고있는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실은 엄청 작더라고요. 내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거 그때 알게 됐어요. 저는 가족이 있으니까 한 번씩 외로워도 되죠.(웃음) 돌아갈 곳이 있으니까요. 외로움을 인정하는 건 진실한 행동 같아요. 외로움을 잘 이겨내고 나면 틀림없이 용감해지죠.
오늘 대화를 사람들이 펼쳐 볼 땐 이미 한여름일 거예요. <버닝>을 본 사람들 나름대로 평가를 끝낸 시점이겠죠.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없어요?
여름 참 덥겠네요. (꽤 긴 침묵) 정확히 이야기할게요. 겁 없이 살았으면 좋겠어요.
외로움을 인정하는 건 진실한 행동 같아요. 외로움을 잘 이겨내고 나면 틀림없이 용감해지죠.




데님 셔츠와 팬츠, 웨스턴 부츠는 모두 캘빈 클라인 진(Calvin Klein Jeans),
안에 입은 데님 셔츠는 이자벨 마랑 옴므(Isabel Marant Hom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