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목요일이면 아파트에 장이 들어섭니다.
제가 가장 먼저 찾는 곳은 생선 가게입니다. 흰 살 생선을 유독 좋아해 가리지 않고 먹는 편입니다.
지난 화요일 장, 이제는 뭐 떨어져 사는 어머니보다 자주 뵙는 생선 가게 아주머니가 민어 한 마리를
권합니다. 큰 것은 8만원, 작은 것은 3만5000원. 만만치 않은 가격입니다.
짐짓 뜸 들이는 제 옆으로 이내 다가오더니 제철이고 더위를 쫓는 데 효과적이며 맛이 기가 막히다,
또 오늘따라 싱싱한 국내산이 들어왔다고 한 번 더 속삭입니다. 까짓 고생한 제 자신에게 주는 선물이다
싶어 작은 것 두 놈 구입해서, 먼저 한 마리 구워 먹어봤습니다.

입에 살살 녹는다고 해야 할까요? 그냥 프라이팬에 올리브 오일 휘 둘러 구워냈을 뿐인데
담백하다 못해 구수하기까지 합니다. 머리 부분 구석구석 발라 먹다 보니, 가시조차 달콤합니다.
비싼 값어치를 하는 놈이더군요.

문득 왜 백성 민(民)의 민어(民魚)인지 궁금해졌습니다. <세종실록>에 도미찜보다 한 수 위라고 기록될
만큼 예로부터 임금의 음식, 귀족 생선이라고 칭하고, 여전히 누구나 맘 편히 먹기는 어려운 고가인데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알아보니 그 까닭이 어처구니없었습니다. 중국인들이 면(綿)어라고 불렀던 발음이
‘민’과 비슷하고, 획수가 많은 면보다 민이 더 편해 민어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백성이 힘들게 잡아
올리면 귀족이 먹는, 백성의 피땀으로 점철된 ‘민’어였던 셈입니다.

그날 저녁 주변에 사는 패션업계 사람들을 집에 불러 남은 민어 한 마리를 더 구웠습니다. 이놈의 민어가
화이트 와인 안주로도 기가 막히지 않느냐는 자랑을 곁들여 저도 모르게 이런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어쩌면 마냥 패션이 좋다고 이러고 사는 우리 다 민어가 아닐까.
면어를 민어라 부르며 양반의 밥상에 나르던 그 어부의 심정이 우리 신세와 별반 다르지 않지 않을까.

요즘 패션계는 서로 자신의 몫을 차지하려는 혈투로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할 만큼 무섭습니다.
누구도 넉넉하지 못하니 작은 먹이라도 떨어지면 전력투구해서 서로의 육신이 갈기갈기 찢어질 정도로
다투고 싸워서 쟁취하는 게 일상입니다. 한 달 마감이 끝나면 마치 거친 황소와 투우라도 벌인 듯 녹초가
되고 맙니다.

돌아가고 싶어도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너무 많이, 너무 멀리 와서가 아니라
지금 제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명확히 알아서입니다. 그리고 그중 하나는 척박한 한국 땅에서
패션을 사랑하는 여러분마저 민어의 모순을 범하게 하고 싶지는 않다는 것입니다.

<데이즈드>는 몫을 챙기지 않는 패션 잡지가 되고자 합니다.
진실로 귀하지만 패션을 사랑하는 약자와 소수, 모두 함께 먹을 수 있는 진짜 민어가 되겠습니다.
+
<데이즈드> 100호 파티를 한 푼의 몫도 바라지 않고 도와준
패션 칼럼니스트 오선희 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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