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일입니다.
잘 안되던 수입 브랜드가 당시 가장 뜨거운 명성을 얻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영입함으로써
미디어를 비롯한 패션 관계자들의 이목을 한눈에 받는 상황이었습니다.
저는 그 브랜드의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었습니다.
사장님께 말씀드렸죠.
“이제 힘을 실을 때입니다.”
돌아온 대답은 의외였습니다.
“매장을 한 군데 빼고 전부 닫는 것으로 하자.”
‘왜’냐고 묻지는 않았습니다.
그분의 경력과 연륜 앞에서 그 질문은 필요 없었습니다.
그저 즉시 실행에 옮기는 것이 사회생활을 할 줄 아는 직원으로 인정받는 당연한 상황이었습니다.
속으로는 조금 안타까웠습니다.
뉴스도 더 뿌리고 화보도 더 찍고,
매장 수도 유지 혹은 확장해야 하는 것 아닌가 조바심도 들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본격적으로
손을 댄 컬렉션들이 매장에 입고되었습니다.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돈을 쓰지 않아도 톱스타들의 협찬 요청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매거진 에디터들은 앞다퉈 메인 화보에 우리 브랜드를 실었습니다.
매출도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폐점했던 매장 쪽 백화점에서 연락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다시 입점하시죠. 훨씬 더 좋은 자리, 더 좋은 조건으로 맞춰드리겠습니다.”
이윽고 백화점의 황금 자리에 우리 매장이 들어서기 시작했습니다.
금의환향.
사장님의 ‘덜기’ 전략은 한마디로 적중했습니다.
패션 비즈니스에서 변화에 따른 전략은 때론 민주적인 절차보다는 훌륭한 디렉터 한 명의 의견이
답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사심에 흔들리지 않고, 누구도 예상하지 못하는 방향으로 과감하게 팀을 이끌 수 있는
능력있는 디렉터여야 가능한 일이겠지요.
오늘날 우리나라 패션계에 행여나 부족한 부분이 보인다면
바로 이러한 디렉터의 부재에서 오는 것이 아닐지 감히 이야기드려봅니다.
<데이즈드>는 한 번 더 큰 변화를 마주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인사는 모든 변화를 마친 후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흔들리지 않겠습니다.
좋은 디렉터가 되는 길, 그것에만 집중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