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에도 비행기를 탔습니다.

일본 오키나와에서 화보를 촬영하고 왔으니까요.

전 고소 공포증과 더불어 병원에서 처방된 약을 먹지 않으면 가까운 거리도 비행기를 탈 수 없을 정도의 극심한 비행 공포증을 겪고 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설렘과 흥분이 될 여정이 ‘지옥’같은 순간이 됩니다.

비행기를 타기 전에는 항상 진심으로 두 손을 모읍니다.

간곡한 기도도 올리고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 또 저를 사랑해준다고 믿는 사람들을 차례차례 떠올려 보기도 합니다.

전날 택시 기사님에게 차갑게 굴던 장면을 회개합니다. 

아픈 친구의 문병을 가지고 못한 제 자신을 자책합니다.

부모님의 휴가에 용돈을 보내지 못한 불효를 반성합니다.

지금이야 더할 나위 없이 편한 제 자리에 앉아 이 글을 쓰고 있으니 구구절절 당시의 마음을 늘어놓을 수 있는 것이지 이륙 직전에는 그야말로 간절합니다.

다시 지상으로 돌아오게 된다면 언제 어디에서든 누구에게나 환하게 웃음을 지을 수 있는, 세상에 하나뿐인 착한 남자가 될 것을 다짐하고 또 다짐합니다.

우연히 비행기 표에 적힌 비행 횟수를 보니 그런 약속을 거듭한 지가 벌써 150회가 넘었더군요.

그러니까 다시 말해 전 150번 넘게 거짓말을 하고 살았던 셈입니다.

공포에서 벗어나는 순간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원래의 제 자신으로 돌아오고 마는 그저 간사한 한 생명체일 뿐이니까요.

 

6개월 전, 비행기를 탈 때만큼이나(그보다 더라고 말하기엔 정말 하늘을 나는 것이 싫습니다) 간절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데이즈드>코리아의 편집장이란 막중한 자리를 제 나름의 방식으로 즐겨보겠다고 한 작년 8월입니다.

 

3월호를 마감하며 돌이켜 생각해보니

150회를 넘어 180일간의 거짓말을 하고 산 것은 아닌지…

혼돈스럽습니다.

깊게 생각하고 여러 번 되씹으면서 내린 결론은, 어느 것도 혼자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달 <데이즈드>에 등장하는 오혁은 그와 함께 하는 밴드가, 베트멍이라는 아이코닉한 브랜드와

동시에 발렌시아가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겸임하게 된 뎀나 바잘리아는 오랜 동지인 스타일리

스트 친구들이 함께 했기에 지금의 그들이 있을 것입니다.

 

주위를 둘러보니 저도 혼자가 아닙니다.

<데이즈드>의 편집부 에디터를 비롯해서 아트팀의 디자이너들, 광고와 마케팅, 배본을 위해 동

분서주하고 있는 수많은 팀원들과 인쇄소 사장 그리고 밖에서 고군분투하는 <데이즈드>의 컨트

리뷰터들까지.

 

두 손을 한 번 더 모읍니다.

봄은 따뜻하니 봄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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