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에 태어날 것을 그랬습니다.
“고객님, 치아 교정기 떼셔야죠. 5개월이 넘었습니다.”
새해 제 소원은 이미 의사가 정한 유통기한이 지난 치아 교정기를 떼는 일입니다.
심지어 아랫니만 떼고 윗니는 떼지 못해 날이 갈수록 치아가 뒤틀어지며 음식을 섭취하기에도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약속을 쉽게 정하지 못합니다. 아니 솔직히 몇 번 정했다가 제대로 지키지 못했습니다.
요즘 치과, 참 친절합니다.
“초과로 걷은 세금을 돌려드리려 합니다. 어서 확인해 주세요.”
새해 제 소원은 돈을 많이 버는, 아니 모으는 것입니다. 누구나 그렇겠지만요.
그런데 세무서에서 여러 차례 전화가 왔습니다. 실수로 세금을 더 냈고, 집으로 도착한 서류에 사인을 해서 우체통에 넣어주면 열흘 내 환불해 주겠다는 내용입니다.
두 달 째 여전히 세무서 봉투는 거실에 있습니다. 우체통이 어디 있는 지도 알고 있는데 말이죠.
요즘 세무서, 참 친절합니다.
“괜찮은 분양이 있는데 넣어 보시라니까요. 싸게 나온 아파트도 있습니다.”
새해 제 소원은 내 집 마련입니다. 지난 15년 여간 매달 지불한 월세도 이젠 부담이 되고 청약 저축 1순위 조건도 충족한지 오래입니다.
1년 여 전 화장품 몇 개를 건네주며 좋은 곳이 나오면 소개하기로 부탁한 동네 부동산에서는 끊임없이 연락이 옵니다. 아쉽게도, 그 뒤로 한 번도 찾아가지 못했지만요.
요즘 부동산, 참 친절합니다.
“예약하신 목걸이가 입고되었습니다.”
“네. 어서 갈게요.”
“이제 한 피스 남았습니다.”
“네. 제발요.”
그러나 밀라노 컬렉션 현장에서부터 점 찍어놓은, 그렇게도 사고 싶던 그 목걸이는 결국 제 목에 채워지질 못했습니다.
그 점원 분, 정말 친절했습니다.
생각해보니 돈을 치르고도 아직 찾지 않은 운동화도 있습니다.
매장에서 몇 번 전화를 하시더니 한 달 정도 지나니 오지도 않는 군요.
지금 전화해보기에는 네. 너무 늦은 시간입니다.
해준다는데도, 하라는 데도,
이러고 있는 것은
못하는 걸까요? 안 하는 걸까요?
제 기억력 때문일까요?
동네방네 오지랖 넓게 휘저어야 분이 풀리는 못난 성격 탓일까요?
제가 내린 결론은,
우습게도 너무 빨리 태어났기 때문입니다.
1990년대에 태어났더라면,
여전히 20대 팔팔한 청춘,
커버 모델 남주혁처럼 싱싱한 뉴 아젠다를 제시할 수 있는
그런 혁신가가 됐을지도 모를 텐데…
하하하.
이렇게나마 빨리 태어난 걸 아쉬워할 정도로 철 없게 살 수 있는 이유는
다 <데이즈드> 코리아 덕분입니다.
<데이즈드>, 제겐 참 친절합니다.
부디 여러분에게도, 2016년 2월호 역시도 그러하길 바랄 뿐입니다.




