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2008년 중 기억에 남는 일은 그해 6월 1일, 이브 생 로랑이 타계한 것입니다.
당시 코리아의 창간팀 에디터였던 저는 피에르 베르제의 마음에는 쥐톨만큼도 못 미치겠지만 슬펐습니다. 그날 일이 생생합니다. 오전 11시 반쯤 사무실에서 점심 메뉴를 이야기하던 중 비보를 접했고, 점심을 먹으며 그에 대한 추모의 칼럼을 창간호인 8월호 맨 앞부분에 싣기로 결정했습니다. 편집팀 어느 누구 하나 이견이 없을 정도로 이브 생 로랑은, 그 이름 자체만으로도 패션이었고 창조자였으니까요. 그 칼럼에는 이브 생 로랑의 이런 말이 담겨 있습니다.
“하나의 스타일은 영원하지만, 유행이란 덧없고 무의미한 것입니다.”
2008년 이브 생 로랑이 타계하기 두 달 전, 코리아는 창간했고 2018년 5월호로 10주년이 되었습니다.
모르겠습니다만,
런던에서 온 라는 젊고 주체적인 성향을 지닌 패션 매거진이
독립성보다는 공동체 의식을 중요시하는 이 땅에서,
게다가 어두운 세력이 서슬 퍼런 칼날을 휘두르던 지난 세월을 거쳐
무려 10년을 버텨왔다는 사실만으로도 대견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따라서 수줍게나마 축하를 받고자 커버에도 커버 모델인 아이유의 ‘이’를 살짝 뒤집어 ‘10’이라고 표기했습니다. 하나 된 대한민국을 꿈꾸는 바람에서 ‘데이즈드’ 제호를 한글로 표기한 특집 커버도 만들었고, 북녘 땅에서 가장 가까운 삼부연과 직탕폭포에서 촬영한 패션 화보와 2000년대 초반 평양 시내 모습이 담긴 사진을 비롯해 군데군데 10주년의 흔적을 뿌려놓았습니다. 지난 3년여간 인터뷰한, 오늘날 여러분이
알아두면 좋을 패션 디자이너 36팀을 엮은 부록 ‘Fashion Designers You Need to Know’도 있습니다.
더불어 오프라인 이벤트도 준비했습니다. 토드 헤인즈 감독의 신작 , , 등이 국내 최초로 상영되는 ‘데이즈드 영화제’와 5월 초에는 ‘데이즈드 아카이브 전시’를 겸한 작은 파티도 열 예정입니다. 디지털로는 ‘데이즈드’를 불러주면 운동화를 드리는 ‘콜 미 바이 유어 데이즈드&’ 이벤트도 하고 있습니다.
아, 그중에서도 지난 반년여간 가장 공을 들인 곳이 있습니다. 4월 말 오픈 예정인 의 홈페이지(www.dazedkorea.com) 리뉴얼 작업입니다. 디지털 월드에서 프린트 매거진의 진정한 경쟁력은 홈페이지의 용이성, 확장성에 있다고 봅니다. 용이성에도 애를 썼지만 그중에서도 자랑하고 싶은 것은 이제 홈페이지를 통해 전 세계 어디에서나 코리아를 구입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홈페이지를 마켓화해서 코리아를 디지털에 친근한 상품으로 만드는 데 중점을 둘 예정입니다.
의 창간 10주년 커버 모델인 아이유 역시 올해로 데뷔 10주년입니다. 이제 곧 읽게 되시겠지만, 아이유는 와의 인터뷰에서 본인의 10주년을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뭔가 크게 다르지는 않은 것 같은데, 몇 가지 확신하게 된 것은 있어요. 나는 이럴 때 이렇구나, 이건 잘 변하지 않는 성질이구나, 이 정도는 ‘픽스’로 두어도 되지 않나, 그런 게 좀 생겼어요. 10년, 사실 근데 3년 때나, 8년 때나 크게 다르지는…. ㅎㅎ”
내일이면 대하소설 못지않았던 이번 마감이 끝나지만
다음 날 오전이면 저와 에디터 몇몇은 다음 호 커버를 촬영하러 제주도로 떠납니다.
는 생활입니다.
그럼에도 그저 누군가
“ 10주년 호는 레전드 혹은 갓띵작(명작을 뜻하는 요즘 말)이었어”라고 말해준다면
그 이야기를 한 번이라도 듣는다면 정말 울음이 터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요즘같이 프린트 매거진에 관심이 없는 시대에 말이죠.
는, 네, 맞습니다.
전부입니다.
P.S
그리고 바로 이 다음 페이지, 존경에 마지않는 미디어 CEO 겸 의 공동 창립자이자 UK 발행인, 제퍼슨 핵이 창간 10주년을 맞은 코리아에 쓴 축하 편지가 담겨 있습니다. 런던 컬리지 오브 프린팅(London College of Printing)을 다니던 21세의 학생이, 2001년 라는 도발적인 에디션을 만들어 콘데 나스트와 허스트라는 미국 거대 미디어 회사들이 주도하던 세계 패션 매거진계에 센세이션을 일으킨 주역입니다. 더불어 제가 받은 이 선물 같은 편지가 여러분의 기억에도 잠깐이라도 남는 순간이 되길 바랍니다. 죄송합니다. 조울증이 심해 여러분에게 많은 감정을 요구한 이달의 편집장 글이었습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